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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둘아이아빠 Aug 04. 2021

둘아이아빠

새볔녘

  새볔에 갑작스레 깼다.

  " 아빠 ! 아빠 ! 나 토했어. "

  졸린눈을 비비고 허겁지겁 방으로 갔다. 방문을 열고 불을 켜자 침대엔 아이가 누워있었고 베개와 이불, 시트엔 토가 한가득이었다.

  " 나 잘못한거야? "

  우선 토에 범벅이된 아이를 꺼내 화장실로 데려왔다. 옷을 벗기고 물에 헹구고 아이를 씻겼다.



  어제 아이는 6시 30분경 저녁식사 두숟갈을 뜨다 잠을 못 이기고 쓰러졌다. 5살이 되자 유치원에선 낮잠을 재우지 않았고 아이는 그 피곤함에 요즈음 6시가 다 되즈음 픽픽 쓰러진다. 오늘도 쓰러진 아이를 방에 눕히고는 육아가 다 끝났다고 생각했고 좋아했다.


  새볔 4시 30분. 아이가 배고프다며 거실에서 자고 있는 나를 깨웠다. 장모님과 아내는 방에서 자고 있었다. 팬트하우스를 보느라 늦게 잤을테니 깨우지는 않았다.

  " 아빠가 빵하고 우유 가져올게. 잠시만 기다려주세요. "

  거실에서 주섬주섬 요깃거리를 챙겨 방으로 들어갔다. 아이는 허겁지겁 빵을 먹으며 우유, 쥬스를 연거푸 들이켰다.

  " 아빠, 나 배아파.. 화장실 화장실. "

  먹다만 음식을 뒤로 하고는 아이의 손을 잡고 화장실로 들어가 변기에 앉혀 주었다. 밖에서 아이가 용변을 다 보길 기다리며 어제 오늘 못본 웹툰을 보며 기다렸다. 웹툰을 다 보고 나선 토요일 오전 테니스 운동 카톡방에 이모티콘과 글을 남겼다.

  " 오늘은 늦을 일 없겠네요. 일찍 일어났고, 일찍 가겠습니다. "

  요새 육아를 하느라 몸이 피곤했

 새볔에 둘째가 간간히 일어나는 바람에 잠이 모자랐다. 주말이라도 푹 잠을 자라고 아내를 배려해줘야 했기에 내가 일어났다. 그 여파로 나는 주말 아침 운동 때마다 지각을 했다.


  화장실 문 안쪽에서 몇번의 푸덕 거림이 나더니 이내 아이가 나를 찾는다.

  " 아빠 다 쌌어. "

  엉덩이를 잘 닦이고 나와 아이와 함께 아이의 방으로  들어왔다.

  " 아빠가 먹던거 정리 하고 다시 올게. "

  " 네에. "

  아이가 다 먹은 그릇을 싱크대에 넣고 방으로 들어왔더니 아이는 바닥에 누워 있었다.

  " 피곤해? "

  아무 말이 없었다. 아이가 졸리다고 생각했다. 아이를 침대에 눕혔다. 거실에 나와 핸드폰을 만지작 거리며 운동에 나갈 준비를 하고 있었다.


  잠시 후 아이는 속이 좋지 않다며 토를 했다.


  " 아빠, 내 몸에서 노란색 유령들이 나왔나봐. 어떻게, 어떻게.. "

  새볔에 빵을 먹인 내가 등신이지 싶어 아이를 꼭 안았다.

  " 괜찮아. 아빠가 잘못한거야. 얼른 씻고 아빠가 책 읽어 줄게. "

  샤워기를 틀자 아이 엄마가 일어나 상황을 물었고 토가 범벅이된 침대를 부랴부랴 빨았다.


   오늘도 운동가긴 글렀군.

   그래도 어찌하리 내 아이의 건강이 더 중요한 것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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