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일 아침 6시 40분. 쇼파에 앉아서 장모님을 기다리고 있다.
어제 저녁 장모님께서 연락이 왔다.
"내일 운동 몇시에 해? "
" 진짜 괜찮아요."
하고야 싶지만 누군가가 희생해야 되는 운동은 달갑지만은 않다.
" 그럼 내일 오전 7시 치러 갔다와. 그때 내가 가서 애기 봐줄게. "
" 진짜, 괜찮은데.. 감사합니다. "
그 다음날 아침 6시 30분. 잠을 제대로 잘 못잤다. 혹시나 일어나지 못해 운동을 못 갈까봐 중간중간 설잠에서 깰때마다 시계를 봤기 때문이다. 주섬 주섬 옷을 갈아 입는다. 혹여나 아이들이 깨면 낭패기에 조용히 갈아 입는다. 옷가지나 테니스 가방은 현관문 앞에 두었다. 문 여는 소리도 크기에 도어 베터리를 모두 빼놓고 문을 열림으로 돌려 놓았다. 배가 아프다. 화장실에 가야하지만 물내리는 소리에 깰까싶어 참는다. 테니스장 공중 화장실을 이용해야지 맘을 먹는다.
토요일 아침 6시 40분. 쇼파에 조용히 앉아 핸드폰을 읽어 간다. 카톡이 붕붕 댄다.
' 좋은 아침 ' ×4
네명이 모두 ' 나 일어났습니다. 늦지 않게 갈께요~' 라는 신호를 남긴다. 나는 추가로 글을 남긴다.
' 장모님이 아직 안오셔서요. 오시면 나갈게요. '
참 어렵다. 장모님이 늦잠이라도 주무시면 운동을 나갈수가 없으니 말이다. 약속은 약속이지만 죄송스러운 맘이 큰 약속이라 안지키셔도, 전화해서 깨울만큼 나쁜 사람은 아니다.
오전 7시. 조용히 운동할 마음을 내려 놓는다. 아마도 주무셨을테지.. 신었던 양말을 조용히 벗어 놓는다. 카톡을 보내논다.
' 죄송해요. 장모님 주무시는 것 같아요. 죄송합니다.' 요즘 테니스 카톡방에 테니스 참석 여부를 물을 때 항상 '아마도'가 붙는다. '아마도 나갈 수 있을 것 같아요.' 아마도가 붙은 날은 대부분 나가지 못했다. 장모님께서 두리뭉실한 대답을 주셔서 상황에 따라 달라졌기 때문이다. 오늘만큼은 '확실히 나가요 ~!' 당당히 말했건만.. 아쉬움이 생긴다.
엇 ~! 갑자기 문이 열린다. 조용히 들어오셔서 말씀하신다.
" 번호키를 누르는데 안되서 밖에 있었어. 얼른 다녀와."
" 감사합니다. 잘 다녀오겠습니다. 올 때 빵 사올까요?"
양말을 고쳐신고 조용히 나갔다.
아직 해가 뜨지 않은 새볔녘. 운동을 하지 않는 사람을 이 맛을 모를꺼다. 찬 새볔녘 공기와 해가 아파트 머리에 걸려있는 보랏빛 새볔 해. 정말 이쁘다. 까치와 참새는 소리를 내며 부딪끼고 나는 등에 테니스가방을 맨채 아츤 배를 부여잡고 공중 화장실로 달리고 있다.
부랴부랴 뛰어 들어온 화장실에서 찬 냉기에 언 변기에 앉아 카톡을 보낸다.
" 저 나왔어요 곧 갈게요~! "
- 에필로그 -
9시 반 조심스레 문을 연다. 아이를 매고 있는 아내의 뒷 모습과 아이와 놀아주고 계신 장모님이 보인다.
" 다녀왔습니다. "
아내가 뒤를 돌아보고 나는 눈치를 본다. 휴~ 다행이다. 아이들이 늦게 일어 났나보다. 표정이 밝다. 아내가 요새 눈썹 문신을 받아 짱구눈썹이 되어 표정을 잘 읽을 수가 없지만 기분이 나빠보이진 않는다. 다행히도 오늘은 기분좋게 하루를 보낼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