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둘아이아빠 Dec 28. 2020

소개팅전문가

사람은 변하지 않는다.

  내가 결혼하기 전 해주었던 소개팅 이야기다.

  나의 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 친구 였던 그는 매우 인기가 많았다. 초등학교 때 부터 전교회장을 맡아 했었고 성장을 거듭할수록 인기는 더해만 갔다.  

  그 친구와 많이 친한 사이였으나 내가 재수를 하면서 많은 친구들과 사이가 멀어졌고 그 친구와도 멀어졌다.


  그 친구와 다시 연락을 하고 친하게 된건 군대를 다녀와서 였다. 친구는 키도 못본 사이에 180 가까이 커졌으며 인서울권 대학교에도 진학하면서 예전 명성을 이어갔다. 그 학교 그 학과에 아는 이가 있었는데, 내 친구 별명이 '구찌오빠'였다. 명품 옷을 잘 입고 폼이 난다는 이유였다. 업도 잘 됐다. 대기업에 버젓이 입성을 했기 때문이다.


  그 친구와 인생이 심하게 엮이게 된건 두번의 소개팅 때문이었다. 그 두번의 소개팅과 한번의 이혼에 대해서 얘기를 해보려고 한다.


  첫번째 소개팅.

  첫번째 소개팅은 같은 동기의 여자 동생이었다.

  인서울권 대학교,  털털한 성격, 보통의 외모, 보통 체격,

  부모님은 장군, 오빠는 노는 걸 좋아하는 인기 많은 삼수생

  부모님은 스펙을 여자동생은 얼굴을 무척 봄.


  우연찮게 동기네 집에 군대 내 사택에 놀러갔었다. 아버지께서 그 사단의 장군이셨던지라 사택은 마당이 딸려 있었다. 군인아저씨들과 운동을 같이 했고 저녁엔 마당에서 고기를 구워먹다가 동생을 알게되었고 동기가 자리를 비운사이 연락처를 주고 받았다.

  " 그럼 서로 소개팅 해주기로 한거예요. "


    그 날 이후. 나는 동생게 딱 맞다고 생각되는 내 친구를 해주었다. 그리고 내 예상대로 그들은 몇일 되지 않아 사귀기 시작했다. 사귀기 1년이 다 되었을 무렵부터 문제는 시작됐다.

  일단 내 친구는 생각보다 젠틀한 사람이 아니였다. 주말 저녁만 되면 친구들의 이름을 빌려 핑계거리를 만들어 냈고 나이트나 클럽을 전전하면서 복잡한 여자 관계도를 만들어 나갔다. 나도 내가 모르는 사이에 핑계거리로 몇번 이용당했다.

  하루는 여동생에게 전화가 와서 연락이 안된다며 옆에 있으면 바꿔달라고 말했다. 그 때 당시 얼버무리며 넘어갔었는데 한번이 두번이 되고, 어느새 그 커플을 보니 끝도 없이 거짓말을 하는 사이가 되어 있었다.

  덕분에 몰랐던 친구의 모습을 알게되면서 나 또한 하나둘씩 신용이 가게 되지 않았다.

  여동생의 사랑은 집착으로 바뀌어 있었다. 남자의 집에 찾아가서 기다리는 건 기본이었으며, 회사 앞까지 찾아가 기다리는 걸 반복했다.


  결국 이 집착의 끝은 나에게 까지 넘어왔다.


  가족과 함께 추석으로 내려가는 길. 전화가 한통 걸려 왔었다.

  " 너 미쳤냐? 너 돌았지? 동생 소개 너가 해준거라며! "

  " 왜 그래, 오빠, 내가 해달라고 한거라니깐.. "

  전화기 너머엔 동기와 동기의 동생 목소리가 들렸다.

  " 내가 잘 말할게. 이렇게 될줄 몰랐어. "

  " 뭘 잘 말해. 너 나랑은 끝이고, 얘 인생 어떻게 할거야? "

  동기의 얘기를 들어보니, 여동생은 지독히 힘든 사랑을 이어가고 있었다. 매일매일 집에선 울고, 다니던 회사도 연차를 내기 일수였단다. 중요한건 내 친구의 실체를 다 알고 나니 다 거짓말이었단다.


  " 그 대기업?! 내가 아는 사람도 거기 다녀서 직장내 인사기록 찾아보라고 했는데, 없는 이름이란다. 어쩔거냐 너! "


  나도 몰랐다. 나 뿐만이 아니라 그 친구와 같이 만나는 친구들도 다 그리 알고 있을텐데..


  " 진짜 몰랐어. 내가 정리해볼게. "


  추석가는 길에, 아버지는 무슨놈의 전화를 한시간씩이나 하냐며 화를 내셨고 그렇게 통화를 마치고 친구는 따로 만났다. 친구의 자존심상 대놓고 물어볼 수는 없었다. 그 친구와 얽히고 섥힌 친구들이 진짜 많았다.


  " 헤어졌으면 좋겠어. 그 분 오빠가 지금 난리야. "

  " 그렇게 해볼게. 그 사람도 난리네.. "


  생각보다 쿨하게 끝나는 듯 보였다. 동기와의 관계는 어짜피 대학교도 졸업했고, 이 정도 사이인가 보다 싶어 정리 했다. 나중에 그 둘의 관계는 정말 연애의 더러움의 끝까지 갔다고 다른 친구를 통해 듣긴했다. 결국 나와의 약속도 지키지 않은듯 했다.


  그렇게 또 시간이 흘러, 친구는 싱글이 되었고 지난 날들의 반성과 사과와 함께 나에게 연락을 해왔다. 정말 괜찮은 사람있으면, 결혼하고 싶다고, 부모님도 결혼하라고 한다고.. 직업이 불투명한 상태였고, 경마장을 취미로 다닌다는 소문이 건너건너 들려왔지만 그래도 20년이 넘은 친구였기에 한번의 기회를 더 주기로 마음 먹었다.


  두번째 소개팅.

  부모님은 독실한 기독교 집안. 외모는 예쁨, 센스도 있고 체격은 마른편. 직업은 있었으나 현재는 결혼을 준비하려고 그만 두었음. 개인 차가 있었으며 활발함. 전문대 졸업.


  두번째 여성분은 우리집과 가까이 사는 아는 동생이었다. 고등학교 때 친하게 지내던 후배와 술자리를 하던 중 친구라며 데리고 나온 여자 아이였다. 술자리에서 소개팅 얘기가 나와 주선자로써 내 자랑을 하던 중 자신은 착한 남자가 이상형이라며 소개팅을 해달라며 졸랐다.

  전 남자친구를 보여주면 좀 더 정확하게 알 것 같다며, 보았고, 그 외모는 정말이지 모범생 그 자체였다. 동네 친구로 자주 보자고 말을 나눴고 그날 집에 가는데 같은 방향이라 깜짝 놀랐다. 알고보니 바로 건너편 집. 그렇게 집 앞 놀이터에서 맥주 한잔을 더하다가 친해졌다.

  솔직하게 나도 끌렸었다. 너무 착하게 대해주고 그 오묘한 눈빛이며, 가끔 일을 하고 집에 오면 ' 맥주한잔?' 연락이 와서 집 앞 놀이터에서 만났는데 너무 편안하고 좋았다. 주선자인 내가 흔들리는 상황. 약속은 약속이니 소개팅을 해주기로 했고 때 마침 그 친구가 생각나 다리를 이어 주었다. 약간 그녀의 이상형과 먼 친구를 해줬었다.


  하지만 내 예상과는 달리 둘은 너무 잘 맞았나 보다. 소개팅 이후 매일 만나고 있었다. 친구와의 관계도 있고 주선자로써의 지켜야할 선도 있고 해서 나의 감정에 대해 고민하던 찰나. (나는 그들이 매일 만나는지도 모르고 동네친구와 저녁때마다 맥주를 마시고 있었다. 10년 지기 친구가 잘되어 간다며 문자를 스크린캡쳐해 주는걸 보여주었는데, 이 여성분은 나와 이 친구 사이에서 줄타기를 하고 있다는 걸 알게되었다.) 깔끔하게 정리했다. 내 연애 경험상 지지부진한 관계는 결국 다 잃게 되는걸 알고 있었다.


  가끔 그녀가 연락을 딱 끊은 나를 이상하리 생각했고 결국 서먹서먹해졌다. 6개월 뒤. 그 둘은 결혼을 준비하고 있었다.

친구보다 재수씨가 될 사람에게 먼저 연락왔다.


  " 오빠, 고마워서 밥 한번 살게요. "

  " 밥은 부담스럽고 집앞에서 커피나 하자. "


  오랜만에 만나 담소를 나누었다. 얘기를 하는 내내 불편했다. 나에대한 감정 때문이 아니라, 친구와의 연애가 이전 연애와 다른 바가 별로 없었기 때문이다. 여자아이는 집착을 하고 있었고, 친구의 직장이며 행동이며 다 거짓말인걸 알고 있었다.


  " 왜 결혼하려는거야?"

  " 이제와서 다 솔직하게 얘기 했고, 부모님 인사도 드렸는데 너무 좋은 분이시더라구요. "

  " 나는 주선자로써 반대다. 진짜 이건 아닌거 같아. 나도 사실 친구한테 너에 대한 얘기를 들은적이 있었거든. 너가 친구들하고 놀러가고 있는거 몰래 미행하고 있다고.. 알고보니깐 클럽이었다고.. 서로 이런 상황인데 결혼하는게 말이 돼? "

  " 그럼, 오빤 그런 사람인줄 알고 왜 해준거예요? "

  " 미안해.. 나도 이 정도 일줄은 몰랐어. "


  결국 그 자리에서 설득을 시키지 못하고, 잘 살라고 인사하고 나왔다. 친구가 청첩장을 돌린다고 친구들을 모았을 땐, 친구들에게 이 모든 사실을 다 폭로 하려고 했으나, 오지랖인것도 같아서 혼자만 알고, 혼자만 그 자리에 참석하지 않았다. 당연히 결혼식도 참석하지 않으면서 그 친구와의 관계도 정리 되었다.


  그로부터 1년 후. 나는 친구 너머로 그 부부의 얘기를 듣게 되었다. 결혼한지 3개월차에 솔직하게 얘기를 했던 직업도 거짓말 이었으며, 3000만원 정도를 경마장에 부었다고 했다. 여자 또한 몰래 클럽과 나이트를 다녔다. 결국 남자의 휴대폰에서 바람의 흔적을 발견한 여자는 남자를 내쫒았고, 따로 생활하던 그들은 이혼을 했다고 했다.


  물론 그 당시 청첩장을 받으러 갔던 친구들도 추후에 직업이 거짓말이었다는 얘기를 듣고 모두 연락처를 지웠다.


  지금? 이전에도 말했지만, 친구관계도가 얽히탓에 얘기가 전해져 들려온다. 그는 역시나 경마장에 다니고 있으며, 어떤회사에 다니고 있는지 아무도 모르고, 클럽과 나이트를 다닌다고 했다.


  사람은 변하지 않는다. 그 사람의 본성대로 흘러가게 되어있고 변하더러도 원래대로 돌아온다.

  사람은 끼리끼리 만나고 끼리끼리 비슷한 사람에게 끌린다. 다행이도 이번 교훈은 강건너에서 보고 경험했다.

  

  

매거진의 이전글 소개팅전문가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