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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둘아이아빠 Dec 21. 2020

소개팅전문가

자존심과 결혼

 ' 형 ! 잠깐 시간돼? '

  저녁 10시. 카톡 하나를 보내고 내가 읽자마자 전화가 온다. 유부남, 아이둘 아빠에게 이렇게 뜬금없이 전화를 하는 사람은 싱글들 밖에 없다.


  " 여보세요? 무슨일이야? "


  사실 대충은 알고 있다. 대학교를 졸업하고서 후배가 나에게 연락오는 일은 소개팅을 해달라고 하거나, 소개팅에 대한 후기를 말하거나 다.  소개팅은 3개월전에 했었으니, 후기는 아닐테고 소개팅을 해달라는 거겠지?


  " 너 괜찮으면 소개팅 찾아줄게. "

  " 아니 그게 아니고.. "

  " 엥 ? 그럼 무슨 일이야? 설마? 안부?? "

  " 아니.. 그 애 있잖아. 3개월 전에 했던.. "

  " 아~! 왜? 끝난거 아니였어?"


  소개팅을 해줬던 여성분의 경우 후배 이후에 다른 사람을 해줬었고 잘 풀려서 그 사람 부모님과도 사를 했다. 그런데 왜?

 

  " 아니, 수, 목, 금으로 만났는데, 토요일 만나기전에 싸워서 형이 좀 난처할까봐. 연락했어. "


  혼자 해결할 수 있고, 벌써 지난 일을 얘기한건 답답해서다.


  " 잘 하려고 그러는거야? 아니면 별로라고 그러는거야? "

  " 자꾸.. 너무 재는거 같아서.. 어장관리안에 들어와 있는 거 같고.. "


  솔직하게 상황을 얘기를 해주고 싶었다.

 ' 그 사람 어장 관리 맞고 만나는 사람도 있다고.. 아마도 지금 만나는 사람이랑 무언가 잘 안풀려서 연락을 했는데, 주말이 되니 다시 풀고 만나는 것 같다고.. '

 주선자 제1법칙. '전화번호를 넘긴 순간부터는 남의 연애에 간섭하지 마라. ' 그렇게 후배 얘기를 듣고만 있었다.


  " 애들은 잘 키우고 있어? "

  " 응 그야 뭐.. 너도 얼른 결혼해야되는데.. 내가 최대한 짝을 찾아볼게. "

  " 아, 응 고마워.. 나 평택근무인건 알지? "

  " 응, 알아 알아. "


  그 소개팅 여성 분과 잘 안된 이유가 평택 발령이었다. 자기는 평택에서 살 수 없다고, 서울에서 거주 할 수 있는 사람을 찾아 달라고 했었다.


  " 또 연락할게. "

  " 응 소개팅 구하면 연락줄게. 잘자고. "


  사실 서울에 사는 나로썬 평택에 거주하는 친구를 해주기가 쉽지 않다. 30대 소개팅의 특성상 자기의 시간을 이동에만 빼앗기는 거 자체를 싫어하기에 되도록 같은 지역의 사람을 선호한다. 지역이 아니다. 같은 구 사람을 선호한다. 옛날에 비해 연애 자체가 게을러 진거 같다.

  착하긴 한데, 알아서 구하기엔 숫기가 없고 말주변이 없어서 잘 도와줘야 결혼할 수 있는 타입이다. 사탕발린 말도 잘 못하고, 소개팅을 하기 전에 항상 이런 식으로 상대방에게 의사를 물어봤단다.


1. 중식을 먹고 카페가기

2. 한식을 먹고 카페가기

3. 카페만 가기

객관식으로 드리겠습니다. 이중 선택해 주세요.


  센스 부족한 후배는 둘째치고 갑자기 여성 소개팅 분이 너무 했다고 생각이 들었다. '나랑도 사이가 있는 사람인데 진짜 대단하다. ' 싶었다.

  자존심이 없는 건가? 이래저래 연락하는 돌리는 거 상대방은 다 알텐데.. 그 사람하고 잘 만난다고 하지 않았었나?

  그 여성분과 만나는 친구는 중소기업에 다니고 부모님과 같이 사는 집은 성수에 있다. 이 분 또한 착하다.

  결국 여성분은 대기업과 중소기업 선택권과 서울과 평택 중에서 중소기업 서울권 거주를 택했는데 왜 또 지금에 와서 헤매는거지?

  내가 여성분에게 해준 말이 있다.


  " 다다익선. 결혼 전에는 무조건 많이 만나. 선택지가 많아야 선택도 할 수 있고 비교도 할 수 있어. 그대신 선택은 빨리해. 상대방도 바보가 아니야. 마음이 둘로 쪼개저서 집중을 못하는 건 다 알게 돼. "


  다다익선을 실현 중인가 보다. 하긴 나에게 보여지는 이쪽저쪽 왔다갔다하는 모습이 그 분에겐 무엇이 중요하리, 결혼하면 식장까지만 유지되는 이성 친구인 것을..


  아마 그 여성분은 그리 생각하겠지.

  '좀 더 좋은 사람 만나기 위해서 최선을 다하는 것 뿐이잖아요. 앞으로 50년은 같이 살건데, 자존심이 뭐가 중요한가요? '

  맞는 얘기다. 그리고 뭐.. 다른 사람 연애 얘기 낄 생각도 전혀 없다. 강건너 불구경이다.


  사실.. 전화해서 물어보고 싶다. 무슨 일이 있냐고 왜 만나냐고.. 참자 참자.. 어짜피 여성분도 알아서 전화가 올거다.

  생각 하는 찰나~! 전화가 왔다. '따르르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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