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째 아이 때까진 안 그랬었고 둘째 아이를 낳았어도 안 그랬을 것 같다. 코로나와 육아의 조합은 주말을 두렵게 만들었다.
어제는 아내가 첫째 아이를 데리고 친구 집에 놀러갔다. 온전히 둘째를 봐야 한다. 저녁 즈음에 장모님이 오셔서 아이를 잠깐 돌볼테니 운동을 다녀오라고 하셨다. 장모님 오실 때 까지만 잘 견디면 된다.
코로나만 아니었다면 아이를 꽁꽁 싸매서 유모차에 태워 나갔을거다. 아내가 특히 걱정이 많은 타입이라 원채 나가지 못하게 한다.
아이를 앞으로 둘러 맺다. 장모님이 집에 오실 때마다 청소며 설겆이며 해주시려고 하기에 미리 다 해 놓을 작정으로 청소기를 먼저 들었다. 첫째아이가 벌여놓은 장난감을 정리하고 첫째아이가 먹다 흘린 음식물들을 줍고 (청소기에 말려 들어가면 골치다. 손으로 주워야 한다.) 잔뜩 뒤집어 놓은 책들을 정리해 놓았다.
잠깐 쉬는 시간. 쇼파에 잠시 앉아 끈을 돌려매고 업었다. 아내가 다리가 오자된다며 오래 안거나 업지 말라고 했지만 나는 그려려니 한다. 왜냐하면 그 말에 따르자면 70년생, 80년들은 포자기에서 먹고 자고 했다. 그 사람들은 지금 우리나라를 이끌어나가는 일꾼들인데 오자다리 때문에 신경쓰거나 슬퍼하는 이가 없기 때문이다.
설겆이를 한다. 젖병을 닦는다. 고무 꼭지를 닦을 땐 꼭지 구멍을 막고 닦아야 한다. 아니면 가끔 찢어져 아이가 우유를 먹을 때 꿀꺽꿀꺽이 아닌 왈칵왈칵 먹어야 한다. 젖병을 삶는다. 고무 마개 꼭지는 30초, 통은 3분. 아내는 시간을 재지만, 나는 대략 잡고 담갔다 꺼낸다. 쓰윽 끝.
장모님이 오시고, 혹시나 장인어른도 세트로 오시고 아내가 첫째아이와 왔는데 나는 운동을 하러 나갔는데? 저녁식사가 준비 되어있다?! 장모님께서 사위가 대단하다고 생각 하겠지. 냉장고에서 닭 두마리를 꺼내 냄비에 담고, 콩나물을 꺼내 또 다른 냄비에 담는다. 핸드폰으로 검색을 하고 요리를 한다.
중간 중간 아이가 울지 않게 무릎을 살짝 굽혔다 펴기를 반복하며 소리를 낸다. ' 둥가둥가~'
요리를 하다보니 등에서 발버둥 치던 아이가 축 늘어짐을 느꼈다. 하도 TV에서 안좋은 뉴스를 봐서 그런지 혹시나 숨을 못 쉬는건 아닌가 거울을 보고 체크한다. 오키 죽지않고 뻗었군.
아이를 조심스레 방에 내려놓고 나와 잠시 쇼파에 앉았다. 무릎이 뻐근하다. 오늘 운동이나 나갈 수 있을지 모르겠다.
오후 3시. 카톡방은 분주해 진다. 테니스 장에 모이자! 얘기.
장모님깨 운동하고 싶으니깐 빨리오세요. 말은 절대 못하고 슬며시 여쭈어 본다.
'장모님 ~ 저녁 식사 준비 다 해놨고 간식도 준비해 놨어요. 얼른 오셔서 간식드셔요. '
붕붕. 카톡이 왔다.
'미안한데, 친구들 만나고 있어서 늦을 것 같아. 얼른 모임 끝내고 갈게.'
럴수럴수 이럴수가... 오늘도 운동은 끝이구나.. 좌절을 하며 마음을 다 독인다.
'어짜피 못하는건데 장모님이 도와주시는거잖아. 약속도 아닌데.. 당연히 못하는 날이었자나. 흥분하지 말자.'
아이가 몇분 못자고 일어났다. 집에서 있자니 심심해서 결국 옷을 칭칭 둘러매서 앞띠에 아이를 안고 집을 나왔다. 날씨도 추워 꽁꽁 싸맺다. 겉옷 안에서 나를 올려다 보는 아이의 눈빛 이건.. 육아 해 본 사람만 아는 귀여움이다.
테니스장에 놀러갔다. 다들 마스크를 쓰고 테니스를 치고 있지만 너무 즐거워 보인다. 한 분이 사람이 맞지 않아 자리에 앉아 계셨고, 순간 ' 게임만 안하면 아이 메고 칠 수 있지 않을까? ' 란 생각을 했지만 나는 존엄한 인간이고 인간으로써의 도리는 지키자는 생각에 테니스 장을 나왔다.
오늘 유난히 아내도 늦게 온다. 장모님은 저녁시간이 지나가는데도 안 오셨다. 둘째 아이는 유난히 눕혀놓기만 하면 운다. 졸린데 잠은 못자고, 무릎은 아프고 아이는 안아야만 안 울고.. 아 출근이 고팠다. 정말 월요일이 되길 바랬다. 적어도 평일은 몰래 운동이라도 할 수 있지, 이렇게 무기력하게 힘들다니... 내 무릎은 온전히 운동만을 위해 희생해야 하는데 오늘은 진짜 힘들다.
결국 장모님은 안 오셨고 아내는 저녁 늦게 들어와 운동은 전언혀 못했다. 물론 애들을 재우고 일과를 끝냈더니 10시.
진짜 정신 없이 갔고 아내랑 맥주 두캔을 끝으로 기절했다.
월요일 오전. 무릎이 뻐근하다. 운동을 두세시간 열심히 한 느낌이다. 하지만 오늘은 육아에서 벗어날 수 있다. 평소보다 일찍 출근하려고 나왔다. 새볔 찬 공기에 핸드폰을 끼적이며 기사들을 읽어 내려간다. 손흥민이 골을 넣었다. 요새 물 좀 올랐군. 하이라이트를 본다. 아~ 순간 살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월요일.. 출근해야 되는 월요일. 하지만 육아와 월요병 중 육아가 이겼다.
하루종일 육아만 하고 계신 아내분들 대단한 것 같다. 엄지척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