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둘아이아빠 Dec 18. 2020

소개팅전문가

30대 남성

- 경 고 -

이 글은 소개팅을 많이 해줘봤던 30대 남성의 입장으로 지극히 주관적인 의견입니다.


  " 진짜 결혼해야 되는데, 어리고 이쁜애 없어? "


  여자친구와 헤어지거나 짧은 만남이 지속되고 있는 친구들 또는 후배들, 나머지 형들이 나에게 주는 카톡은 일관적이다. 차라리 결혼하기 전에는 직접적으로 말하진 않았다.

  " 시간있어? 밥 한번 사줄게. 좀 보자. 아니면 술? "

  이랬던 질문들이 결혼을 하고 육아를 하다보니, 직접적으로 물어본다.


  30대 남성들은 소개팅을 해주기가 쉽지 않다. 장말 정말 어렵다. 친구라는 이유 하나만으로 약속을 깨기 부지기수이며, 조금만 마음에 들지 않아도 상대방의 기분을 쉬이 나쁘게 하기 때문이다. 이렇다 보니 내 입에서도 자동응답기 처럼 카톡을 후다닥 친다.


  " 해주면 댓가는 있는가? 노매너면 절대 다시는 안해줌. "

  " 밥 사줄게. 해줘. "

  밥 산다고 하구선 사주는 사람을 몇 못 봤다. 입으로만 다들 떠든다.

 ' 너 밖에 없어. 내가 너 사랑하는거 알지? 아이 몇살이야? 장남감 하나 보내줘야 겠네. '


  구두로 보상 계약서를 작성하고 카톡 친구를 열어본다. 남자들의 경우 사진만 보고 yes or no 가 많이 결정된다.

 여성들은 맘에 들지 않아도 일말의 희망을 가지고 소개팅 자세에 임한다면, 남자들은 사진이 맘에 들지 않으면 단칼에 거절해 버린다. 그래서 초보주선자와 거래를 할 때 쉽지 않다. 초보주선자의 경우 사진을 가지고 올 때 상대방이 누구인지 말해주고 의사결정을 어느정도 물어 본 다음에 사진을 받아온다.

 그 사진을 내가 보고 '얘는 안할 것 같은데..' 중간에서 커트를 하면 초보주선자는 좌절을 한다.

 " 벌써 다 말해 놨는데... 그리고 얼마나 잘났길래 그래? 기분나쁘다."

 나도 안다. 기분나쁠만한거 ㅠ 그래서 그 사진을 들고 몇번이나 소개팅 하는 사람들에게 전달을 해봤으나 역시나 '노노' 이 답변을 직접적으로 전달하기 위해서 스크린캡쳐까지 해줬었다.

  그럼 이내 초보주선자와 나와의 관계도 틀어져 버린다. 쉽지 않다.

  그래서 나의 경우 소개팅을 하겠다는 여성들에게 먼저 양해를 구하고 사진을 받아 보관을 하고 있는다. 좀 될거 같다 싶으면 여성들에게 두루뭉실하게 정보를 전달한다.


  " 괜찮은 사람 있는데 진짜 하면 괜찮을거 같아. 아직 확정적은 아닌데, 사진 지난번에 빌렸던 거 잠시만 쓸게."


  혹여나 남자쪽에서 거절을 하더라도 이 경우 쉬이 넘어갈 수 있어서 어느 사이도 틀어지지 않는다. (남자쪽에 사진 수십장을 나름 선별해서 전달해 줬는데  너무 많은 거절을 놓으면 너가 알아서 구해 라며 혼자 토라진 적은 있었다.)


  사진이 어느정도 마음에 들면, 여자쪽에 구체적인 남자 정보를 건네고 ok가 떨어지면 남성에게 의사를 물어보고 최종 결정하면 소개팅은 시작이다.


  솔직히 아직 대한민국에서는 남자쪽에서 밥을 많이 산다. 그래서 보통 여성분들에게 맘에 들지 않는다고 하면,

  " 커피 마시는 시간만이라도 내줘. 돈 나가는거 아니잖아. 혹시 또 어떻게 될지도 모르고.. "

  라고 꼬셔서 소개팅 장소에 내 보낸다.


  가장 큰 문제는 30대 남성들은 이쁜 20대 후반 여자를 찾는 것에 있다. 돈은 어느 정도 벌고 이제는 차도 있으니, 만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내 객관적인 입장은? No. 다. 일단 가정을 해야되는게 30대 남성들은 어느정도 여유가 있고 외롭다 보니 저녁에 클럽이나 나이트를 많이 방문한다. 거기엔 남녀 모두 오픈 마인드니, 놀 수 있는 실탄(돈)만 장전되어 있으면 이쁘고 어린 분들을 만나 하루는 놀 수 있다.

  문제는 여기에 있다. 하루 놀 수 있는거랑 평생을 함께 할 수 있는 건 다르다. 20대 후반 여성들은 바보인가? 가장 이쁘고 능력도 좋고 자존감이 있는 나이, 굳이 늙다리 남자들을 만날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그리고 하나의 더 큰 문제. 옛날과 같이 뜨거운 사랑을 꿈꾼다. 모든 걸 다 포기할 나만의 피앙세를 찾는 분들.. 진짜 이게 어렵다. 만들어 줄 수는 있다. 진짜 진짜 이쁘고 착하신 분들 해주면 눈이 돌아가더라.. 근데 그런 사람들이 없다. 왜? 눈치빠른 늑대들이 어렸을 때 데려가 버렸다.


  여튼 100% 만족되는 사람을 찾기 쉽지 않다. 결혼을 하려면 현실과 어느정도 타협을 해야된다.

  결혼을 한 입장으로써, 수많은 결혼을 시킨 입장으로써, 결혼을 한 선배들의 얘기를 들어보면 다 똑같다.


  " 사랑에 빠질만한 사람을 만나서 결혼을 하려면 어렸을 때 만나야 한다. "

  " 마음에 100% 드는 사람은 시간이 갈수록 더 없다. "


  소개팅을 다녀온 30대 남성이 후기를 말해준다.


  " 길에는 이쁘고 착한 사람들 다 깔렸는데, 왜 나만 없을까? 이번에도 걍 그랬어. 혼자 살까봐."


  그래.. 내가 봐도 넌 혼자 살 거 같아. 미스코리아 와이프는 이번 생에는 없을 것 같다.

매거진의 이전글 소개팅전문가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