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장모님의 건강검진이 있는 날이다. 건강검진은 가는 순번에 따라서 검사를 한다. 건강검진을 시작하는 시간은 오전 6시 반. 전날 5시 40분에 알람을 맞추고 잤다. 일찍 가면 일찍 끝나는 건강검진의 특성상 1번 번호로 검사를 받아 빨리 오실수 있도록 하기 위함이다. 아침에 일어나 장모님을 깨웠다.
" 장모님~! 이제 가셔야 되요. "
" 번거롭게.. 출근해야되는데.. 혼자갈께. "
" 코로나기도 하고 차로 가는게 더 편해요. 장모님 모셔다 드리고 출근하려구요."
" 진짜 괜찮아."
일어나서 세면을 하시는 장모님을 뒤로 하고, 먼저 밖으로 나가 차에 시동을 걸었다.
장모님의 건강은 우리집에서 아이들 건강 다음으로 중요하다. 매우 이기적인 답변일수도 있는데 아이를 돌봐주시고 아내의 스트레스도 경감해주시고, 내 운동 시간도 챙겨주시는 이는 장모님 밖에 없기 때문이다.
아이를 둘 낳은 이후엔 장모님의 주말 스케쥴에 따라 아내와 내 스케쥴도 변동이 있다. 장모님께서 몸이 좋지 않으시거나 약속이 있는 날엔 꼼짝없이 둘다 집에서 육아를 해야 하기 때문이다.
잠깐 틈을 내 운동을 할 요량으로 아내보고 나갔다 오라고, 두 아이 다 보겠다 하지만, 아내는 아직 내가 믿기 힘든가 보다. 아직 120일이 갓 넘은 아이를 포함하여 둘은 보는 것도 어렵기도 하다.
그런 이유로 우리집에선 장모님의 건강은 매우 중요하다. 장모님께서 한동안 아프셔서 1달간 도와주시질 못하셨는데 그 순간은 정말 힘들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아내는 아내대로 평일 육아 스트레스를 나에게 뿜어내고 있고, 일찍 재우기 위해 아이를 체력 탈진을 시켜도 아이는 매일 저녁 11시 가까이 잤다. 주말인 기억이 없었다. 매일이 출근 이었고 투잡을 뛰는 기분이었다.
결국 장모님께 보약도 해드리고, 소고기도 잘 구워 드리고, 여가를 위한 콘서트 티켓도 맨 앞자리로 몇 차례 끊어 드리고서야 장모님은 다시 건강해지셔서 우리집에 도움을 주러 오셨다.
장모님이 옷을 얇게 입고 부랴부랴 나왔다. 왠지 그러실것 같아서 목도리랑 담요도 차에 실어놓았다.
" 장모님 차 뎁혀 놨어요. 가시면 번호표부터 뽑으시고요. 거기서 나눠주는 죽은 맛이없으니깐 나와서 맛있는 죽 사드세요. "
용돈 봉투를 건네 드린다.
" 진짜 괜찮은데.. 고마워."
코로나의 여파로 아이들은 어린이집에 가질 못하고, 아내의 육아는 나날히 갈수록 힘들어 지고 있다. 장모님께 정말 잘 해드려야 한다. 모두가 행복해지는 방법 1순위다.
그래 맞다. 이기적이다. 나도 안다. 장모님께 희생을 바라는 나쁜 사람이라고 해도 할말이 없다. 가끔 처제나 처형이
'엄마 고생 좀 시키지 마셔요.'
농담조로 말을 해도 가슴에 비수가 꽂힌다. 그래도.. 딱 1년만 더.. 아니 3년까지만..
힘든 영아 육아가 끝날시기가 오면 돈을 차곡 차곡 모아 큰 선물이라도 해드려야 겠다.
장모님 ~ 오늘 건강검진 잘 받고 건강하게 일찍오세요. 오늘 아내 혼자 두아이를 봐야되요. 죄송해요 장모님. 감사해요. 사랑해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