둘아이아빠

무얼해도 혼난다

by 둘아이아빠

퇴근시간이 다가 오고 있다.

괜히 마음이 불안하다.

사실 오늘 저녁에 거래처 분과 시간되면 테니스를 치기로 어림잡아 약속을 했다. 아직 아내에게 말은 못했다. 일단 거래처건 친구건, 동서건, 나간다고 말하는 동시에 수없이 긴 잔소리를 하기에 아직 약속의 약자도 못꺼냈다.

어떻게 말해야 하지?

고민하는 사이 어느새 나는 퇴근 길에 올랐다. 가면서도 수없이 고민한다.

제 1안

'일이 길어져서 야근한다고 할까? 그럼 옷이랑 빨래는 어떻게 하지? 샤워는 ? 집에와서 운동 안한티를 낼 수 있을까? 중간에 전화오면 뭐라 말하지?'

제 2안

'솔직하게 말한다. 말하는 순간 "또 나가?" 하겠지? 그럼 거래처랑 하는거니깐 양해 해달라고 해도 잔소리를 하겠지.. 아이를 재우고 늦게 나가라고 하겠지..'

제 3안

사실 3안이 제일 편하다. 거래처 분께 전화해서 약속을 취소 하면 된다. 하지만, 나도 운동을 하고 싶기도 하고 거래처분과 친해지면 일석 이조니.. 일단 3안읔 고려하지 말자.

오늘은 2안을 선택했다. '솔직하게 말하기.'

우선 전화로 말하기 전에 카톡으로 선전포고를 해야한다. 거래처 분과의 대화를 스크린 캡처하여 내게 유리한 대화만 오려 냈다.

'할 얘기가 그렇게 길면, 시간되면 월요일에 한게임하지. '

이건 최후에 수단으로 사용하자.

고민의 고민 끝에 카톡에 몇 마디를 적는다.

" 저기 아내 ~! 혹시 오늘 장모님 오셔? "

" 왜 ? 또 나가게? "

" 혹시.. "

글을 적는데 전화가 온다.

" 뭔데?? "

" 거래처랑... 어쩌구 저쩌구.. 테니스 치러 가도 돼? "

" 하.. 요즘 좀 지나친다고 생각하지 않아? "

지나치긴... 저번주도 몰래 치지 않았다면 40분 운동한게 전부다..

" 그럼 일 그만 둘까? "

요새 아이를 영어유치원에 보낼까 말까 고민하는 아내에게 쨉을 한번 날려본다.

" 애기 재우고 나가 그럼."

" 아내야.. 거짓말하면 뭐라고 하고.. 솔직하게 말하면 보내준다고 해서 솔직하게 말했는데 변한게 없네.. 이럴 줄 알았으면 야근한다고 하고 약속 갈걸.. "

" 이번주 주말은 개인 시간 없어 그럼. "

아오... 일단 주말은 그때가서 생각하자.. 그때는 또 다른 방법이 있겠지. 하지만 나도 뚜렷한 대답을 하진 않았다.

" 너무한다. 집에 다왔어. "

다행히도 장모님이 집에 와 계셨다.

' 장모님 정말 사랑하고 감사합니다. '

몇차례 인사를 하고 나온다.


테니스 라켓을 등에 맨 발걸음은 가볍다. 다만 끝나지 않는 뫼비우스의 띠처럼 나는 오늘도 고민에 빠진다.


솔직하게 말하는게 나을까? 거짓말을 하는게 나을까?

정답은 어찌되었던 둘 다 혼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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