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째는 7시에 목욕에 돌입한다.
둘째는 7시 반이면 아내와 방에 들어간다.
첫째를 화장실에서 데리고 나와야 하는데 안나온다.
그 사이 나는 거실에 널부러진 장난감을 정리한다. 다들 부지런한 남편이라고 멋있게 생각하지만 거실은 내 잠자리다. 잘 정리해야 된다. 블럭을 헤집으며 잔적도 있고, 자다가 핑크퐁 친구들을 건드려 둘째아이가 그 소리에 깬 적도 있다. 잘 정리해야 한다. 특히 건전지 장난감은 저 멀리 치워 놓는다.
아내는 둘째와 같이 들어갔다가 8시에 나온다. 둘째는 울고 아내는 인상을 쓰며 혼낸다.
" 오빠, 조용히 해야 한다고 했잖아. 첫째는 왜 안데리고 나왔어? 둘째 깨면 난 모른다. 알아서 해. "
자기가 목욕 더 한다고 하는데 어떻게 하나.. 초콜릿 준다고, 뽀로로 보여 준다고 꼬시는데도 안나오는데 어떻게 하나.. 그리고 청소.. 청소잖아 ㅠ
아내가 화장실 문을 열고 들어가 첫째를 데리고 나온다. 첫째는 우물쭈물 울상으로 나온다. 하고 싶은거 좀 해주지..
' 덜거덕 덜거덕 '
아내가 첫째 물기를 닦이면서 부엌에 있는 세탁기를 보더니 나를 째려본다.
" 오빠! 세탁기 돌린거야? 둘째 깬다. 난 몰라. "
" 냄새나서.. 내일 입을 바지도 없고.. "
" 에휴.. "
오늘의 가장 큰 실수는 세탁기 돌리기였다. 이때는 한번 듣고 끝날 잔소리쯤 생각했었다.
첫째와 아내, 그리고 나는 방에 들어와 뽀로로를 보고 있다. 둘째는 울고 있고, 아내는 중간중간 나가서 체크한다.
" 30분만 봐. 알았지? "
" 알았어. 엄마. "
" 오빠, 세탁기 끈다? 내가 돌리지 말랬잖아. "
" 눼에눼에.. "
뽀로로는 끝나가고 둘째아이는 아직 울고 아내는 화나있다.
눈치가 살살 보인다.
" 내가 세탁기 진짜 돌리지 말랬잖아. 둘째 세탁기 돌리는 소리마다 우는거 들리지? "
" 그 것 때문에 그런게 아니야.. 원래도 울잖아. "
" 오늘은 어제보다 더 울잖아. "
" 그럼. 아이가 '어? 세탁기 돌린다. 10분 더 울자.' 하진 않잖아. 오늘 내일 다른거지.. "
" 에휴.. "
거실에 나가 잠시 세탁기를 본다. 탈수 10분 남았다. 시끄러움의 절정인데 걱정이다.
오늘 세탁기 탈수기도 털털 털리고 있고, 내 멘탈도 털털 털리고 있다.
- 에필로그 -
세탁기가 다 돌고 멈추자. 둘째 아이도 울음을 멈췄다. 아내는 나를 무섭게 째려본다. 할말이 없다. 쥐구멍이 없어 첫째아이 손을 잡고 아이 방으로 들어간다. 오늘은 책을 100권을 읽더라도 내가 재워야 한다.
그래야 한다... 그래야 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