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어란 무엇일까?
안된다고 샷건치지 맙시다
Programmer는, 추상적인 알고리즘을 특정 프로그래밍 언어를 이용해 구체적인 프로그램으로 만드는 것을 의미하는 Programming에 -er이 붙은 형태이다. 이번 글에서는 추상적인 것을 '언어'를 이용해 구체적인 것으로 만든다는 것의 의미를 곱씹어보고자 한다. 언어란 무엇이고, 어떤 것이고, 왜 필요할까?
컴퓨터는 좋게 말하면 정직하고 솔직한 친구고, 나쁘게 말하면 융통성이 없는 걸 뛰어넘어 융통성이 소멸해버린 존재다. 참 눈치 없는 놈이다. 화요일 오전 8시에 'God morning'이라고 카톡을 보내면 사람은 'Good morning을 잘못 쳤나 보다'라고 생각하지만, 컴퓨터는 '신의 아침' -딱히 예외처리를 해주지 않는다면- 이라고 출력할 것이다. 개발자라면 '신의 아침'으로 출력된 print()의 리턴을 보고, '런타임 에러가 안 나서 그나마 다행이다. 디버깅은 수월하겠군'이라며 커피를 털어 넣고 위안한다.
"사람은 왜 'Good morning'으로 이해한 것이고 컴퓨터는 그러지 못한 것일까?"란 질문을 한다면, 그 질문부터 잘못되었다고 생각한다. 컴퓨터는 이해 못 한 적이 없다. 컴퓨터야말로 내 말을 제대로 이해한 것이다. 내가 카톡으로 오전 8시에 '좋은 아침'이란 말을 건넨다는 것은 나와 상대방이 수십 년을 한국에서 살아오며 암묵적으로 파악한 아침 인사 방식이기 때문에 상호 이해가 가능했다. 컴퓨터가 수십 년간 한국 사회의 일원으로 대화에 참여한 존재였던가? 적도의 외딴 섬에 거주하는 고립된 부족에게 '좋은 아침~'이라고 말하면 내게 화살을 쏠 수도 있다. 서로 문화적 이해가 하나도 없는 상태에서 내 기준을 상대에게 강요하는 셈이기 때문이다. 내가 상대와 소통하고 싶다면, 내 언어로 상대에게 말할 것이 아니라 내가 상대를 먼저 이해하고, 그들의 방식을 따르는 게 우선이다. '소통'을 하고 싶은 건 나이기 때문이다. 내 멋대로 상대에게 말해봤자 상대의 문법에 맞지 않다면 소귀에 경 읽기지 않은가.
누구나 어디선가 들어봤듯, 컴퓨터는 오로지 0과 1만 안다. 컴퓨터는 우리에게 전-혀 관심이 없다. 우리를 알고 싶어 하지도 않는다. 그저 0과 1의 조합으로 된 덩어리가 들어오면 규칙에 맞게 계산해서 결과를 0과 1의 형태로 돌려줄 뿐이고, 그 0과 1을 인간은 이해할 수 없으니 다시 '언어'를 사용해서 우리가 이해할 수 있게 해석한다. Java, C, Python 등등은 인간이 컴퓨터와 '소통'하기 위해 만든 언어이지, 컴퓨터가 우리와 소통하기 위해 만든 것이 아니다. 카톡이 오는 시간대와 대화 상대의 연령대까지 고려하여 결과물을 출력할 수 있도록 컴퓨터를 배려해서 코딩했다면, 컴퓨터는 인간이 생각한 것과 같은 결과물을 줄 것이다.
언어는 소통을 위한 수단이다. A를 말하면 A가 그대로 전달된다고 믿는 것처럼, 소통에서 언어적 표현만이 아닌 비언어적 표현도 매우 중요하다는 것을 인간은 종종 잊는다. 사람과 대화하는 것은 이미 수십년을 했기 때문에 익숙하더라도 컴퓨터와의 대화는 이제 막 시작이다. 컴퓨터에 '좋은 아침~!'을 보낼 때, 내가 이 말에서 전달하고자 하는 의미를 *아주 상세히* 적어서 같이 보내줘야 한다. 죽어라 삽질해서 코딩했으나 결과물이 나오지 않는다는 것은 '내가 코딩을 못해서, 재능이 없어서'가 아니라 '컴퓨터가 원하는 것을 내가 맞춰주지 못해서'로 보는 게 맞는 것 같다.
본질은 프로젝트고 껍데기는 언어다. 추상적인 내 생각을 구체적인 제품(소프트웨어)으로 만드는 과정에서, 기획을 똑바로 했다는 전제로 프로그래밍 언어를 활용해 메세지를 작성하여 컴퓨터에게 보낸다. 기획은 문제가 없으나 실행이 안 될 땐 '이 눈치 없는 놈한테 내가 뭘 전달해주지 않은 거지?'를 생각해봐야겠다.
프로그래머 : https://ko.wikipedia.org/wiki/%ED%94%84%EB%A1%9C%EA%B7%B8%EB%9E%98%EB%A8%B8
소통에서 비언어적 표현의 중요성 - 메라비언 법칙 : https://en.wikipedia.org/wiki/Albert_Mehrabian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