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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둘아이아빠 Dec 03. 2020

둘아이아빠

휴식 그 이후..

어제 저녁.. 아이들과 아내를 집에 두고, 밤 늦게 빨래방에서 즐긴 자유시간 때문에... 오늘은 퇴근 후 부터 아이들과 붙어있다.


" 어제 엄마랑 잤으니깐, 오늘은 아빠랑 자기로 약속했지?"


시간은 7시가 조금 넘었고, 어제 육아를 같이 했고, 잠만 아내가 재웠을 뿐인데... 심지어 나는 완전한 휴식을 즐긴건 아니고 빨래방에서 빨래를 돌리고 왔는데.. 오늘의 육아는 전부 나에게 미뤘다.


아이 재우는거야 ... 쉽다고 말하고 싶지만 진짜 쉽지 않다. 특히나 요즘 코로나로 인해 아이들이 어린이집도 안가고 밖에서 뛰어 놀지도 않기 때문에 체력이 장난 아니다.


  일단 나도 쉬고 체력도 소비하는 걸 택해본다.

  욕조에 따듯한 물을 받아놓았다. 자동차 장난감들을 한바구니 가지고 와서 쏟아 부었다.

" 빨리와 ~ 아빠랑 같이 목욕하자 ~ ! "

좁은 욕조에서 옆으로 누워 아이가 놀 공간을 만들어주고 나는 몸을 녹인다. ' 그래 이맛이지.. 아 따듯해. '

아이가 부릉 부릉 하면서 중간중간 말을 걸고, 나는 가만히 누워 반응을 해주거나 자동차 몇개를 집어 같이 부릉 부릉 해준다. 시간이 꾀 지난거 같은데.. 10분 지났다. 다행이도 아이는 즐겁게 놀고 있다.

중간중간 '목욕 재미없어. 나가자 우리.' 라고 말하는 아이의 발목을 잡았다. ' 아빠가 잘해줄게. 재밌게 해줄게 이리와. '

그렇게 40분을 보내고 나왔다.


11시 까지 어떻게 버티지?


목욕탕을 정리하고 나와 귤을 꺼내주었다.

" 자 오늘은 귤 까는 놀이를 해보자. "

작은 고사리 같은 손으로 귤을 까는데, 잘 안되나 보다. 너무 안까지는 부분만 조금씩 도와주며 시간을 보냈다. 30분이 지나 갔다.


기차 장난감을 꺼내주었다. 다른 장난감들보다 정리하기 쉽고 역할놀이도 내가 안 움직여도 된다. 그리고 아이가 매우 좋아한다.

" 뿌뿌 ~ 신도림 정거장에서 내려주세요. 배 타고 뉴욕 가주세요. 뿌뿌 친구도 태워주세요. "

놀아주는거 진짜 쉽지 않다. 그렇게 40분이 또 갔다.


10시 정도 되니 나는 졸리다. 아이는 쌩쌩하다. 어떻게 하지? 일단 방으로 손잡고 들어왔다. 둘째는 진작에 8시 30분에 분유 170ml를 먹고 꿈나라로 갔다. 아내는 방에서 핸드폰을 만지고 있는거 같다. 분명 나는 재우는 것만 하는건데 왜 나랑 아이가 오늘 하루 종일 붙어 있는지...


아이가 책을 잔뜩 들고 왔다. 언제 다 읽어주지.. 걱정된다. 몇권 읽다 나 먼저 자고, 아내가 잔소리를 하는 모습이 예상된다.

아내가 방으로 들어왔다.

" 내가 예상하는 시나리오대로 진행되는거 아니지? "

" 재울께 걱정마."

조금만 방심하면 태클이 들어온다.  조심하자.


" 아빠, 물먹고 싶어. "

자기 싫은 아이의 전형적인 패턴..

" 엄마한테 가서 물 달라고 해. "

잔소리가 예상되지만, 피식 웃음이 나온다. 아이는 문을 열고 나갔다가 엄마 손을 잡고 다시 방으로 들어왔다. 물컵과 함께..

" 아빠랑 먹고 코자 ~."

" 진짜 자꾸 이럴꺼야? "

아이가 들을까봐 입모양과 재스쳐로 잔소리를 한다.

" 물 먹고 싶다고 해서 그랬어. 재울께. "


아이와 이제 누웠다. 동화 책을 읽는다. 하도 많이 읽어서 외울지경이라.. 더 졸리다. 그렇개 책 한권 다 읽지도 못하고.. 다가올 두려운 미래도 모른채.. 눈을 감았다.


눈을 떠보니 혼자 아이방에서 자고 있는 나. 그리고 새볔.. 아침에 한 소리 듣고 출근 할거 같다. 그래도 이런 생활이 나쁘지 않다. 웃음이 나온다. 자동차가 그려져 있는 아이이불을 덮고 잔다. 오늘도 이렇게 하루가 갔다.


P.S 아침에 일찍 일어나서 아내가 일어나기도 전에 나왔다. 다행히도 잔소리는 피했다.

부르르르 출근길 핸드폰에 문자가 온다.

' 인사라도 하고 가지 그랬어. 피곤했으면 말하지. 애들은 다 잘잤어. 출근 잘하고.. '

내가 생각하는 아내보다 어쩌면 더 착한 아내랑 나는 살고 있나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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