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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둘아이아빠 Dec 28. 2020

소개팅전문가

소개팅의 맛

  주선자로써 매우 보람된 순간이 있다. 바로바로.. 둘 사이의 관계에 있어서 절대 만날 수 있는 접합점이 없을 때, 주선자의 힘으로 운명의 끈을 이어놓았을 때다.


  내가 형을 알게된건 정말 우연이었다. 대학교시절 취업에 필요한 스펙도 쌓을겸, 새로운 경험을 쌓기위해 이래저래 찾고 있을 때였다.

  대학교 사이트를 뒤지고 있는데, 눈에 들어온건 독도 방문 체험기. 울릉도가 정말 좋다는 말에 주저없이 이력서부터 집어 넣었다. 국가에서 진행하는 터라 뽑히기만 하면 비용부담도 없고 이력서에 한줄 남길 수도 있었다. 체험의 특이성이야 말로 최고라고 생각했다.

  뽑혔다. 200명에 달하는 합격자 중 한 사람이 되었고, 잘게 쪼게진 20팀 중에 한 그룹에 들어가게 되었다.

  거기서 만난 조장 형. 부산사투리를 거침없이 쓰고 있었고 사진찍는 취미가 있었다. 의리가 있었으면 적당한 키에 괜찮은 외모. 인기가 많아 보였다.

  주에 한번씩 독도에 대한 강연도 듣고 프로젝트도 같이하게 되면서 친해지게 되었다. 집이 부산인터라 자주는 못만났지만 3박4일의 독도 일정을 갖게 되면서 재밌는 시간을 갖었다.

  형은 리더쉽이 뛰어났고, 그 리더쉽을 인정 받아 삼성전자에 취업했다.



  미국에서 어학연수를 했다. 군대를 갓 제대하고 외국대학교에 편입할 생각으로 떠난 어학연수는 영어를 좋아하지 않지만, 도전심이 강한 나에겐 너무 어려웠다. 특히 공부를 하지 않고 대화로 영어스킬이 늘지 않을까란 기대감은 산산히 부서졌다.

  결국 편입은 커녕 6개월 코스도 다 이수도 못한채 4개월로 짧게 중도 하차를 했다. 심신이 외로움으로 지쳤던 터라 마지막 여행은 어머니 친구분이 계시다는 LA로 짧게 끊었다. 다들 한달간의 미국여행을 돈다는데, 나는 빨리 집에 가고 싶은 마음이 컸다.

  LA에 도착하자 생각보다 할 수 있는 관광이 적었다. 디즈니랜드, 유니버셜 스튜디오, 그리니치 천문대 등등..

결국 예정으로 잡았던 여행마져 지루해지자 집에 잠시 머물렀던 어머니 친구분께 인사를 하고 집에 가려고 했다.


  " 라스베거스 한번 다녀와라. 여행패키지가 있더라. 아깝잖니. "


  그렇게 신청한 여행에서 그녀를 만났다. 그녀 또한 이대에서 교환 학생차 미국에 왔었고, 여행으로 LA를 택해 왔다. 쾌활하고 이쁘고 너무 행복해 보이는 그녀. 보자마자 괜찮은 사람이란 걸 한 눈에 알아보았다.

  패키지 여행 버스 안에서 인사 한 번 안하고 끝나게 될 사이였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랜드캐년을 지나면서 사진을 찍어달란 요청을 받았고, 그 첫 인사가 술자리로.. 술자리가 한국에서도 인연을 갖게 만들었다.


  우연의 우연. 인연의 인연으로 서로 괜찮은 사람이라 생각해 엮어준 소개팅. 사로 소개팅을 해달라고 직접적으로 얘기한 바도 없었던 터라, 더 신기한 인연.

  형은 부산에서 살았지만, 취업으로 인해 수원으로 올라왔고 그녀는 뛰어난 영어실력과 사교성으로 해외 항공사에 취업해 전세계를 돌았다. 자주 만나지 못했지만 그 자주 만나지 못한 날들이 서로를 더 애틋하게 만들었던 것 같다.


  가끔 그녀와 형에게 연락이 온다. 특히 결혼기념일이 될 때마다 연락이 온다. 언제 한 번 꼭 집에 놀러오라고 말이다. 지금은 코로나땜에 놀로가지 못하고 있지만, 현재 아이까지 낳은 이 연인을 꼭 다시 만날 예정이다.


  이 맛. 난 이 맛에 소개팅을 해주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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