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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둘아이아빠 Jan 18. 2021

소개팅전문가

에이스와 비타민 2부

  대학교 졸업 예정, 4학년. 졸업 작품을 위해 수업을 들었다. 우리 학교는 다른과와 협업을 통해 졸업 작품을 내는 과목이 많았다. 이 수업도 그랬다. 공대의 모든 과가 들을 수 있는 수업, 신청 자체가 빡신 수업이었다.

  나는 나의 자아성취보단 새로운 프로젝트를 하며 설랠 마음보단 새로운 인연을 기대하며 광클을 했다.

  그렇게 들은 첫 수업에서 무섭지만 이쁘게 생긴 노란머리 산업과녀, 사투리를 엄청나게 쓰는 주근깨녀, 딱봐도 학생회에 소속되어 술 엄청 마실 것 같은 안경잡이와 한 팀이 되었다.


  우린 수업 과제보다는 뒷풀이에 더 많은 신경을 썼다. 과제를 하기로 카페에서 만났다가 컴퓨터가 필요하다는 이유로 안경잡이 집에 자주 갔고, 안경잡이 집에선 찬장에 수많이 놓여진 이름모를 술들을 하나씩 꺼내 먹었다. 특히 담금주가 많이 놓여져 있었는데, 매번 담금주를 한번 다 마시고 그 속에 술을 다시 부어 흔들어 마시고, 부모님께 혼날까봐 보리차를 채워 넣는 것으로 과제 마무리를 했다. 먹다 먹다 보니 담금주에 보리차가 들어있는지도 모르고 우리가 마신적도 있었다. 반 이상을 마신 다음에야 보리차라고 인지했었다. 그렇게 점심 때 취해 저녁 7시에 비틀대며  자주 나왔다. 우리는 과 동기는 아니더라도 자주 보자며 의형제자매를 맺었다. 소개팅도 물론 그 안에서 싹이 텄다.

 아 ~! 그 안에서 썸은 없었다. 주선자의 원칙 중 하나! 더러운 관계를 하나라도 만들면, 언젠가 그 불씨는 초가산간을 다 태운다. 더러운 관계를 만들지 않아 넓은 소개팅 맵을 구축 할 수 있었다.

  하여튼 그 속에서 내가 모든 이에게 소개팅 하나씩을 건냈다. 졸업 후까지 계속된 소개팅으로 다들 한번씩은 연애를 했다.



  에이스의 안타까운 연애의 결말을 접하곤 그 카드를 위해 이리저리 배팅을 하고 있을 때, 의형제자매 카톡에 부탁을 하나 꺼냈다.

  " 미안한데, 이제 은혜를 갚을 때가 된거 같다. 각자 하나씩 뱉자. 가장 괜찮은 사람 올려줘. "

  참고로 말하자면 무서운 노란머리도 주근깨 소녀도 안경잡이도 취업해서 잘 살고 있었고, 괜찮은 사람들이었다.


 소개팅에서 나오는 사람이 괜찮다 ~! 싶으면 그 주선자도 당연히 괜찮은 사람이라는 사실 잊지 마시라.

  

  4명의 후보 가운데 하나를 픽할 수 밖에 없었다. 긴 노란머리에 연애인 같은 외모는 순간 핸드폰에 밝기가 최대로 해놓은게 아닌가 의심이 들 정도였다. 바로 찝어 냈다.


  연극영화과, 기독교, 외부모, 작은 키. 착한 성심. 180이상만 만나고 담배는 절대 안된다는 그녀.


  바로 에이스의 정보를 건냈고 그 둘은 만났다.

  당연히 잘될 거라 생각했었는데.... 몇번의 만남을 하곤 서로 끝맺음을 지었다.


 내 생각과는 달리, 에이스는 아직 새로운 연애준비가 안되어 있었다. 연애회복기. 잦은 중국 출장으로 인한 만남 저조. 그게 가장 큰 이유였다.


  아쉬웠다. 에이스 형도 아쉬웠지만, 또 다른 매력의 소유자 그녀를 내 패에서 떠나보내려니 아쉬웠다. 무서운 노란머리 의자매에게 연락을 걸어 양해를 구했다.


  " 혹시 내가 직접 연락해서 짝을 찾아준다고 하면 싫어하려나? 너한테 폐가 안되게 할께."


  나도 소개팅에 미친 사람이었다. 평범한 사고의 사람으로썬 이해가 되지 않는 발언이지만 놓치기 싫었다.


  " 괜찮을 거예요. 내가 말 전달해 놓을께요. "


  그 친구가 나를 이상하게 볼까 두려웠지만, 착한심성의 소유자 였던 터라, 무리하지 않는 선에서 OK를 했다. 나는 그녀의 착한 심성과 화려한 외모를 보고, 비타민으로 별명을 짓고 내 동기를 소개해 주었다.


  동기도 너무 괜찮은 사람이라 둘은 바로 연애를 했다. 축구를 잘하고 자상하며, 키가 큰 친구는 비타민에게 이상형이었다. 가끔 동기에게 연애에 대해 얘기를 들었는데


 " 항상, 내가 무슨 일이 있으면 기도를 해줘. 걱정하지 않게 기도해 주겠다고 하면서.. "


  실제로 본적이 없는, 나에겐 사이버 주선녀였지만 그녀의 따스함이 전해졌었다. 동기가 결혼을 하게 될지도 모른다고 했을 땐 역시... 싶었다.

  '소개팅의 법칙 중 하나~!! 둘다 괜찮은 사람이면 연애 전선은 결혼으로 향하게 되어있다.'

  하지만 동기의 부모님 쪽에서 외부모님인 거에 반대를 하셨고, 부모님 말씀을 잘 따르는 외동 아들 동기는 이별을 택했다.


  그 후, 비타민에게는 미안해서, 에이스는 잦은 출장으로 인해 소개팅을 해주지 못했었다.



  올해 초. 둘아이 육아로 매일이 지쳐있을 때, 친한 친구의 부탁으로 소개팅을 의뢰받았다. 결혼할 만한 사람은 다했고 결혼을 못했다면 하나씩의 이유가 있는 친구들만 남았기에 고민해보던 찰나. 에이스가 생각 났다.


  " 형 ~!! 뭐해요? 잘 지내시죠? 또 중국이예요? "

  " 아 오랜만.. 응 또 중국이네.. "

  " 와.. 징글징글하다. 언제 한국와요? 소개팅 그럼 또 못하겠네요? "

  " 응 한국에 좀 있다가 들어갈 것 같아. 소개팅은 못하구. "

  " 여자친구 없잖아요. 오면 연락 꼭 주세요. 형 이제 가야 할 때 잖아요. "

  " 아.. 그렇지 않아도 밥한번 사려고 했어. "

  " 네? "

  " 나 연애해서.. 소개팅 못해. 그리고 너가 아는 애야. "

  " 대박.. 누구죠? "


정말 오래된 일이라 기억을 아예 못했다.


  " 그 때, 너가 해줬던 애. 결혼할 것 같아. 7월. 밥 살게. "


나는 순간 머리에 스쳐지나가는 이름이 떠올라 카톡에서 찾아봤다.

 와 대박.. 약 2년전부터 비타민 카톡 프로필엔 여행 중 남자친구가 찍어준 듯한 사진이 있어 남자친구가 있구나 싶었었다. 다시 하나씩 보니, 사진 안엔 에이스의 흔적들이 보였다. 농구를 특히 좋아한 에이스와 같이 농구한 사진.  에이스가 좋아한 농구팀 운동복을 크게 걸치고 있는 사진 등 카이저소제 영화속 나오는 반전같았다.


  둘은... 만나고 있었다.


서둘러 무서운 노란머리 의자매에게 연락을 했다. 전화를 안 받는다. 노란머리 의자매도 결혼을 하게 되면서 우린 자연스레 의결 되었기에 그려려니 싶었다. 카톡을 남겼다.

 ' 우리가 한 건 해냈어 ~! '

 카톡을 읽은 흔적이 있지만, 이내 답은 시큰둥 하다.

 ' 정말 오랜만이예요. 무슨 일요? 애는 잘 키우죠? 저는 힘들어요. '

  아기가 있는 부모들은 어떤 얘기를 하나 아기로 결론이 끝난다. 여튼 결혼 사실을 전달했으나. 결혼 후에 연락 안하고 있다 했다. 나만 신났다. 오랜만에 성공을 해선지 나만 신났다. 축의를 어떻게 할까 벌써부터 걱정이다.


 " 꼭 밥먹어요. 형. 조만간 뵈요. "


  설렌 마음을 좀 가라앉히고 아내에게 결혼 한건 또 했다며 자랑하던 찰나, '소개팅' 단어가 나오자 마자 눈을 무섭게 뜨며 나를 째려본다.


  " 그런거 하지 말라고 했는데, 또 한거야? 징하다. "

  " 아니, 예전에... 했는데.. "


  얘기할 때가 없어서, 답답했다. 7월 결혼한다고 했으니, 섯불리 얘기 돌리면, 나만 이상한 놈 되기에.. 조금만 참아보기로 한다.


  비타민과 에이스. 에이스와 비타민. 내가 항상 최고다 싶은 사람들은 알아서 인연를 잇고 잘 만나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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