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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둘아이아빠 Jan 08. 2021

둘아이아빠

새볔 육아

  어제 아이들이 일찍 자길래 아내에게 '영화 하나 볼까?' 권한게 실수였다. 10시에 잘 수 있는 기회가 있었는데, 얼마전 개봉한 '조제'영화가 눈에 밟혔던게 천추의 한이다.

  예전에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소설을 읽었었는데, '내용이 뭐였지? 막 재미는 없었는데, 그래도 잔잔한 여운을 남겨줬었는데.. 아내가 보면 좋아하겠다.' 싶어 고민을 한 나를 자책하고 있다.


  새볔 2시 50분. 둘째 아이는 내 앞에 매달려 있다. 왼쪽 오른쪽 체중을 번갈아 실으면서 바운스를 주는데, 잘듯 하면서도 안자고 내 앞에 매달려 있다. 벌써 20분째.

  아내가 일어나지 않아 밉다는 생각을 잠시하며, 아내가 자고 있는 방에 들어갔지만, 깨워봐야 둘다 피곤하겠다 싶어 그냥 나왔다. 얇밉긴 하다.


  차라리 영화가 재미었으면.. 아쉽다. 정말 재미 없는 영화였다. 지독히 일반적인 연애를 그렸다는 걸 알겠는데, 너무 많은 의미를 2시간 중, 마지막 30분에 쏟아 부었다. 아니 다 때려넣은 느낌이다. 무슨 의미를 주려는지도 잘 모르겠고 슬프지도 웃기지도 여운을 남기지도 않았다. 영화를 보고나서 양치질을 하는데, 설마 오늘도 아이가 일어나서 힘든 밤을 보내는 건 아닌지.. 생각하던 찰나가..


  지금 현실이 됐다. 난 진짜 졸리고, 아이는 멀뚱멀뚱 나를 올려다 보고 있고 과자나 먹을까? 입에선 단내가 당긴다. 언제자려나..


  오늘 날씨가 무척이나 춥다. 어제 난방을 따듯하게 틀어놓았는데도 거실이 싸늘하다. 영하 20도는 거뜬히 넘길 것 같았다. 그래도 아이를 안고 운동을 하고 있자니 금새 몸의 온도도 오른다. '제발 일찍만 자주렴.. ㅠㅠ '


  창 밖을 보니 반대편 아파트의 켜진 불들이 눈에 들어온다. 다들 뭐하길래 이 새볔까지 자지도 않고 있으려나.. 순간 나처럼 아이를 매고 육아를 하고 있지 않을까? 동병상련이 느껴지던 찰나, 아 맞다 아이 재우려면 불은 키지 않았겠지. 생각이 든다. 다들 자는 시간이 안 아깝나... 그래도 많은 불이 켜져 있지는 않다.


  아이가 찡얼대기 시작한다. 좋은 징조다. 졸리다는 신호다. 다행이다. 출근 전까지 밤을 새진 않을 것 같다. 시계를 쳐다보니 3시가 넘어가고 있다. 4시간 정도 자겠다. 두통만 오지 않고 졸리지만 않았으면 한다.


  아이는 쌔근쌔근 숨을 내 뱉고 고개를 내 가슴팍에 부비며 잠자리를 찾고 있다. 이제 끝이다. 졸리다. 얼른 풀고 자야지.


  오늘 새볔 육아 끝이다.

   ......


  끝 인줄 알았다. 너무 일찍 김칫국을 마셔버렸다. 아기띄를 풀고 품에 좀 안고 있다가 내려놓았더니 아이가 엎으려 고개를 든다. 급하게 손으로 더듬거려 쪽쪽이를 찾아 물렸지만 뻐끔뻐끔 쪽쪽이 빠는 소리와 함께 그는 깨어났다.


 에휴....


  한숨이 절로 나온다. 다시 아기띄를 찾아 맨다. 그래도 한 번 잘랑말랑 후엔 쉽다. 곧 아이의 피로가 몰려와 다시 뻗기 때문이다. 이번 기회엔 놓치지 말고 잘 눕혀야 겠다. 딴샹각하지 말고 집중해야지.. 그래야 나도 산다.


  아이가 다시 잔다. 제발 육아가 끝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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