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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둘아이아빠 Mar 14. 2021

둘아이아빠

바람바람바람

  갑작스런 새볔. 불편한 느낌과 함께 눈을 떴다. 기분이 많이 언짢았다. 날씨가 추운탓에 켜놓은 난방 때문에 눈이 건조했고 입은 달짝지근한 맛이 돌고 목이 팄다. 입에서 조심스레 탄성이 나온다.

 " 아이씨.. "

  순간 눈치를 본다. 누가 들었을까봐.. 특히 아이들이 들어 잠을 깼을까 걱정한다. 다행히 거실에서 혼자 잔 탓에 조용하다. 밖은 아직 칠흙 같은 어둠이다. 한밤 중.

  머릿 속에 기억이 뇌를 헤집는다. 불쾌했다. 이내 누워있던 몸을 일으켜 세워 앉았다. 눈을 비볐다.

 

  친구 모임이었다. 나와 그리고 친한 사람들로 구성된 모임. 커플이나 부부모임 이었다. 골프 라운딩을 돌고 있었고 중간에 그늘집에서 쉬고 있었다. 내 옆에는 아내가 아닌 다른 사람이 곁에 있었다. 맥주를 마시며 건배를 하던 찰나. 내 친구가 말을 했다.

  " 내가 불렀어. 내가 잘 모르고 연락을 했어. "

  갑자기 저 문에서 등장한 아내. 마시기 위해 들었던 맥주잔이 덜덜 떨리며, 도망가고 싶다는 생각만 들었다. 아내는 밝은 표정으로 그늘 집에 세련된 골프 옷을 입고 들어왔지만 나와 내 옆에 있는 낯선 여자를 보고 표정이 어두워 졌다.

  " 누구야? "

  " 친구야 친구. "

  " 너는... 미쳤니? "

  내 옆에 앉아 있는 사람에게서도 불편한 시선으로 나를 쳐다보고 있다. 굉장히 불편하다.

  " 누구야? "

  나는 내 친구를 보며 눈찟으로 미쳤어? 몇번을 쏘아 보지만 이 자리에서 해결책이란 없다. 주위 분위기를 볼 필요도 없었다. 바로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 뒤도 안보고 도망 니왔다. 내 아내와 여자가 어떤 대화를 할지는 중요하지 않았다. 그늘집에 문을 벗어났음에도 다리를 멈추지 않았다. 마지막으로 들은 건 내 아내가 짜증섞인 목소리로 지르는 고함소리.

  도망가는 내내 가슴이 아렸다. 내 아이들과 내가 쌓아온 가정. 그리고 주변에서 보는 시선을 앞으로 어떻게 해결해 나가야 할지..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헉헉되는 숨소리가 정신없는 머릿속의 생각보다 앞서 커지자 이제껏 달리던 다리를 점차 멈추었다.

  " 젠장. "


  그렇게 불쾌한 느낌과 왜 이런 일을 저질렀을까 후회감과 함께 눈을 떴다. 굉장히 기분 나쁜 꿈이었다. 정말 불편한 그리고 감당할 수 없을 걱정들이 쏟아지는 기분 나쁜 바람현장을 걸리는 꿈.

  바람을 핀다면 해결하지도 못할 이 수많은 걱정거리들을 다 짊어지고 가겠구나 싶었다. 이 불편한 걱정거리들을 짊어지고 싶지 않아서, 다시 누우면 꿈이 연결될까봐 멍하니 창밖을 본다.

  절대로.. 절대로.. 이런 상황은 만들지 말아야 겠다 싶었다. 정말 잃어버릴 것들이 너무 많았고 무서웠다.


  악몽.. 오랜만에 꾸었던 꿈이었고 다시는 꾸기 싫은 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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