둘아이아빠

신생아 고열

by 둘아이아빠

둘째 아이가 태어난지 5일 차, 조리원에서 였다. 전날부터 분유를 먹거나 모유를 먹어도 토한다며 다른 아이들과 격리됐다. 원장 선생님은 단체 감염이 의심되는 장염 검사를 진행 했는데 음성으로 확인됐다.

아이의 미열이 의심되는 상황이었으나 태아의 경우 열이 내려갈 수도 있어 하루만 지켜보기로 했다.

밤새 2시간 간격으로 측정된 온도는 38도를 넘나 들었다. 회사에 출근했다가 바로 휴가를 내고 나왔다. 병원 진료를 시급히 받아야 한다고 조리원 원장님께서 말씀하셨다.

조리원으로 향하는 차 안, 드라마에서 본 나쁜 스토리들(신생아가 죽거나 아픈 모습들)이 머릿속을 휙 지나갔다. 어제 걱정되서 찾아본 인터넷 내용들도 계속해서 떠올랐다. (고열이 오래유지되면 뇌 성장에 영향을 주어 뇌 장애를 가질 수 있다는 내용)

조리원에 도착하자 원장 선생님과 아내가 아이를 들고 같이 나와 있었다. 아내는 울었는지 눈이 시뻘겋다.


" 근처 작은 병원, 큰 병원 다 전화를 했었는데, 열이 있으면 안받는다고 하네요. 대학병원으로 가보시겠어요? "


고열은 코로나 의심 환자로 분류되고 감염 전파를 무서워한 병원들이 진료자체를 거부를 한 것이다.


" 아이 태어난 병원도 거절해요? "


아이가 태어난 산부인과. 퇴원한지 2일밖에 지나지 않았기에 산부인과에서 아픈게 시작된게 아닐까 의심이 섰다. 고열의 원인이 될 수도 있는데 왜 안받는다는 건지 착찹했다.

가장 가까운 이대목동병원으로 향했다. 이대목동병원 주차장에 들어서는데 전쟁이 난 것 처럼 모두 분주해 보였다. 신생아가 아픈건 처음이기에 어디로 가야할지 몰라 헤맸다. 정말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다.

차를 대충 세워두고 이건물 저건물 찾아다녔다. 방문록에 QR코드며 다른 건물들을 방문할 때마다 적는데 무슨 의미가 있나 싶었고 화가 치밀어 올랐다. 결국 안내받은 건 코로나 선별 응급 진료소.

차를 응급 진료소에 가까이 세워두고 인터폰을 눌렀다.


" 저기 아이가 고열이라서요. 빨리 진료를 받아야 할거 같아요. "

" 지금 코로나 격리 병실이 모두 차 있어서요. 병실이 나갈 때 까지 기다리셔야 되요. "

" 태어난지 5일된 아이 입니다. 어린이가 아니예요. 신생아예요. "

" 온도는 몇도예요? "

" 38도를 넘었습니다. "

" 아버님, 다른 병원을 찾으러 가시는게 나을 것 같아요. 아버님보다 일찍 온 4세 아이도 차에서 대기하고 있습니다."


응급 진료소 앞에 우리 차말고 다른차가 한 대 주차되어 있었다. 앞 자리엔 할아버지, 할머니가 계셨고 뒷 좌석엔 아이를 꼬옥 안고 있는 엄마가 보였다. 아이의 큰 정도를 보았다. 내 아이는 신생아 였기에 급하다고 생각 했다. 하지만 저들 또한 급하다고 똑같이 여기겠지..


" 알겠습니다. 기다리겠습니다. 어디에서 대기하고 있으면 될까요? "

" 차 안에 계시면 연락드릴게요. "


차 안에 들어와 상황을 얘기해 주었다. 다들 병원에 대한 비난을 한바가지 쏟아내놓고는 아이의 상태를 보았다. 시름시름 앓고 있는 아이의 모습. 원장선생님은 추가 분유를 가지고 오시겠다며 나가셨다.

생각보다 오래 기다렸다. 9시에 간 병원에서 벌써 1시가 넘어가고 있었다. 점심시간이 되기도 했고, 오래기다려야 될 것 같아서 도시락을 근처에서 사왔다. 역시나 아내는 입맛이 없다며 아이를 안고 달랬다. 나는 꾸역꾸역 식사를 마치곤 다시 진료응급실로 향했다.


" 얼마나 더 기다려야 되나요? "

" 아직 모르겠습니다. 4시간에서 6시간 예상되요. "

'아, 진짜 너무한다. 이건 아니다. '


차에 올라 아내에게 얘기했다.


" 더 큰 병원으로 가보자. 연세 세브란스병원으로 가자."

응급실에서 빠져나오는데 내야되는 주차요금 2만원. 왜 그렇게 병원이 얇밉던지.. 다신 오지 않으리라 다짐했다.


연세세브란스병원에 도착하자 여기도 분주하게 움직이는 사람이 많았다. '코로나가 사람 참 힘들게 만드는구나.' 여기도 신생아가 고열이라고 하자 안내받은건 코로나 선별 검사소. 진료전 눌러야 되는 인터폰에 짜증부터 치밀었다.


" 태어난지 5일된 신생아구요. 고열입니다. 진료 가능할까요? "


나는 진정하고 또 진정하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내 말투에서 떨리고 초조함이 베어나왔다.


" 신생아 예요? 빨리 들어오시죠. 보호자는 한분만 가능하십니다. "


순간 눈물이 왈칵 쏟아졌다. 차에서 기다리는 아이 엄마에게도 내용을 잘 전달하고 응급실 안으로 들여 보냈다. 아내도 내 얘기를 듣는 순간 눈물이 흘렀다. 얼마나 힘들었을까.

내가 할 수 있는건 밖에서 아내와 아이, 아이의 분유를 챙기러간 원장님을 기다리는 일 뿐이었다. 시간은 안갔다. 내심 결과가 빨리 나오길 기다리면서 아내에게 전화와 카톡을 연신했지만 아이를 안고 있느라 답이 없었다.


원장님이 도착했다. 너무 감사드린다며, 아내를 기다리며 사놓았던 음료수를 챙겨 드렸다. 둘은 병원 진료소 앞에 쭈그려 앉아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었다. 분유는 안으로 전달이 되었고 1시간 좀 넘게 기다리자 코로나 결과는 음성으로 확진 받았다. 아내가 그제서야 전화 했다.


" 신생안데 코에 면봉을 넣더라고 얼마나 가슴이 아픈지.. 다행이 병실에 자리도 있어서 바로 입원 가능 할거래. 코로나 결과 기다리는 동안 항생제나 해열제는 놓을 수가 없대서 기다리고 있었어. 이제는 치료가 가능하다니깐 다행이지?"


아내의 목소리엔 심신이 모두 지쳐있는 모습이 그려졌다. 코로나가 음성으로 확인되자 그제서야 일반 병동으로 이동하며 아이와 아내를 볼 수 있었다. 인큐베이터에 누워있는 아이는 작디 작았다.

아이는 소아과 중환자실로 이동했다. 보호자 한명만 서명 및 동의를 위해 들어 갈 수 있었고, 나는 병원에서 요청한 물티슈 및 각 티슈를 편의점에서 3통씩 사와 간호사에게 전달했다. 아내가 나온건 저녁이 다 되어서 였다.


" 항생제를 넣으면서 많이 진정됐고 고열도 내려갔대. 고열이 있으면 뇌에도 문제가 될 수 있어서 CT나 MRI 촬영도 진행 할거래. 각 의심되는 세균들 검사며, 몸에 이상이 있는지 검사까지 하면 한달 후에나 퇴원이 가능하다고 그러네. "


휴우.. 한숨 놓았다. 내 뇌리를 스쳐지나간 나쁜 생각들은 저멀리 밀어냈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좋은 병원에 있는거다. 아이가 아플 때 이만한 선택이 없을 거다.


그 후, 코로나 감염 때문에 아이 방문은 못하고, 아내는 눈물과 함께 조리원에서 아이 없이 보냈다. 가끔 내가 모유와 물티슈와 각티슈를 전달하러 병원을 찾아갔지만 아이는 볼 수 없었다.

종종 아내에게 오는 전화와 문자로 아이의 상태를 확인 할 수 있었으며, 다행히도 아이는 고열을 이겨내고 있었다.


퇴원 날.

어느새 1달이 지나 있었다. 친가나 외가 모두 아이를 걱정해준 탓에 건강하게 나올 수 있었다. 아이의 병명은 각종 검사를 진행했는데 나오지 않았다. 추후 병원에 2~3차례 방문하여 심장 검사 및 폐 검사를 진행한다고 했다. 병원비는 650만원이 조금 넘게 나왔지만, 신생아의 경우 국가에서 다 지급해 준다고 했다. (국가 충성도가 상승했다.) 그리고 조리원에선 아이가 없던 날은 3만원씩을 제외해 주었다.


아내와 아이를 데리고 집으로 가는 내내 기분이 좋았다. 우여곡절이 있었고 눈물을 한바가지 쏟아냈지만 이제 4명의 가족이 됐다는 걸 실감 할 수 있었다.


- 그 후 (한참 후) -

아내가 둘째를 안고 재우기 사투를 벌이고 있다.

" 제발 좀 자라. 제발 좀. 엄마 힘들다. 이제 좀 쉬자. "

아내의 목소리가 격양되어 가자 첫째와 놀고 있는 나는 한 마디 한다.

" 건강만 하라며 ㅎ 건강하면 모든 짜증 다 받아주겠고 모두 다 해주겠다며.. ㅎ 그렇게 기도한게 100일도 안 지났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