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주말. 그리고 아침 5시. 둘째아이가 요새 새볔 잠을 많이 깬다. 건조해서 그러나 싶어 가습기를 돌려도 보고 날씨가 추워서 그러나 싶어 난방도 따듯하게 했다. 환기도 시켜보고 저녁 낮잠을 안재워보기도 했는데 그런 이유가 아닌가 보다.
핸드폰에 라이트를 켜고 손으로 가린채 방으로 들어갔다. 아이의 웅얼거림이 들렸고 머리 맡에 젖꼭지를 잡고 입에 물렸다. 다시 거실로 나와 자려는 찰나. 이내 조그맣게 아이 울음소리가 들린다. 방으로 들어갔다. 젖꼭지를 물리며 옆에서 잠시 지켜본다.
아이가 좀 자줘야 하는데 그래야 나도 운동 나갔다 오는데 눈치가 덜하는데...
아이가 애매하게 우는 중이다. 안아 재우기도 애매하고 그냥 두기엔 깰 것 같은 애매함.
20분을 지켜보았다. 쪽쪽이를 볼 옆으로 떨구며 전사했다. 쪽쪽이를 다시 아기 머리 맡에 두고 조심스레 문을 닫고 현관으로 향했다.
장모님께서 어제 우리집에 와서 주무셨다. 항상 아이 돌봐주셔서 감사함에 연극표를 예매해드렸다. 표를 보여드리며 꼭 가시라 했더니 웃으면서 말씀하셨다.
" 토요일 아침에 운동 할꺼지? "
모종의 거래.. 살짝 죄송하지만 기분 좋게 나갔다.
2시간을 치고 들어왔다. 테니스는 잘 못쳤지만 운동을 해서 그런지 기분은 좋았다. 다만... 예상치 못한 기상에 졸음이 몰려온다. 아 이러면 안되는데..
운동을 하는 남편의 제 일수칙은 운동을 다녀온 후엔 피곤해 하면 안된다. 운동을 다녀오면 적극적인 육아로 보답을 해야되는건 보이지 않는 일종의 계약이다.
내가 샤워를 하자마자 장모님은 인사를 하고 나가셨다. 점심까지만 둘째랑 첫째가 낮잠잘때까지만 잘 버텨보자. 하품이 나오고 졸렸다. 첫째아이는 장난감을 막 들이대고 둘째아이는 울음으로 자꾸 보챈다. 그 와중에 청소기도 돌리고 걸레질도 해야된다. 아내가 있긴 하지만 평소보다 굼띤 내 모습을 보고 한소리 한다.
" 졸려? 헐.. "
" 아니예요. 둘째 아기띠 매면 안될까? "
좀 편한 육아를 해보려고 딜을 시도한다.
" 둘째가 뒤집기를 하다가 못해.. 오빠 탓인거 알지? 주말에 내가 나가면 둘째가 익혔던 행동들을 다시 못해. 퇴화하더라."
평소같으면 받아서 몇번 더 얘기했을텐데, 졸린 내모습에 잘못을 저지르는 것 같아 찍소리도 못냈다.
눈이 감기기를 몇번, 아이도 장난감으로 나를 깨우기도 하고 아내의 잔소리가 희미하게 들렸다 만다 한다. 중요한건 정말 많은 잔소리를 혼자서 많이했다. 못들은게 다행일 정도였다.
졸린 짜증과 아이의 보챔.. 순간 내가 왜 이렇게 살아야 하나 싶어 화가 버럭 났다.
" 졸린데 어떡해~!! 새볔에 애도 일어났었어! "
나도 내가 잘못한걸 알았지만 속이 상했다. 아내가 둘째아이를 보던 중 한 소리를 하려고 나를 보며 표정을 짓는데..
첫째아이가 갑자기 끼여들어 말한다.
" 아이 진짜. 자꾸 싸우면 나 윗집으로 이사간다. 후회하지 마라. "
4살짜리 아이가 어디서 배웠는지.. 모르겠지만 아내와 나는 둘다 웃었다. 다행이도 싸움까지 번지지 않고 잘 넘어갔다.
결국 첫째아이와 드라이브를 하러 나왔다. 낮잠을 재우고 잘때 나도 자려고 하는데 진짜 안잔다.
오늘하루의 끝이 왜케 멀어 보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