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rk knight, White knight and Joker
이번 글은 본론 2에 해당합니다.
주제 : 영화 <다크나이트>를 통해 본 현대인의 정체성 - 니체 사상을 중심으로
1.서론 : 니체와 현대인의 가상 대화
2.본론1 : 니체가 이야기한 정체성의 종류
1)두 유형의 허무주의: 능동적 / 수동적
2)니체 관점에서 인간의 성장 과정 : 낙타 –> 사자 –> 초인
3. 본론2 니체의 개념을 통해 본 영화 <다크나이트>
1) 잘못된 초인 : 조커
2) 실패한 초인 : 하비덴트(투페이스)
3) 수동적 허무주의자들의 집합소 : 고담시티
4) 낙타, 사자를 거친 유일한 초인 : 배트맨
(1) 인간의 악함을 입증하고자 하는 조커
(2) 낙타에서 사자로: '너는 ~을 해야한다'에서 '나는 ~을 하고싶다'로
(3) 사자에서 초인으로: '자신만의 새로운 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가?'
4. 본론3 현대인의 정체성 분석
1) 어린아이에서 수동적 허무주의자로 : 소년에서 청소년으로
2) 수동적 허무주의자에서 낙타로 : 여드름 고민을 짊어지다
3) 낙타에서 사자로 : 대학교를 뛰쳐나간 낙타
4) 사자에서 초인으로 : 나만의 길을 걷는다
5.결론 : Amor Fati (아모르파티, 네 운명을 사랑하라)
본론 2 니체의 개념을 통해 본 영화 <다크나이트>
1)잘못된 초인 : 조커
영화의 시작에서 조커는 은행 경호원을 비웃으며 다음처럼 얘기한다.
영화 대사 : “ What does not destroy me, makes me stranger “
너를 죽이지 못하는 모든 것들은 너를 더욱 "이상하게" 만들 뿐이다.
원래 문장 : ” What does not destroy me, makes me stronger
너를 죽이지 못하는 모든 것들은 너를 더욱 "강하게" 만들 뿐이다.
이는 니체가 『우상의 황혼』 에서 언급한 문장 중 “강하게”를 “이상하게”로 변형한 대사이자 조커라는 인물을 한 줄로 표현할 수 있는 문장이다. 니체가 정의한 초인에 조커를 대입하면 조커도 초인의 조건에 해당하는 것처럼 보인다. 배트맨이 하비덴트에게 '조커는 목적없이 트럭을 쫓는 미친 개와 같다'라고 충고했듯이 조커는 예측할 수 없는 존재이고, 사회의 영향에 의존하지 않으며, 악의로 가득 차 있으나 어린아이의 모습을 보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조커는 기존 질서를 파괴 후 새로운 가치를 창출할 계획이 없다는 점에서 초인이 될 수 없다. 조커는 '절대악'이 아닌 '선이라는 존재에 기생하는 악'인데 배트맨이 사라진 순간 조커도 존재의 의미가 없어지기 때문이다. 여기서 말하는 '절대악'이란 배트맨이나 경찰과 같은 정의와 선의 존재여부와 관계없이 세상을 파멸로 이끌고자 하는 악을 의미한다.
2)실패한 초인 : 하비덴트(투페이스)
부패한 것이 주류가 된 고담시에 하비덴트라는 구원투수가 등장한다. 부패한 공권력의 경찰, 파괴자 조커, 선한 범죄자(Dark Knight) 배트맨의 구조에서 배트맨은 자신의 모순점을 해결해줄 존재로서 하비를 고담시의 진정한 White Knight로 여긴다. 하비는 젊고 능력 있으며 법의 공식적인 집행자인 검사이기 때문에, 자신의 불완전한 선을 극복할 새로운 낙타의 등장이며 초인이 될 수 있는 존재로 보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하비는 레이첼의 죽음에서 크게 흔들린다. 조커가 병원에 누운 하비에게 '광기란 중력과도 같아서, 가벼운 손짓 만으로도 불러일으킬 수 있다' 라고 하며 하비에게 총을 주고, ‘레이첼과 하비 중 하나만 살아남을 수 있는 상황을 만든 것이 본인이며, 따라서 그 상황을 만든 자신(조커)을 죽이라’고 하지만 하비는 방아쇠를 당기지 않는다. 조커가 내민 가벼운 손짓에 하비가 투페이스로 변모하게 된 것이다. 니체는 '괴물과 싸우는 사람은 그 싸움 속에서 스스로 괴물이 되지 않도록 조심해야 한다. 우리가 그 심연을 오랫동안 들여다본다면, 심연 또한 우리를 들여다보게 될 것이다.’라며 성장의 결과물이 항상 초인으로 가지 않음을 경고하였다. 하비가 투페이스가 되면서 '선과 악은 사실 뗄 수 없는 친구다'라는 조커의 생각이 입증되었음을 배트맨에게 보여주며, 하비는 초인이 되지 못하고 타락해버린다.
3)수동적 허무주의자들의 집합소 : 고담시티
여기서 의문을 가져야 할 점은, 왜 고담시의 부패가 구원투수 하비덴트도 극복하지 못할만큼 거대해졌냐는 것이다. 경찰을 비롯한 사회 시스템 자체가 정상작동 했다면, 정의로운 기사이지만 떳떳할 수 없는 어둠의 존재인 Dark Knight(배트맨)이 필요가 없었을 텐데 말이다. 니체는 '신이 죽은 자리를 채워 넣지 못해서 그렇다'라고 답할 것이다. 고담시민은 삶의 고통을 남이 아닌 자신의 탓을 하며 기꺼이 삶의 짐을 짊어지려 하지 않았기 때문에 낙타에도 도달하지 못한 바보 천지들이 득실대는 사회로 변모했다. 사회가 점점 부패로 물들어 갈 때 낙타들이 등장해 자체적으로 정화하려는 노력을 해야하지만, 수동적 허무주의가 이미 점령해버린 사회에선 누구도 부패를 견제하지 못한다. 남 탓 하기 바쁠 뿐 책임을 짊어지려 하지 않기 때문이다. '배트맨이 정체를 밝히기 전까지 살인을 계속 할 것'라는 조커의 말에 시민들은 조커를 욕하는 것이 아니라 정체를 밝히지 않는 배트맨을 비난한다. 선과 악 중 누가 이기든 관계없이 현재 상황만 빨리 종료하려 하는 모습에서, 수동적 허무주의자들이 가득한 시민들 사이에서 정의 구현을 위해 능동적으로 애쓰는 하비덴트, 레이첼과 고든 경사의 모습이 더욱 외로워 보이게 된다.
4)낙타, 사자를 거친 유일한 초인 : 배트맨
(1)인간의 악함을 입증하고자 하는 조커
완전한 선이 될 수 없는 흑기사를 더욱 더 절대선에 가까운 존재로 만들고, 완전할 수 있는 백기사를 악당으로 추락하게 만드는데 성공한 절대악 조커는 점점 더 어둠에 가까워 졌다고 여긴다. 선한 태양(배트맨)이 더 밝아질 수록(선에 가까워질수록) 건물에 가려진 그림자는 더욱 더 어두워지기 때문이다. 배트맨이 성장하며 선악 전쟁의 급이 더욱 올라갔기 때문에 조커는 인간의 본성이 악하다는 것을 제대로 보여줄 수 있는, 서로가 살기 위해선 서로를 자발적으로 죽여야만하는 치킨게임을 만든다. 강 위에 두 대의 배가 있고 한 배엔 일반 시민, 다른 배엔 죄수들이 탑승하였고 서로의 배를 폭파할 수 있는 스위치가 서로에게 주어진다. 어느 쪽이든 버튼을 누를 것이라 생각한 조커는 예상 외로 버튼을 누르지 않는 사람들의 모습에 당황한다.
(2)낙타에서 사자로 : '너는 ~을 해야한다'에서 '나는 ~을 하고싶다'로
이 상황을 반드시 막아야하는 배트맨은 전 시민을 도청하여 조커를 잡으려는 냉혹하고 당당한 사자의 모습을 보인다. 사회 지도층으로서 노블레스 오블리주의 실천을 위해 음지에서 활동했던 배트맨은 낙타였기 때문에 보편적인 도덕에 어긋나는 방식으로 범죄자들을 다루지 않았다. 물론 그의 활동 자체가 범법 행위이지만, 그는 경찰의 부패를 대신하는 형식으로서 최소한의 폭력만 사용했다. 배트맨의 조력자인 루시우스(모건 프리먼)가 브루스를 전적으로 도왔던 이유는 브루스가 범죄자를 잡기 위한 최소한의 행동만 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조커를 잡기 위해 도청장치를 관리해달라는 브루스의 부탁엔 단호히 거절한다. 전 시민을 도청한다면 브루스가 조커와 똑같은 괴물이 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브루스는 배트맨이 사자가 되지 않으면(기존의 규범을 뛰어넘지 않으면) 조커를 잡을 수 없다고 주장하며, 조커의 위치를 파악한 후 루시우스의 이름을 프로그램에 입력하면 자동으로 프로그램이 폭파된다고 말하며 루시우스의 마음을 되돌린다. 기존의 배트맨은 정의와 선의 틀을 최대한 벗어나지 않으며 조커와 싸웠지만, 사자가 되면서 그는 자신의 규범을 재정의하는 동시에 도덕적으로 활용하는 방법을 익혔다. 낙타에서 사자로의 성장을 판단할 수 있는 기준은 '규범에 대한 복종에서 벗어나 목적 달성을 위해 당당히 자신의 수단을 관철하는 태도'이다. 조커를 제압한 배트맨은 조커에게 '혼돈 속에도 아직 정의는 살아있다'고 말하며, 폭탄의 스위치를 누르지 않은 시민들의 행동을 보여주며 조커는 패배했다고 말한다. 하지만 조커는 정의의 상징인 하비가 투페이스가 된 것을 자신의 최종 무기로 여기며 배트맨을 비웃는다.
(3)사자에서 초인으로 : '자신만의 새로운 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가?'
고든의 자식들로 인질극을 하던 투페이스는 결국 죽게 되고, 배트맨은 조커가 왜 투페이스를 최종 무기로 삼았는지 깨닫는다. 투페이스가 레이첼 죽음의 복수를 위해 동료들을 죽인 것을 시민들이 알게 되면 백기사의 타락이 사회에 마지막으로 남아있는 도덕과 정의의 실마리조차 무너질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불완전한 선인 자신이 투페이스의 모든 악행을 저질렀고, 투페이스를 희생자 및 순교자로 포장하여 '역시 자경단은 결국 근본적인 선이 되지 못한다'와 '순교를 할지언정 정의는 승리한다'는 의미를 사회에 남긴다. 투페이스가 아닌 정의로운 하비의 죽음을 추모하며 사회에 큰 메시지를 남기기 때문이다. 배트맨에 대한 사회의 인식이 영웅에서 악마로 변하더라도 절대 선을 추구하는 그 모습은 배트맨이 사자에서 초인으로 성장했음을 역설적으로 보여준다. 배트맨은 악이 존재 하든지 말든지, 자신이 악으로 불리던지 말든지 자신이 정의한 가치인 '고담의 평화'를 위해 자기 자신을 내던졌기 때문이다. 사자에서 초인으로의 성장을 판단할 수 있는 기준인 '자신만의 새로운 가치를 창출할 수 있느냐'에 비추어 볼 때, 선의 존재에 의존하기에 자신만의 가치를 창출하지 못하는 조커와 달리 배트맨은 초인의 모습을 당당히 보여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