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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둘아이아빠 Jan 25. 2021

둘아이아빠

저녁인사

  오늘 살짝 늦게 퇴근했다. 일도 일만큼 있었고, 차도 차대로 막혔다. 집에 가서 저녁을 먹을 생각에 기분이 좋았다.

  

  주차장에 이쁘게 주차를 하고, 엘레베이터를 기다린다. 어느새 37살이 된 내 모습이 경비실 앞 거울에 비친다. 결혼 전엔 거울을 이리저리 돌려보며 피부트러블을 찾았겠지만 지금은 거울이 그리 신경 쓰이지 않는다.

  나를 닮은 이쁜 아이 둘이 집에서 나를 기다린다는 생각만 있다. 집에 가면 꼬옥 안아줘야지.


   띠띠띠띠


  도어락을 열면서 들어갔다.


  " 아빠 왔다 !"

  " 아빠 ~!! "


  첫째아이가 뛰어 나온다. 어깨춤에 양 손을 꽂아넣고 들어 올린다. 좌우로 흔들다가 꼬옥 안는다. 이 맛에 사는 것 같다.


  " 테니스는 잘 치다 왔어? "


  이제는 저녁인사가 되었다.


  " 어, 잘 치다 왔어. 더 치다가 올 걸 그랬네. "


  오늘은 안 쳤기 때문에 농담으로 받아 넘길 수 있다. 친 날에는 심장이 벌렁거려서 쉽지 않다.


  매우 기분 좋은 저녁이다. 모난 것 하나 없이 잘 굴러가고 있는 다람쥐 쳇바퀴 같은 삶이다. 아이 울음 소리에 급하게 밥을 허겁지겁 먹어야 하지만 이 삶이 좋다.


  진짜 너어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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