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와 운동 관계는 상극 관계다. 운동의 실력이 늘수록 아내와의 관계는 악화되고, 아내와의 관계가 좋아질수록 운동 나가는 횟수가 급격하게 줄어든다. 이 시소 관계에서 정말 심각한 적이 두 번 있었다.
첫째아이를 낳고 50일 정도 지났을 때 였다.
애초에 임신계획을 했을 땐 100일까지만 운동을 자제하고 참아달라고 아내가 부탁을 했었다. 하지만 평생 운동을 다쳤을 때도 깁스하고 축구를 했으니, 나에겐 쉽지 않은 부탁이었다. 아이가 태어나면 알아서 안나가겠지 싶었다. 그렇게 아내의 부탁을 수용 했었다.
그 부탁은 50일도 가지 않아 깨졌다. 가슴이 답답했고 몸이 찌뿌둥 했으며, 하루하루가 너무 길고 힘들었다. 마치 제대 100일 남은 병장이 제대 날짜를 기다리는 느낌이었다. 그 땐 강제성이라도 있었다.
하지만 운동은 나쁜 것도 아니었고, 아내가 낮잠을 자거나 티비를 보는 것과 같은 취미생활이었기에 '내가 왜 참아야 하지?' 생각이 자주 들었다.
내 기억으론 50일정돈 참은 것 같은데, 아내에게 지금와서 물어보니 하루도 참은 적이 없다고 기억이 조작되었다고 말했다.
여튼 주말이었고, 아내 또한 너무 우울해 보이는 내 모습을 보고 짧게 다녀오라 했다.
약속된 시간은 2시간.
30분 거리에 축구장이 있었다.
일요일 아침 축구는 7시에 시작되어 12시에 끝나지만 9시까지 들어오라는 명을 받았다. 6시 30분에 부랴부랴 짐을 싸고 나왔다. 아내와 아이는 자고 있어서 마음 편히 나왔다. 오랜만에 맡는 새볔 공기 냄새. 참 상큼했다.
7시 축구장에 도착해 신발을 묶고, 공을 몇 번 찼다. 발끝에 공이 닿는 촉감. 발에 공이 반동으로 튕겨져 나가는 느낌. 4년이 지난 지금도 그때의 설렌 기분이 기억난다. 정말 즐겁고 좋았다.
7시 30분. 그렇게 몸을 다 풀었다. 오랜만에 나온터라 사람들이 자기 대신 뛰라고, 많이 뛰고 가라고 응원해 주었다. 모두 경험했던터라 그 기분 잘 안다고..
11대 11. 축구공을 중앙에 놓고 킥 오프를 하려고 준비하고 있었다.
" 전화가 계속오는데? 받아봐야 할 것 같아. 왕비님 전화 누구 십니까? "
코트 밖에서 크게 소리를 쳤다.
" 제꺼예요!"
한숨을 푹 쉬고, 코트 밖으로 나가면서 다른이와 교체를 했다. 교체해 들어간 형은 전화받고 손흔들면 다시 교체해 준단다. 너무 친절했다.
전화를 받았다.
" 부재중 엄청 걸려왔네. 무슨일이야? "
전화기 건너편에선 아이의 울음소리와 아내의 울음소리가 섞여 곡소리처럼 들려왔다. 상황이 심각해 보였다.
" 왜? 왜? 누가 다쳤어? "
" 아니.. 아니.. 가슴이 너무 아파서 아이를 못 안고 있겠어. 밥도 먹일 수도 없고, 조리원에도 전화해봤는데, 아주머니 보내주신다고.. 그런데 좀 늦으시나봐.. 오빠 와야될 거 같아."
계속 울면서 얘기하는 아내의 목소리에 걱정이 됐다. 그런데 화도 났다. 정말 오랜만에.. 정말 오랜만에 나온건데.. 꼭 이럴 때만 이래야 하나..
" 천천히 아이 분유먹이고, 울지말고.. 왜 울어.. 아주머니 오시면 가슴 잘 상담하면 되잖아. "
" 오기 싫다는거야?아내가 아프다는데.. 그렇게 축구가 중요해? 엉엉... "
" 아... 진짜... 아... 너무 하다.. 갈게 갈게.. "
전화기를 끊고, 풀었던 가방을 주섬주섬 다시 챙기자 사람들이 물었다.
" 왜?가야돼?"
" 아.. 지금 가봐야 할거 같아요. 아내랑 아이가 집에서 울고 있어요. "
" 얼른 가봐. 지금 잘해줘야 돼.. 아니면 평생간다. "
차에 올라 집으로 향하는 길, 기분이 썩 좋지 않았다. 아니 정말 나빴다. 왜 혼자서는 할 수 없는 일이 이렇게도 많은지.. 드라마에서는 다들 둘 셋씩 잘만 키우던데, 내 아내는 왜 이리 약할까?
지금 생각하면 나도 너무 이기적이었던거 같다. 아마도 그 때 당시의 나도 첫 육아로써 많이 지쳐 있는 상태라서 아내가 얼마나 힘든지 이해를 못했다.
땀은 땀대로 범벅이라 차 시트는 다 젖었지, 짜증은 짜증대로 나지.. 가는 내내 분이 삭히지 않았다. 차를 주차하고 집안으로 뛰어 들어갔다.
문을 열어 젓히고 들어가자 거실 바닥에는 아이가 악을 써가면서 울고 있었고 아내는 가슴을 부여잡고 울고 있었다.
" 하나씩 하면 되잖아.. 하나씩."
우선 손을 씻고 땀을 대충 닦은 뒤 아이와 젖병을 잡고 밥을 먹였다. 배가 많이 고팠었나 보다. 잘 먹는다. 아내는 화장실에서 콜록 콜록하며 눈물을 닦는다. 이내 한 소리를 한다.
" 에휴.. 나없으면 아무것도 못해? 이제 엄마잖아. 해야지."
" 지금 그런 말이 나와? 나도 처음이니깐 그렇지. 진짜 아팠단 말이야. "
아내가 힘들었을 생각보단 내가 축구를 못했다는 거에 더 속상했던 것 같다. 그 때는 그랬다. 왜 그랬는지.. 지금 생각해보면 참 부끄럽다.
배불리 아이를 먹이자 바로 잠이 들었다. 아이를 뉘우고선 아내와 아이가 울어 당황해 하던 실내를 하나씩 정리를 해갔다. 정리를 하면서 한숨을 푹푹 연신 쉬었다.
'운동 하고 싶었는데..'
정리를 마치고 샤워를 했고 모유수유 전문가 아주머니가 오셨다.
" 어휴~. 진짜 아팠겠어요. "
아내와 아주머니가 들어간 방에서 오고가는 얘기가 들렸다. 나는 추후에 아내가 아프면 대신 해줘야 겠다는 생각으로 방문을 열고 들어갔다.
" 오빠, 나가줘. 창피해. "
" 배우려고 왔어. 다음부턴 같은 상황 안 만드려고."
열심히 지켜보았고, 궁금한건 물어보았다. 같은 상황이 발생되어 귀중한 운동시간을 빼앗기지 않기위해 정말 열심히 배웠다.
다행히 아내도 아픈게 사그라 들었는지 열심히 배우는 내 모습을 보고 웃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정말 별일 아닌 일인데, 왜 그리 서운해 하고 아내에게 화를 낸지 모르겠다. 창피하고 미안하기도 하다. 그런데, 만약 같은 상황이 지금 발생된다면, 또 나는 씩씩거리며 화냈을 것 같다. 그 놈의 운동이 뭐길래...
아내와 그 때를 생각하면 웃음이 나온다.
" 오빠, 그 때는 왜 그렇게 힘들어 했을까? 하나는 진짜 껌이었는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