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mor fati
마지막 3부입니다.
주제 : 영화 <다크나이트>를 통해 본 현대인의 정체성 - 니체 사상을 중심으로
1.서론 : 니체와 현대인의 가상 대화
2.본론1 : 니체가 이야기한 정체성의 종류
1)두 유형의 허무주의: 능동적 / 수동적
2)니체 관점에서 인간의 성장 과정 : 낙타 –> 사자 –> 초인
3. 본론2 니체의 개념을 통해 본 영화 <다크나이트>
1) 잘못된 초인 : 조커
2) 실패한 초인 : 하비덴트(투페이스)
3) 수동적 허무주의자들의 집합소 : 고담시티
4) 낙타, 사자를 거친 유일한 초인 : 배트맨
(1) 인간의 악함을 입증하고자 하는 조커
(2) 낙타에서 사자로: '너는 ~을 해야한다'에서 '나는 ~을 하고싶다'로
(3) 사자에서 초인으로: '자신만의 새로운 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가?'
4. 본론3 현대인의 정체성 분석
1) 어린아이에서 수동적 허무주의자로 : 소년에서 청소년으로
2) 수동적 허무주의자에서 낙타로 : 여드름 고민을 짊어지다
3) 낙타에서 사자로 : 대학교를 뛰쳐나간 낙타
4) 사자에서 초인으로 : 나만의 길을 걷는다
5.결론 : Amor Fati (아모르파티, 네 운명을 사랑하라)
4. 본론3 현대인의 정체성 분석
서론에서 정체성에 대한 질문에 제대로 대답하지 못하는 출근하는 행인을 보았다. 그는 한국 청년의 전형적인 코스인 평범한 학창시절 - 대학교 - 취업 - 결혼의 과정을 거쳐 적당하고 평범한 부모의 삶을 살고 있다. 그는 어쩌다 왜 사는지, 왜 일하는지 모르는, 수동적 허무주의의 삶을 살게 된 것일까? 그가 능동적인 삶을 살기 위해선 어떤 변화가 있어야 할까? 이를 위해선 학창시절부터 되짚어 보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바람에 낙엽이 구르기만 해도 깔깔 웃는 순수한 어린 시절(초인)을 누구나 겪었지만 우리가 성장하며 그것을 분실했기 때문이다. 잃어버린 것은 되찾으면 되고, 되찾는 과정을 나의 삶을 통해 보여주고자 한다.
1)수동적 허무주의자에서 낙타로 : 학업 고민을 짊어지다
현대인의 대부분은 질풍노도의 시기라고 일컫는 사춘기를 겪었다. 나의 경험을 바탕으로 사춘기를 설명하자면, 중학생 시절 남 탓을 많이 했다. 부모 때문에, 환경 때문에, 친구 때문에, 너 때문에, 수학의 마지막 한 문제 때문에, ,,, 등등 나와 관련된 특정 사건들은 '남에게서 기인한 나름의 이유들'이 있었다. 짜증의 원인은 항상 외부에 있었기에 내가 직접 해결하기 어려운 것들이었다. 노력한 만큼 성적이 나오지 않는 것은 학원과 인터넷 강의 탓을 했고, 시험을 망친 것은 전날 야식으로 먹은 치킨 탓을 했기 때문에 항상 짜증으로 가득했었다. 어느 날, 내 짜증에 내가 지쳐 넘어진 날이 있었다. 문제의 원인을 제거한다고 한들 나는 계속 불만족할 것이란 생각이 문득 들며, 진짜 원인이 무엇인지 생각해보게 됐고, '진정 공부를 열심히 했는가?'란 결론에 도달했었다. 공부를 열심히 하는 것과 열심히 하는 척은 분명 다름에도, 나는 열심히 하는 척을 하며 열심히 했다고 착각한 것이다. 문제에 대해 진정한 원인을 파악하지 못하고 외부적 요소를 해결하려는 것은 '그 문제를 해결하지 않기로 결정한 것'과 동일한 행동이었다. 영화 <다크나이트>의 브루스는 부랑자에게 부모가 살해되었음에도 그 책임을 온전히 받아들인다. 그의 삶을 파멸로 이끈 것은 수동적 태도의 고담시민들이지만 브루스도 그 일원이기 때문에 책임을 온전히 받아들인 것이다. 고담시의 무능이 불행의 원천이라고 브루스가 끝없이 불평했다면 그가 낙타의 삶으로 넘어갈 수 있었을까? 브루스처럼, 나도 책임을 외부로 돌리지 않고 온전히 짊어진 것에서 낙타가 될 수 있었다.
2)낙타에서 사자로 : 대학교를 뛰쳐나간 낙타
배트맨이 조커를 잡기 위해 스스로 정했던 규율을 깨고 탄생한 것처럼 이전과 다른 결과물을 위해선 다른 방식을 사용해야만 한다. 낙타의 모습에서 스스로 벗어나려 하지 않으면 사자가 될 수 없다. 나는 한국 고등학생에게 요구하는 책무인 공부를 성실히 이행한 낙타이자 대학생이었으나, 언제까지나 사자의 발톱을 숨기고 살고 싶진 않았다. 사회의 요구를 위해 내 욕구를 철저히 억제하며 학창시절을 보냈기 때문이다. 청소년과 성인의 차이는 모든 것에서의 독립이라고 생각했기에 낙타 시절의 경험을 바탕으로 '나는 무엇을 하고 싶은가?'에 대한 생각을 치열하게 했다. 대학교 새내기의 나는 '돈을 반드시 많이 번다'를 궁극의 목표로 삼고 정진했고, 목표를 위해 1학년 1학기 이후 4년을 연속으로 휴학했다. 대학 생활과 많은 돈을 버는 것은 무관하게 느껴졌기 때문이다. 군 휴학 2년, 일반 휴학 2년간 돈을 적당히 버는 것이 아닌 '정말 많이' 버는 법을 찾기 위해 학교의 울타리를 벗어나 사회라는 야생에서 어린 사자로 분투했다. 4년간 휴학하는 동안 주변에서 수많은 태클이 있었다. 졸업 안할 거면 집에서 당장 나가라는 부모님부터, 졸업해서 잘나가는 친구들까지 남과 나를 비교해볼 때 초라한 적도 있었다. 그 때는 당당한 척 흔들리지 않는 척 했지만, 코로나 시대의 시작으로 인해 내 인생이 풍전등화로 느껴질 때 내적 고민이 매우 심했다. 주변과 사회의 압박에 굴복하여 나의 욕망을 포기했다면 사자의 길은 소원했을 것이다.
3)사자에서 초인으로 : 나만의 길을 걷는다
배트맨은 투페이스의 악행을 뒤집어쓰면서도 자신이 정한 가치를 수호하기 위해 나아간다. 고담 시민에게 배트맨은 악인으로 종결되었기 때문에 배트맨에 대한 고담 시민은 ‘배트맨은 실패작이며 타락한 영웅’이라고 볼 수 있다. 나 또한 사자로서 자주 패배했다. 야생에선 누구도 나를 지켜주지 않았다. 사회인은 자신만의 칼과 총을 들고 서로의 영역을 빼앗고 빼앗겼고 어린 사자가 설 자리는 단칸방 외엔 존재하지 않았다. 4년간 잦은 패배에도 불구하고 최초 목표인 '큰 돈 버는 법 알기'보다 더욱 많은 것을 느끼고 배웠다. 사자로 살기로 결심한 지 4년째 되던 해에, 운이 좋게도 자율주행 스타트업에서 알바를 했다. 짧지만 강렬했던 그 경험이 나를 개발자의 삶으로 이끌었고 복학해서 컴퓨터 공학과로 전과를 해야겠다는 목표를 주었다. 스물 다섯 살에 대학교 1학년 2학기로 복학할 때 친한 친구들은 대기업 취업, 로스쿨, 유명 대학원 등으로 입학했다. 하지만 내가 학사 학위를 받을 때 친구들은 박사라는 압박감이 내게는 없었다. 오히려 기뻤다. '아, 나는 나만의 길을 제대로 걷고 있구나. 내 마음의 소리에 귀를 기울였구나'란 확신이 들었다. 낙타 이전의 삶인 수동적 허무주의자로서 살았다면, 이 결정을 내리지도 못했을 것이고, 사회에서 정해준 코스인 적당한 대학 - 취업 - 결혼을 따랐을 것이다. 겉으론 올바른 길을 따르지만 내적으론 하루 하루 갈팡질팡하는 코스 말이다.
5. 결론 : Amor Fati (아모르 파티, 네 운명을 사랑하라)
서론에서 상정한 행인도 언젠간 초인이었고, 낙타였고, 사자였을 것이다. 그가 지금 수동적 허무주의 삶을 산다고 한들 기 죽을 필요가 없고, 초인이라 한들 으스댈 수 있는 근거가 되지 않는다. 내 삶에서 정체성이 계속 바뀐 것처럼, 독자들의 내면 어딘가에 낙타와 사자가 있을 것이다. 현대인의 정체성을 단 하나로 특정할 수 없고, 우리에게 권장할만한 정체성을 단 하나로 규정할 수도 없다. 인간은 순수한 유년기를 보내지만 성장하며 다른 정체성을 가진 것에서 이미 우리는 변화된 정체성을 지녔기 때문이다. 오늘의 정체성은 내일 변하는 것이 당연한 것이다. 백세 시대에 하나의 정체성으로 사는 것이 더 괴로운 삶이 아닐까? 니체의 말처럼, 인간은 오늘 하루를 축제처럼 즐기며 매일을 다른 인간으로 태어나는 삶을 보내야한다. 아모르 파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