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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둘아이아빠 Dec 28. 2020

둘아이아빠

새볔행 지옥열차

  내일은 주말이었다. 주말 아침엔 운동을 나가야 했다. 장모님의 시간과 아내의 허락이 필요했다.

  장모님의 시간의사를 여쭈어 보기전에 꾸깃꾸깃 모아두었던 비상금 일부를 전자봉투와 함께 전달해 드렸다.

  아내에겐 들키지 않은 몰래한 운동시간을 제외하면 이번주인 0시간 운동을 했기에 허락이 쉬웠다. 단 조건이 붙었다.


 '육아에 충실할 것.'


  퇴근하기 전 장모님께 연락 드렸다.


 '오늘 방어 드시러 오세요. '

 '용돈이랑 방어 때문이 아니라, 내일 몇시에 운동하려고?'

 '오전 7시. 3시간 입니다. 감사하고 죄송해요.저도 용돈이랑 방어 이러려고 드린건 아니예요.'


  장모님은 저녁 식사시간에 맞춰 오셨다. 기분좋게 식사를 모두 마치고, 첫째아이와 둘째아이 모두 잘 재우면서 주말 전날의 준비를 모두 끝냈다.

  거실에서 이불을 펴고 일찍자려는데, 아내와 둘째아이가 심상치 않았다.


  " 오빠, 나는 오늘 첫째아이 방에서 같이 자려고. "

  " 그래, 잘자~!. "


  우리는 우리의 독립적인 삶을 위해서 두아이 모두 따로 재우는 습관을 몸소 실천했는데, 오늘따라 첫째아이와 잔다고 했다. 이 사건에 추후 나에게 재앙으로 다가 올지도 몰랐다.

  '쾅. '

  장모님과 아내 모두 자러 들어갔다. 핸드폰 알람을 설정하고 베개에 누웠다.


 "응애 응애 ~!"

  둘째 아이가 운다. 요즘에 한두번 깨기도 해서 자연스레 몸을 움직여 둘째아이 방으로 갔다. 손으로 주섬주섬 아이 머리맡에 놓은 쪽쪽이를 찾고, 다른 손으론 아이의 울고 있는 입을 찾는다. 쪽쪽이를 물리고 밖에 나왔다.

  이불을 덮고 다시 자려는 찰라. 아이가 또 운다. 이번엔 방에 들어가 쪽쪽이를 물리고 가슴을 몇번 토닥여 준다. 조용하다. 다시 나왔다. 눈을 잠시 부쳤다. 정말 잠시..


" 응애. 응애. "

  다시운다. 잠결에 일어나 쪽쪽이를 물리고 바로 나왔지만, 이내 다시 운다. 자리에 가보니 쪽쪽이가 아이 볼 옆에 떨어져 있다. 다시 주워 아이 입에 물린다. 다시 운다. 다시 물렸다. 잡고 있었다. 몸 움직임이 적어졌다. 혹시나 싶어 아이 침대 옆에 베개를 깔고 누웠다. 기절했다.


"응애, 응애. "

  다시 운다. 머리가 울리고 아프다. 핸드폰시계를 쳐다보니 새볔 2시가 좀 넘었다. 쪽쪽이를 물려 놓고는 화장실에 다녀왔다. 방이 깜깜해 잘 안보이길래 핸드폰으로 후레쉬를 켜보니, 아이가 쪽쪽이만 입이 물었지 쌩쌩해 보인다.

' 아, 주여.. '

짧은 찰나에 탄성이 나오면서 기도를 잠시 한다.

'제발.. 잘 수 있게 해주세요.'

아이를 완벽히 재우기 위해, 아이를 안았다. 좌우로 왔다갔다 하며, '쉬' 를 끊임없이 들려줬다. 아이가 아직도 말똥말똥하다. 다리가 아파와 거실 쇼파에 앉았다. 나도 모르는 사이 아이를 어깨에 걸치고 잠이 들었다.


"응애, 응애."

아이가 다시 운다. 나도 모르게 아이에게 조용하게 말한다.

"제발 자자. 진짜 피곤해.. 왜 안자니? 내가 뭘 잘못한거니?"

아이를 좌우로 흔들면서 자리에서 일어났다. 어두워 잘 보이지 않는 벽걸이 시계에 가까이 가서 시간은 본다.

2시 50분. 가슴 속으로 탄성이 나온다.

 '설마, 이거 알고 방에 들어가서 잔다고 한거야? 아.. 진짜 이건 아닌데.. 옆에 그냥 눕히고 올까? '

  내일 운동도 가는데, 이 방법은 진짜 난리난다. 참자 참자. 가까스로 졸림을 이겨내고 인간의 이성을 찾았다. 그 사이 아이가 자는 것 같다. 고개를 돌려 쇼파에 가서 다시 앉으려는데 고개가 돌아가지 않는다. 무지하게 아프다. 아이를 어깨에 짊어지고 자면서 담에 걸렸나 보다.

 '아, 내일 서브 못하겠다. 내 포인트는 거져 주겠네.'

  아이를 방에 눕히고 나왔다. 쇼파에 다시 누워 3시간만이라도 잘 자보려는 찰나. 아이가 다시 울었다.


  "응애,응애."

  나는 이성의 끈을 끊고 입을 크게 벌리고 있었다. 마치 잘 익은 복숭아를 먹는양 아이의 볼을 깨물려는 순간. '왜 나를 괴롭히는 거야!'

  첫째아이 때 새볔에 아이를 안고 원망을 하며 세게 등을 치면서 재웠던 기억이 뇌리를 스친다. 그 때의 후회는 지금까지 가슴에 남아있던 찰라 공격적으로 날카롭게 뻗었던 이빨은 입술로 바뀌어 뽀뽀를 한다. '쪽'

' 아빠가 순간 너보다 테니스를 선택할 뻔했다. 진짜 미안해.'

  너무너무 졸렸다. 어제 말고 그저께 저녁에 일찍 자놀걸 생각이 든다. 아이가 아픈게 아닌가 싶었다. 그 졸린틈에도 체온기로 아이 귓속에 넣어 체온을 잰다. 정상범위다. 그럼 무슨 일이지?


"원더위크?"


  개인적으로 육아에 떠도는 단어들을 굉장히 싫어한다. '육퇴'며, '독박육아'며 나쁜 말이 많은 것 같아 입에도 올리지 않지만 오늘은 자연스레 내 입에 오른다.

  아이의 등을 두드리며 아내를 잠시 생각한다.

 '이렇게 울고 있는데 진짜 못됐다. '

  방에서 나오지 않는 아내를 생각하며 왔다갔다 20분. 아이가 잘 기미가 보인다. 눕혔다. 쪽쪽이를 다시 물렸다. 아이 옆을 떠나 쇼파로 가기 전 기도를 잠시 한다.

 ' 제발 도와줘. 아빠는 이 낙으로 육아를 버티고 있어. 내일 잘해줄게. 도와주렴. '

  쇼파에 갔다. 핸드폰을 들어보니 3시 15분. 눕자마자 기절한다. 진짜 졸렸다.


 "응애 응애."

  와.. 이건 진짜 너무했다. 그냥 무시하고 자야지 싶었으나 울음소리가 더 커지고 있다. 핸드폰을 보니 5시 50분. 아이를 찾아 쪽쪽이를 찾아 물리고 나서 생각한다.

'아 진짜 오늘 운동 포기할까?'

  녹초가 된 상태. 옷방으로 걸어간다. 다른 이들이 깰까봐 조용히 간다. 어제 준비를 해 놓았던 잘 개진 운동복이 눈에 들어온다. 잠옷을 벗고 운동복으로 입었다. 쇼파에 와서 다시 눕는다.  혹시나 늦게 일어나서 늦게 준비할까봐 옷을 미리 입었다.눈이 감겼다.


  부우웅, 부우웅,

  핸드폰 진동이 울렸다. 6시 40분. 졸린 눈을 비비고 녹초가 된 몸을 들고 나왔다. 현관문을 나서는 순간. 찬기운이 느껴진다. 몸 세포가 활기가 조금씩 돈다. 기분이 업된다. 둘째아이의 새볔녁 지옥열차는 정말 고생이었으나 그 열차는 목적지에 내려다 주긴 했다.

  그렇게 나는 재밌게 3시간 운동을 했다.


 - 운동 그 후 -

  따듯한 물에 샤워를 하고 나왔더니 개운하다. 몸도 상쾌하길래 저녁까지 잘 버틸 것 같았다. 허나.. 점심시간이 되자 두아이에게 시달리고 있는 내모습엔 눈이 항시 감겨있다.

 오늘 하루 일분 일초가 길다 길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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