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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둘아이아빠 Jan 18. 2021

소개팅전문가

에이스와 비타민 1부

 에이스 형을 처음 만나게 군대를 다녀와서였다.


  " 안녕 하세요. 저는 OO학번 에이스 입니다. "

  " 형, 말 낮추세요. 저는 형보다 학번 어려요. "

  " 아, 그래? "


  군입대와 제대가 겹쳐 입학 후에 한번도 못보다 대학입학 4년이 지나서야 형과 인사를 나눴다.

  형의 첫 인상은 착한 박 해진 이었다. 약간 박해진이 무서운 잘 생긴 상이라고 하면, 형은 착한 인상의 박해진이었다.

  그뿐이랴, 땅꼬마인 내가 형을 쳐다볼때마다 목이 꺽였다. 키가 무려 186.. 훈남의 자격은 모두 갖췄다.

  형과 딱 한번의 술자리가 있었는데, 너무 친해지고 싶어서 호시탐탐 형의 옆자리를 노렸다. 내 눈에만 괜찮은 사람으로 보이는게 아닌가 보다. 그날 따라 여자후배며 남자후배며 형 옆자리가 빌 때마다 비집고 들어가는 사람이 많았다. 그덕에 형의 옆자리에 앉은건 술자리가 거의 끝나갈 무렵이었다.

 

  " 형~! 짜 옆자리 앉기 힘드네요. 형 은 앞으로 제 스페이드 에이스 카드가 될 겁니다. "

  " 무슨 소리야? "

  " 카드 중에서 가장 강력한 카드예요. 앞으로 형 연애는 제가 책임 지겠습니다. "


  그 날 형은 웃었고, 나는 냉큼 핸드폰을 들어 내 번호를 찍고 전화버튼을 꾸욱 눌렀다. 갤러리 폴더에서 사진도 몇개 골라내어 내 사진첩으로 전송했다.

  어렸을 적, 구슬 게임엔 쇠구슬, 팽이싸움엔 돌기 쇠팽이를 가지고 있으면 무적이었다. 바보짓만 하지않으면, 결코 질 수 없는 무기. 내 핸드폰엔 그 최강력 카드가 손에 쥐어진 순간이었다.


  바로 그 다음 날, 소개팅을 하나 주선했다. 어학 연수 마지막 여정으로 미국 서부 여행을 했었는데, 거기서 알게된 인연. 내가 보자마자 붙인 별명 '비타민'.

  비타민을 간략하게 설명하자면, 감히 범접할 수 없는? 너무 빛나서 말걸기 쉽지 않은.. 느낌이었다. 나이는 나보다 어렸다. 하얀색과 남색이 적절하게 섞인 자켓에 스키니한 청바지가 무척 잘 어울렸다. 곱슬 머리가 어깨까지 내려왔으며, 얼굴은 무척이나 하얗다. 이목구비가 뚜렷하진 않았다. 눈도 크진 않았지만 웃는 얼굴이 무척이나 매력적인 아이였다.

  지금생각해보면, 왜 내 마음이 설레지 않았는지는 모르겠다. 그렇게나 이뻤는데 왜 두근두근 대지 않았을까? 지금와서 생각해도 신기할 따름이다.

  여하튼 여행을 하는 내내 조식을 먹을 때마다 얼굴을 마주치고 인사를 건내는 사이가 됐었는데, 마치 그 아이를 보고 하루를 시작하면, 피로회복제를 먹는듯한 느낌에 비타민이라고 별명을 지었다.

  그렇게 에이스와 비타민은 서로의 사진을 교환해주자마자 마치 N극과 S극이 끌리듯 당일 저녁에 학교 앞에서 만났고 그 둘의 사랑은 불타올랐다.

  에이스 형은 불타는 마음이 처음이랬다. 비타민을 만나지 않으면 가슴에 불을 질러 놓은듯 해, 사랑에 목말라 했다. 매번 책상서랍이며, 사물함이며 빵이나 우유, 초콜릿이 가득했던 형에겐 이 감정이 어려웠다. 데이트 3번째 차에 어떤 선물을 해줄지 몰라 망설이며 나에게 전화를 했었다. 답답함을 못참는 난, 직접 비타민에게 물어 답을 건네 주었다.

  비타민에게도 순수한 사랑은 처음이었다. 나중에 비타민 친구이자, 미국 서부여행을 통해 알게된 친구를 통해 들은 비타민의 이전 연애 이력은 대단했다.

 일단 비타민의 설명을 다시하자면, 토익 990점 만점, 이화여대에 재학 중인 그녀는 성공을 갈망했다. 그래서 인지 '사'자가 들어가는 연애만 했다. 의사, 변호사, 검사, 외교관(아 '관'자가 들어가는 연애도 했다.) 아직 나나. 그녀나 나이가 대학생이었기에 나이차가 심한 연애를 했다. 특히 비타민과 연애를 했다던 의사 사진을 봤을 땐 경악을 금치 못했다. 정말 심한 아저씨였다. 그 아저씨가 비타민보다 어린 여자아이와 바람이 나 헤어졌다는 얘기를 들었을 땐 뒷목까지 잡았다.

  그래서 그런지 조건을 보지 않은 순수한 사랑은 이번이 처음이었고 옆에서 보고 있는 나도 그 둘의 사랑을 보고있자면 무척이나 설랬다.


  둘의 연애는 길었다. 둘 모두 취업을 했을 때도 연애는 하고 있었다. 둘다 취업을 무난히 한 것도 연애에 도움이 됐을 거다. 에이스는 자동차 회사에 무난히 들어갔다면, 비타민은 대기업 회장 비서로 스카웃 받아 들어갔다. 들어가는 방식은 조금 달랐지만 결혼까지 할 것 같았다.


  삐걱대는 소리가 난건, 살집에 대해서 얘기를 나눌 때였다. 에이스의 아버지는 사업을 하셨었고, 대학생일때도 다들 지하철을 타고 다녔을 때 국산 SUV를 모는 형은 누가봐도 잘 사는 형이었다. 하지만 그 형에게도 강남은 쉽지 않았다. 김포에서 먹고 자란 형에겐 강남은 사치였으며, 무리였다.

  비타민은 강남에 살고 싶어했다. 자신이 걸어온 길이 모두 최선과 최고이기를 바랬다. 당연히 이화여대 동기들 중에서도 성적도 외모도 과탑이었던 그녀는 결혼도 탑으로 해야했다. 에이스와 결혼 얘기를 하면서 정말 솔직하게 타놓고 얘기를 건냈었다.


  " 오빠, 난 전문직이 아니면 사귀질 않았는데, 딱 하나의 예외가 오빠야. 결혼함에 있어서 다른건 다 양보할께. 강남에 아파트거주만 해줬으면 좋겠어. "

  " 하... "


  그 후, 에이스는 수백번이나 고민하고 또 고민했다. 강남에 들어 갈 수 있는지, 들어가는 것이 오른지.. 하지만 형평상, 현실적으로 불가능이라 판단하여 비타민에게 뜻을 전했고 그 후 미적대는 연애말기가 잠시 보이더니 비타민은 떠났다.


  뒤에 들은 바론 비타민은 호텔오너가에 시집을 갔고, 가자마자 직장을 그만두고, 시댁에서 내어준 강남역 상가에서 피규어 카페를 취미 삼아 한다고 들었다.


 그렇게 비타민은 나와 연락이 끊겼고, 에이스는 다시 내 손에 들어왔다. 고심 고심하며 소개팅을 찾고 또 찾았다.


    -  2부에 계속 -





-  에필로그.. 미국 서부여행에서.. -


" 마셔라, 마셔라 마셔라 술이들어간다 술이 들어간다. "


  미국 서부여행 마지막 날 조촐하게 뒷풀이를 가졌다. 패키지 맴버 중 친해지고 또래였던 몇몇 사람만 모여 술을 마셨다. 비타민의 얼굴에 홍조가 띄었다. 비타민은 계속 한 사람을 쳐다보고 있다. 비타민 보다 어리지만 훤칠한 키에 귀여운 웃음을 갖고 있는 친구였다. 둘의 기류가 심상치 않음을 느낀 게임 진행자.. 나는 은근슬쩍 둘을 붙여줬었다.


 " 왕게임. 1번과 3번은 호텔 밖 아이스크림 사오기. "


  왕게임에 우연이란 없다. 번호를 적어 찢어놓은 종이엔 모두 마크를 했고 슬쩍슬쩍 보면서 누가 몇 번인지를 외운 후에 이어줄 소원을 빈다. '둘이 러브샷?' 이런건 초보다. 사람들이 없는 자리로 보내는게 전문가다. 나는 둘을 산책시켜 보냈다.


  둘이 꽁깃꽁깃한 분위기에 아이스크림을 들고 왔을 땐, 나 역시 뿌듯했으나, 나중에 비타민 친구에게 들은 바론.. 한국에는 의사 남자친구와 미국에는 2세 남자친구를 만나고 있었다고 했다.


  가끔.. 내가 사람을 잘 못 볼 때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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