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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둘아이아빠 Mar 21. 2024

둘아이아빠

5세 등원기

  육아 때 가장 힘든게 언제냐고 물어보면, 나는 2번 있다고 말하고 싶다. 


 바로 태어난지 얼마되지 않은 때.

 그리고  4살~5살 사이의 고난의 시기.


  태어난지 얼마되지 않았을 때는 잠자는 시간이 없어서 정말 힘들었다. 새벽에 세번에서 네번 깨는 것은 당연한 일이요, 짧은 시간동안 아이를 먹이고 재우고 다시 내가 자려고 하면 잠이 오질 않는다. 좀 눈을 붙였다 싶으면 그새 아이는 다시 울었다. 

  아내가 주된 육아를 맡고 있었음에도 같이 일어날 수 밖에 없었다. 아내가 고생을 하면 그 모든 것이 스트레스로 이어질 것이오, 그 스트레스는 고스란히 나에게 전달되기 때문이다. 으으으~ 생각도 하기 싫은 피곤의 시간.


  그리고 지금. 둘쨰는 자아가 생기기 시작하면서 하루하루를 짜증과 함께 살아가고 있다. 세상이 답답한건지 아니면 인생이 고달파서 인지, 일어남과 동시에 짜증섞인 소리로 하루를 시작한다.

  " 유치원 안가고 싶어. 집에 있을래. "

  " 안가고 싶은건 없어, 가야만 하는거야. "

  " 싫어 안갈래. "

  요새 하도 유치원을 안가고 싶어해 걱정이 이만저만 아니다. 육아를 맡아주고 계신 장모님은 일주일만에 두손 두발을 드셨다. 유치원 버스에 아이를 태우려고 하면 도망치기 일수고, 바닥에 들어누워 생때를 다 부린다고 했다. 

  처음 겪은 일이라면 그러려니 하고 유치원 등교를 미뤘을테지만 첫째 아이의 고난을 겪고 나니, 이 또한 겪어야 하는 과정이라는 걸 알았다. 학습의 효과 였다. 

  결국, 내가 출근 시간을 미루기로 하고 당분간 둘째를 등교 시키기로 했다. 힘으로 강제로 태울 수 있는 방법으로 장모님 보다 내가 수월했기 때문이다. 다만, 아쉬운 건 출근을 일찍하면서 몰래 간단히 운동했던 테니스는 당분간 강제 휴식기에 들었다. 

  아침 9시 7분에 셔틀버스가 온다. 그 사이, 아내가 준비해 놓은 옷도 입여야 하고 아침식사도 먹여야 하고, 이 닦이에 머리도 잘 세팅해서 보내야 하는데, 둘째는 도와주질 않는다. 일어난 직후부터 들어누워서 계속 안가겠다고 짜증을 부리고 있다. 

  억지로 억지로 옷을 입히고 억지로 억지로 밥을 먹이고 이도 닦이고, 첫쨰를 등교 보냈다. 

  등과 관자노리에 땀이 줄줄. 

  다행히도 결혼 생활 10년을 하면서 아내의 짜증을 잘 견뎌왔던지라 집안내 다른 가족들보다 참을성이 나는 매우 높다. 이것도 학습의 효과다. 

  '최대한 감정을 얹지 말고 할일만 하자.' 멍한 표정으로 마치 아내와 싸우고 가족모임에 가는 내모습. 지금이 딱 그랬다. 

  둘쨰는 현관을 나서자마자 도망가기 시작했다. 5살짜리가 어찌나 빠른지.. 대충 뛰어서는 잡을 수가 없었다. 웃는 건지 우는 건지. 쫒아가는 내 모습을 보고 울었다 말다를 반복한다. 

  버스가 왔다. 아직 둘째는 내 손에 잡히질 않았다. 다른 아이와 다른 부모 눈에 창피하지 않게 다리에 속도를 붙여 아이를 꼬옥 잡아 안았다. 발버둥을 쳤으나 잡힌이상 유치원 버스 의자까진 놓치지 않고 잘 앉히리..

  오전 테니스 운동이 따로 필요 없었다. 아이를 앉히고 나니 큰 시련을 이겨낸 것처럼 뿌듯했다. 버스 도우미 선생님이 벨트를 매어주었고 아이는 아랫입술이 툭 튀어나와 눈물 콧물을 훌쩍인다.

  " 잘 다녀와~ , 인사는 해야지. 안녕 ~ "

 둘째는 끝내 나를 돌아보지 않았다. 둘째는 도우미 선생님이 훔쳐주는 휴지에 코를 뱉어내기에 바빴다. 그렇게 가는 유치원 버스. 


  진짜 힘들다. 육아. 미운 4살, 5살은 언제 끝나려나.. 다시 집으로 뛰어가고 있다. 생각해보니 나는 주부가 아니라 출근을 해야하는 회사원이었다. 



PS. 

  퇴근길.

  " 있자나 오늘 아침에 진짜 힘들었거든.. 집에 가는 길에 스트레스도 풀겸.. 

  " 얼른와. 난 더 힘들어. 딴데로 세기만해."

  나는 얘기 꺼내지도 못했다.. 테니스 치고 싶다고..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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