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환자 1000명이 넘어가는 일요일.
두 아이와 엄마 아빠는 집에서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활동적인 삶을 좋아하는 나는 집에서 보내는 하루하루가 지루하다. 무얼해주고 놀아야 할지 잘 모르겠다. 30분이야 이래저래 재밌게 놀아주는데 1시간이 넘어가고 2시간, 3, 4시간이 지나가면 정말 지루하다.
점심 쯤 되자 아내가 많이 피로해 보였다. 낮잠이 필요해 보였고 둘 중 한명을 커버 하기로 했다.
'첫째아이를 데리고 나가서 드라이브를 하거나 외가나 친가를 다녀와야지.'
" 옷 갈아 입게 런닝이랑 옷이랑 바지 양말 챙겨오세요. "
" 나가기 싫은데.. "
나가면 매일 잘 놀다오면서 집에서 나갈 때마다 그런다.
" 나가서 젤리 먹자. 그리고 엄마한테 옷 입혀달라고 그래. "
도훈이가 쫄래쫄래 엄마랑 아기가 있는 방으로 들어갔다가 옷을 들고 나왔다. 윗옷을 벗겼다.
" 엄마한테 가서 런닝 입혀 달라고 그래. "
웃옷을 벗은채로 쫄래쫄래 방으로 들어갔다. 방에서 나왔는데 다른 내복을 입은채로 나왔다.
" 안나갈거야? 내복 왜 입었어? "
" 엄마가 이거 입으라는데.. "
엉덩이를 떼고 일어나 아이 방으로 가서 런닝을 집었다.
" 오빠, 추워.. 내복 입히고 위에 입혀. "
" 더워.. 그리고 밖에 돌아다니지도 않을건데, 얘 땀 삐질삐질 계속 흘려.. "
" 오빠, 이제까지 매일 입혔어. "
" 남자애는 너무 덥게 키우면 안돼. 어렸을 때 부터 자손번식에 대해서 고민하고 입혀.(남자는 하반신이 차야지 원활한 생명이 잘 생성된다고 한다.) 그리고 내복이 땀때문에 젖으면 더 감기걸릴 확률 높아. "
" 입히라고 했다. "
" 그럼 직접 입히고, 엄마가 도훈이랑 나갔다 오면 되겠네."
" 싸우자는거야? "
" 다 너 맘대로 할꺼면, 끝까지 다 맘대로 해. "
" 육아 나보고 다 하라고? "
" 둘째는 아직 내 울타리 안에 있으니 내가 볼게. "
" 엄마, 아빠. 싸우는거야? "
거실에 윗옷을 벗다만 아이가 둘 사이에 비집고 들어와서 한소리 한다.
" 싸우면 안돼. 싸우면 나쁜사람. "
" 엄마랑 내복입고 또 옷 입고 나갔다 와. "
" 나 졸리다고, 30분만 자고 내가 할꺼니깐. 내복 입혀서 잠깐만 나갔다 와. "
" 런닝 입히면 나갔다 올게. "
와.. 아내의 고집은 정말 아무도 이길자가 없다. 싸움이 길어질까봐 둘째 아이를 들고 거실로 나왔다.
'저놈의 고집. 무조건 자기 맘대로 해야지만 직성이 풀린다. ' 고 생각하는데, 나도 런닝 입히려고 고집을 부리고 있군. 똑같은건가?
아니다. 나는 오늘 운동도 안했고, 질 이유가 없다. 맨날 졌으니 오늘은 이겨야지.
결국 실랑이 끝에 아이는 나가지도 못하고 엄마랑 방에서 책을 읽고 있는 듯 하다.
한두시간쯤 지났을까? 둘째아이는 낮잠에 빠졌고, 첫째아이는 방에서 나와 나한테 왔다.
" 아빠, 엄마 졸아. 책 읽어줘. "
피곤하긴 한가보다.
아휴.. 나같으면 런닝 입히고 옷 입혀서 나갔다 오라고 하겠다.
" 옷입고 아빠랑 나갔다 오자. "
그래도 런닝인지 내복으로 싸우는 부모땜에 못나가는 아들에게 미안했다. '고래 싸움에 새우등 터진다.' 단어가 생각 나기도 했고 내가 속 좁아 보였다. 그래, 운동하는 착하고 마음씨 넓고 성실한 남편으로써 한 번 져주기로 한다. 내복 위에서 옷을 쓰윽 입혔다. 옷이 빵빵해진다.
'진짜 더울꺼 같은데.. '
옷을 다 입히고 마스크를 씌웠다. 나 역시 후디,반바지 롱패딩을 대충 입고는 나가려는 찰나.
" 엄마한테 인사하고 가야지. "
아내가 나온다. 쓸데없는 일로 나한테 화내서 미안한건가? 그래도 아내가 속은 깊고 착하...
아내는 이내 첫째아이의 패딩 안으로 손을 넣어 바지를 치켜매준다.
그렇다. 내복을 입었는지 체크 하는 거다.
" 와, 이와중에도 내복 체크한다. 엄마 대단하다. "
자기도 좀 머쓱했는지 웃음이 터진다. 최대한 웃음 숨기고는 뒤로 돌아본다.
" 잘 다녀오세요. "
아내는 .. 정말 대단하다.
밖에 나간 그 후....
아이랑 드라이브를 하다가 아이가 낮잠을 잤다. 나도 피곤하기도 하고 어디 갈때도 딱히 없어 차에서 시동을 끄고 잠시 잠을 청했다. 질식사로 죽을까봐 창문을 살짝 열어 놓았다.
30분 정도 지나자 다리부분이 추웠다. 아이도 춥겠다 싶어 보는데, 잠을 잘 자고 있다. 맞다. 얘는 안에 내복도 입었지.. 가끔 아내가 맞기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