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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둘아이아빠 Aug 04. 2021

개 꿈..

둘아이아빠

새볔에 눈을 비비며 일어났다.

  방이 덥다며 거실에 베개만 들고 나와 내 옆에서 자고 있던 첫째아이의 등을 쓸어내렸다. 너무나 이쁜 내 새끼..


  꿈을 꿨다. 긴 꿈이었다. 이상한 꿈이었다.

  아내와 결혼을 하고 첫째를 낳았고 둘째를 낳았다. 둘째를 낳으면서 아내가 육아가 힘들다며 처형에게 잠시 둘째를 맡겼다. 포대기에 싸여있는 핏덩어리 였다.

  처형이 포대기에 쌓여있는 아이를 안으며 우리 가족에게 물었다.


  " 요즘 주사가 있는데, 사람아기에 맞히면 동일한 유전자로 강아지가 된다네요. 혹시 둘째에게 주사를 맞혀도 될까요? "


  " 처형이 그렇게 하고 싶다면야.. 그렇게 하세요. "


  그리고 몇년이 지났다. 추석인지 설인지 모를 가족이 모이는 자리였고 우리는 첫째아이와 함께 식사 자리에 앉았다. 처형은 가슴팍에 하얗고 주둥이가 긴 큰 강아지를 안고 있었다.


  " 처형, 강아지 좀 주세요. 얘가 걔예요? "

  " 네 맞아요. 둘짜예요. "


  강아지를 그닥 좋아하지 않는 나는 엉거주춤 강아지를 품에 안았다. 강아지도 그걸 느꼈는지 크르릉 거리며 이를 연신 갈아 댔다.


  " 얘, 너무 사나운대요? "

  " 낯설어서 그럴거예요. "


  강아지가 내 피를 받은 둘째라니, 강아지가 싫건 말건 사랑해야되는 상황이었다. 모임내내 강아지를 끌어안고 있었다. 몇번이나 벗어나려고 발버둥을 치고 물려고 해도 꼭 끌어 안고 있었다.

 ' 내가 왜 강아지로 변하는 주사를 맞히자고 했을까? ' 후회섞인 생각을 해도 이미 늦었다.

  ' 이만큼이나 컸을 정도면, 사람이었다면, 진짜 이뻤을 텐데.. '

이런 생각이 든걸 보니, 힘든 육아 때문에 맞힌게 아닐까 생각이 뇌리를 스쳤다.


  아내와 같이 둘째를 데리고 집으로 와 강아지를 꼭 안고 잠을 청했다.

  '오줌을 침대에 싸진 않겠지?'

  

  시간은 또 흘러 다시 가족 모임이었다. 내 친구들도 참석한 가족 모임. 내 옆에는 사람인 첫째와 강아지인 둘째가 같이 있었다. 무슨 생각이었던건지 둘째가 강아지가 된 이유를 친구들에게 설명해 주었다. 그 얘기를 먼 발치에 처제가 듣고는 크게 호통을 쳤다.


  " 형부! 그런 얘기를 하면 어떻게 해요! 비밀이라고 했잖아요!"


 " 아, 미안해요 처제.. 저도 모르게 그만.. "


  땀이 삐질삐질.. 불편한 이 자리를 어떻게든 벗어나고 싶어 몸서리 치는데.. 잠에서 깼다.

  진짜 말도 안되는 꿈이었다. 사람인 둘째가 잘 있는지 방문을 열고 누워있는 둘째를 본다. 깰까봐 하얀 볼에 뽀뽀만 하고 얼른 나왔다.

  시계를 보니 새볔 5시 10분. 냉장고를 열어 콜라를 마시고는 거실 쇼파에 앉아 꿈을 대뇐다.


  정말이지.. 말도 안되는 꿈... 둘째를 어떻게 강아지로 변하게 해도 괜찮다고 생각한건지... 왜 이런 꿈을 꿨을까? 싶어 내 삶을 되돌아 본다.

  육아로 인한 스트레스가 있다며 자주 나에게 짜증을 부리는 아내가 떠올랐고, 그 스트레스를 받아주지 못하고 같이 화를 내는 내 모습이 떠 올랐다. 우리 사이는 현재 이틀째 냉전 중이며 육아에 필요한 말만 나누고 있다.


  에이 설마.. 그래도 그거땜에 강아지로 바꿀 생각을 내 뇌에서 했단 말인가?


  말도 안되는 꿈을 꾼걸 적어내고 영화로 만들면 어떤 느낌의 영화가 되려나 잠시 생각하곤 첫째가 누워있는 자리 옆으로 가 첫째를 꼭 껴안고 다시 잠을 청한다.


  ' 절대 그럴일 없을꺼야. 사랑해 우리 아들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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