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둘아이아빠 Jan 19. 2021

둘아이아빠

첫째 교육

  첫째가 올해 5살을 먹었다.

  4살까지는 시키고 싶었던 게 있어도 꾸욱 참았다.

  아이와 둘이 책상에 앉아 펜을 쥐고 ㄱ, ㄴ, ㄷ 을 써보려다 실패한게 몇번.. 그 후 교육을 포기 했었다.

  5살. 이제 좀 잘 하려나 싶어, 기쁜 마음으로 스케이트를 가르치려고 했다. 스케이트를 신고 일어나는데, 엄청 잘 한다 싶었다.  

  그렇게 대여섯번 갔었나? 선생님이 양해를 구하고 오늘 하루만 6세 누나와 같이 수업을 해야 한다 했다. 오늘 처음 체험 수업을 하러 왔단다. 어깨가 으쓱했다. 우리 아이가 잘 타는 모습을 보고 부러워 하겠지?

  6세 누나가 신발을 신고 바로 일어섰다.

  ' 서는거야 뭐.. 쉽지. '

  거침없이 빙판으로 들어가려고 한다. 나도 모르게 '어어~!' 하고 선생님과 부모님은 놀라 아이를 쳐다보는데, 너어무 잘 걸어다닌다. 대여섯번의 수업을 받은 첫째보다 잘 걸어다닌다. 머리가 지끈 아프다.

  여섯번을 했는데... 얼마지? 한살만 더 참았으면.. 그 돈이 세이브되는 건데...

  내가 놀라하는 모습을 본 선생님은 한마디 하신다.

  " 어렸을 때 배우면 느리지만, 추후엔 더 빠르답니다. "

  그리 위로가 되지 않는다. 지금부터 같은 시간을 투자해도 6세아이가 더 빨리 배울 것 같다.


  실은 요새 고민이다. 아내와 머리를 싸매고 있다. 첫째아이의 유치원을 어디로 보낼지 고민이 많다. 아내는 벌써 겨울 내내 놀이학교며, 영어 유치원이며, 가정 어린이집이며, 유치원을 다 돌아다녔다. 유치원 설명회에 참석해서 미리 선금을 묻어둬야 하는 곳도 있었다. 선금을 돌려주는 곳도, 안 돌려주는 곳도 있어 신중해야 하지만, 대한민국 엄마들의 교육열은 대단하다. 돈을 조금 손해 보더라도 많이들 묻어놨다.

  어느 유치원은 오전 10시까지 유치원비를 입금해야되며, 선착순으로 짜르는 곳도 있다. 순번에 밀려 우리 아이는 등록을 못했고 얼마나 많은 인원이 선금을 넣었는지 환불에만 몇일이 걸렸다.

  어디를 보내야 할지 고민이다. 아이가 어렸을 때, 심한 교육은 안 시킬것이며 그 중 영어유치원은 사치기에 안 보내리라 다짐을 했었다. 몇 년이나 남은 그 당시에 하지도 않아도 될 고민을 해서 많이 싸웠다.

 지금은 진짜 고민이다. 원하는 일반 유치원을 보내려고 순번을 넣었지만 잘 안됐다.  두세번째 희망으로 넣은 유치원은 다 붙었으나, 의미가 없어 바로 포기를 했었다.

  지금은 영어유치원에 보증금을 넣어 놓았으며, 일반 유치원 순번 4번이기에 대기 중이다. 몇차례나 전화를 걸었는데 뚱하다.


  영어 유치원. 월 150만원. 14시에 집으로..

  해낼 수 있을지가 걱정이다. 만만치 않은 돈이 아이를 영재로 이끌어준다면 거침없이 투자를 했겠지만 스케이트를 타는 모습을 보나 몇일 전 바이올린 체험수업을 한 것을 보나 아직은 많이 어리다.

  결국 2지망인 유치원에 혹시나 전화를 걸었다. 비싼 비용에 아내나 나나 시들해질 때였다.

  2지망 유지원에 자리가 있다고 했다. 좋아야 되는데, 더 보내기가 싫어졌다. 얼마나 사람들이 안좋아하는 유치원이면 자리가 남아돌까?

  더 고민이 됐다. 주위에 물어보니 5세 영어유치원은 튜자대비 아웃풋이 별로란다. 아예 안하는거보다는 윗레벨이지만 돈은 아까운 생각 든다고 한다.

 

 영어유치원 2시 하교 이후엔 아이들이 함께 태권도나 영어학원, 수학학원에 간다고 한다. 나도 어렸을 때 질질 학원에 끌려다니면서 내가 아이를 낳으면 안보내리라 30년 전에 다짐을 했었기에.. 보내기 조금 싫다. 너무 퍽퍽한거 같다.


  시간이 지나가 1지망 유치원에 입학했으면 좋겠다. 적당한 대기, 적당한 금액 두말 없이 등록할 것 같다. 2지망... 보내야 하나?


  미래에 대한 투자가 얼마나 소중하고 아까운 기회인지 알기에, 아이가 나중에 노력할 시간대비 지금 시간이 더 적을 수도 있기에 최선의 선택을 해주고 싶다. 그래서 더 고민이다.


  나도 내 인생에 대해 모르는게 많은데.. 아이 인생을 결정해 주려고 하니 참 어렵다.

매거진의 이전글 둘아이아빠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