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8주차에 문안하게 출산. 첫째아이는 건강하게 태어났다. 얼굴이 약간 노란 빛을 가지고 있어서 먹는것만 신경쓰면 된다고 했다. 병원에서 3일을 보내고 조리원으로 옮겼다.
조리원에서 별 탈없이 아이와 시간을 보냈고 첫째아이라 모든게 조심스러웠다.
조리원을 나가기 하루 전.
오늘은 마지막으로 내원한 의사를 만나 진찰을 받는 날이다. 황달끼를 많이 걱정한 아내는 의사분을 만나자 마자 황달끼에 대해서 자세히 물어봤다. 의사는 성심성의껏 대답을 해주었는데 표정이 영 찌부둥해 보였다. 걱정이 많은 아내는 물어봤다.
" 왜요? 무슨 문제 있나요? "
" 아니, 황달은 괜찮은데 다른데가 걱정되서요."
" 무슨일인데요?"
아내는 벌써부터 울먹울먹했다.
" 심장이 왼쪽에 있지 않은 것 같습니다. 오른쪽에 있는 것 같아요. 왼쪽에서 심장소리가 잘 들려야 하는데, 오른쪽에서 들려요. 또 이동성 고환도 문제가 있는 것 같습니다. "
철렁, 아내는 정말 부들부들 사시나무 떨듯 기겁을 했고, 나 또한 걱정이 됐다.
" 그럼 어떻게 해야되나요? "
" 큰 병원에서 진찰 한번 받아보셔야 할 것 같습니다. "
아내는 오열을 했다. 진료를 받은 시간이 저녁이었기에 내일 오전 일찍 병원에 가서 진료를 받기로 했다. 나도 아이가 걱정되긴 했지만 불안해 하며 잠도 못자는 아내가 더 걱정이었다.
" 울지마, 운다고 해결될 것도 아니잖아. 별 일 없을거야. 정밀 검사를 받은 것도 아니고 소견이잖아. "
" 진짜 큰 일이면 어떻게.. "
내가 아내보다 진정이 됐던 이유는 의사가 너무 젊어 경험이 없어 보였고, 청진기로 짚어 본게 전부였으며, 고환이 움직이는 것도 아직 작은데 확인조차 어려웠기 때문이다.
" 내일 병원 일찍 가보자. 그럼되지."
아내를 잘 달래려고 했으나, 밤새 자기자신을 탓하면서 잠 한숨 못잤다.
다음 날 아침.
조리원을 퇴원하면서 곧장 아이를 낳았던 산부인과로 직행했다. 나 또한 자동차를 몰면서 얼마나 걱정을 했는지 모른다. 티를 안내기 위해서 참고 또 참았다.
' 얘야, 너는 남들과 다른 심장을 가지고 있어. 남들은 왼쪽에 있고 너는 오른쪽에 있지. 오른쪽에 있다는 건 특이한게 아니란다. 오른손을 바른 손이라고도 하잖아. 항상 바른길로 가라고 하나님께서 만들어 주신거야. 축복 받은거지. '
아이가 조금 더 커서 이 상황에 대해 물으면 어떻게 대답을 해줄까, 고민을 했다.
그렇게 도착한 병원. 아이를 안고 소아과 병동으로 향했다. 접수를 하고 기다리는 내내 아내는 눈물을 흘겼다.
" 엄마가 미안해. 엄마가 잘못했나봐. "
" 그런거 아니니깐.. 그만해.. 일단 진료받고 얘기하자."
진료실이 열렸다. 의사는 아내의 얘기를 듣고는 아이를 눕혔다. 첩첩이 싸돈 옷들을 풀어헤쳤다. 팔뚝만한 아이는 병원이 떠나갈세라 울기 시작했다. 차가운 청진기를 이내 가슴에 대었다.
" 괜찮아, 괜찮을거야. 도담아 울지마."
아내는 눈물을 흘기며 아이를 보고 있고, 나는 의사선생님의 표정을 읽으려고 했었다. 백발에 나이가 지긋하신 의사선생님은 몇 차례 청진기를 대보시더니 청진기를 귀에서 떼어내어 목에 감았다. 표정은 덤덤했다. 이내 고환도 몇차례 만졌다. 그리고 나와 아내를 번갈아 보면서 말을 뗐다.
" 심장이 약간 오른쪽에서 뛰고 있긴 합니다. 하지만 아이의 몸이 너무 작은지라 오른쪽이라고 하기엔 무리가 있는 것 같아요. 고환도 마찬가지 소견입니다. 아이가 너무 작고 어렸을 땐 제자리를 못찾는 경우가 많습니다. 더 지켜보시지요."
나는 가슴을 쓰러내리고 아이를 다시 옷으로 싸매고 있었는데, 아내가 한마디 한다.
" 약간 오른쪽이요?? 그럼 문제가 있다는 거네요. 어떻게 해야 되나요? "
의사선생님의 약간이란 발언이 심히 거슬렸나보다. 의사선생님은 아내의 갑작스런 질문에 당황을 했다. 이내 차분히 다시 말을 이었다.
" 괜찮다는 겁니다. 그리고 아직은 몰라요. 더 커야 알지요."
"그럼, 이상이 있다는 거네요? "
의사선생님은 줄곧 '지금은 괜찮다. ' '나중에 확인하자.' '지금 확인해도 수술 지금 하실꺼냐.' 며 차분했던 음성이 아내의 계속되는 추궁에 심기가 불편해 보이셨다. 몇 번의 말이 다시 오고 갔고, 나는 아내의 손을 잡고 그만하라는 표시로 꽈악 쥐었지만, 아내는 확인을 하고 싶어했다.
" X-ray가 신생아에겐 교통사고만큼이나 안 좋습니다. 확인해 보시고 싶으시면 하시죠. "
" 네. 찍겠습니다. "
의사선생님의 격앙된 말투와 너무 쉽게 찍겠다는 아내가 이해가 가질 않았다. 병원실에서 아이를 안고 나오자 마자 아내를 보면서 말했다. 아내는 연신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 X-ray 찍으면 뭐가 달라지는데? 수술하자고 하면 할거야? 심장이 오른쪽에 있다고 해서 달라지는 거 하나도 없어. 뭐가 문젠데? 태어난지 2주된 애를 꼭 찍어야 겠어? "
" 아니 그래도, 왜 나한테 화내? 문제있으면 어떻게 할건데, 오빠가 해결할거 아니잖아. "
" 그래, 맘대로 해라. 나중에 아이 X-ray 찍게 한 엄마 너 밖에 없을거다. 후회하지마. "
아이를 데리고 X-ray 실로 들어갔다. 아이를 벗기고 가죽같은 덮게를 찍을 부위를 제외한채 모두 감쌌다.
" 방사선이 아이에겐 너무 안좋아서요. "
하반신 고환부분은 한겹을 더 쌌다. 아이는 차가운 기계와 덮게에 거부반응을 하며 울고 있었다. 촬영이 끝나자마자 진료실로 다시 들어가 의사와 면담을 했다.
" X-ray를 보시면 보시다시피 심장의 위치를 정확하게 파악할수가 없습니다. 아이 몸이 작으니 심장이 가운데에 놓여있는 것처럼 보입니다. 걱정이 되시면 나중에 다시 하시죠. "
" 지금 확인할 수는 없나요? 그래서 이상이 있어요?"
의사는 그 이야기를 듣고는 의견내는 것에 포기하셨고 말을 이으셨다. '그럼 CT나 MRI 찍으시겠어요?'
나는 의사선생님께 감사의 인사를 전달하고 아내를 강제로 끌고 나왔다.
" 이제 그만하자. X-ray 찍은거 봤자나. 너 진짜 심해. 지금 찍어도 할 수 있는게 없어. 뭔가 할 수 있을 때 그 때 해."
" 오빠가 몰라서 그래. 엄만데 걱정되서 그러지."
계속 울고 있는 아내가 걱정도 되고 안쓰럽기도 했지만 이건 아닌거 같아 바로 집으로 왔다.
그렇게 하루가 지났고, 인터넷검색을 수도 없이 해봤지만 같은 내용의 말은 없어서 안정이 되지 않았다. 어머니, 장모님 할 거 없이 모든 가족이 총 출동하고 1달이 지나서야 아내는 안정을 취할 수 있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조리원 그 의사.. 진짜 너무 한다. 자기의 말 한마디에 엄마들은 기절할 수도 있다는 걸 알았으면 좋겠다. 아마 그 의사가 조리원을 돌면서 몇번 과잉 진찰을 했을테고 병원에 달려간 부모도 많을 거다. 지금 곧 5살을 바라보고 있는 아이는 잘 뛰고 잘 놀고 있다. 심장? 어느쪽에 있는지 모르겠지만, 에너지는 넘친다. 아이는 건강하다.
- 그 후 이야기 -
X-ray를 찍게 해서 미안하다고 집에서 아이를 안고 오열을 몇번 했었다. 아내와 아이 때문에 말다툼을 할때마다 소재거리로 나오기도 했다. 그 얘기가 나올 때면 눈물을 뚝뚝흘렸다. 하지만 시간이 알아서 상처를 아물게 해줬고 얼마전 아내가 말을 꺼내기 전까지는 기억도 못하고 있었다.
그리고..
요즘에도 가끔 아내는 아이가 자고 있을 때 가슴에 귀를 대고 심장이 어디있는지 확인해 본다. 물론 고환의 위치도..
" 오빠, 심장은 그렇다고 해도. 고환은 자꾸움직이는데? "
" 남자는 다 움직여. 안움직이면 그게 가짜야. 내꺼 확인해 보면 되잖아. 이제 그 얘기는 그만합시다. 여보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