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hawaiii Dec 08. 2021

[Essay] 백신패스 - 자유와 책임 사이에서

Liberty & Freedom



# 백신패스 - 자유와 책임 사이에서


  백신패스 정책에 대한 국민의 의견이 뚜렷이 갈리고 있는 상황에서, '찬성론자 - 모두를 위해서' vs '반대론자 - 기본권 침해, 부작용을 국가가 책임지는가?'로 나뉘어 각각의 입장을 요약할 수 있다. 찬성 관점에선, '보편적인 안전을 누리기 위해 그 일원으로서 책임을 다해야 한다'는 것을 근거로 삼고, 반대 관점에선 '맞든 말든 내 자유다', '백신 효능 및 부작용에 대한 신뢰 형성이 우선이기에 맞을 수 없다'는 것을 근거로 삼는다. 팽팽한 줄다리기에서, 나는 자유와 책임이 이 문제의 본질이라고 생각한다. 찬성론자는 내 안전을 보장받기 위해 나부터 책임을 다하는 것, 반대론자는 내 선택의 자유를 보장받기 위해 백신을 거부하는 것이다. 


  그럼 자유는 대체 무엇이고, 자유는 인간에게만 주어진 천부적 권리인가? 자유엔 왜 책임이 따르는가? 모두가 동의할 한 가지 사실은, 우리가 누리는 자유는 탄생한 지 2백 년 남짓 된 따끈따끈한 개념이라는 것이다. 청동기 시대를 지나 철기가 도입된 B.C. 1200부터, 존 스튜어트 밀의 ‘자유론’이 1859년에 등장하기까지 3천 년 간 인간 사회는 주인과 노예의 역사였고, 동식물을 포함한 그 어디에도 자유의 개념은 존재하지 않았다. (고대 그리스 아테네의 민주주의와 자유는 아테네 시민인 성인 남성만 해당했으니 제외한다.) 산업혁명과 시민혁명을 시작으로 태동한 자유 개념은 존 스튜어트 밀이 <자유론>에서 집대성하여 현재까지 이어지고 미국과 한국을 비롯한 성숙한 민주주의 국가들 헌법의 근간이 된다. 그는 시민이 누릴 자유에 대해 다음과 같이 정리하였다. 


인간 사회에서 누구든 –– 개인이든 집단이든 –– 다른 사람의 행동의 자유를 침해할 수 있는 경우는 오직 한 가지, 자기 보호(self-protection)를 위해 필요할 때 뿐이다. 다른 사람에게 해를 끼치는 것을 막기 위한 목적이라면, 당사자의 의지에 반해 권력이 사용되는 것도 정당하다고 할 수 있다. 이 유일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문명사회에서 시민의 자유를 침해하는 그 어떤 정치권력의 행사도 정당화될 수 없다.


  타인의 자유를 해칠 수 있는 상황이라면 그의 자유는 마땅히 제약된다는 것이다. 한국에서는 '자유' 외엔 자유를 표현할 단어가 없기에 자유를 의미하지만 다른 뉘앙스인 Liberty와 Freedom이란 영어단어를 빌려 와야만 한다. Liberty는 제약적 자유, 즉 타자의 존재를 고려한 자유이다. Freedom은 무한한 자유에 해당한다. 밀은 Freedom과 Liberty를 엄격히 구분하였고 인간이 추구해야 할 자유는 Freedom이 아닌 Liberty임을 강조하였다. 찬성의 근거가 2백 년 전의 사상이면 설득력이 떨어져 보일 수 있기 때문에, 오늘날에도 사용되면서 국민이 동의한 최소한의 사회적 기준인 헌법을 그 근거로 삼고자 한다. 


미국 헌법 전문

We the People of the United States, in Order to form a more perfect Union, establish Justice, insure domestic Tranquility, provide for the common defense, promote the general Welfare, and secure the Blessings of **liberty** to ourselves and our Posterity, do ordain and establish this Constitution for the United States of America.

(우리 미국 사람은 더욱 완벽한 연방을 형성하고, 정의를 수립하고, 국내의 평온을 지키고 국방을 제공하여 일반 복지를 증진하고, 우리와 자손들에게 **자유가** 가져오는 혜택을 확보하고자 하는 목적을 가지고, 미국을 위해, 이 헌법을 제정한다.)


대한민국 헌법 제37조

①국민의 자유와 권리는 헌법에 열거되지 아니한 이유로 경시되지 아니한다
②국민의 모든 자유와 권리는 국가안전보장ㆍ질서유지 또는 공공복리를 위하여 필요한 경우에 한하여 법률로써 제한할 수 있으며, 제한하는 경우에도 자유와 권리의 본질적인 내용을 침해할 수 없다.


  미국 헌법은 특히 'Liberty'를 사용하고 Freedom을 사용하고 있지 않으며, 한국 헌법에서도 안전 보장의 이유로 자유를 제한할 수 있다고 명시한다. 민주주의 국가의 헌법은 주권자인 국민의 동의를 얻은 대리인(국회의원)이 작성하였기 때문에 위 내용이 곧 민심이다. 민주주의 개념을 현실에 적용하기 위한 장치인 삼권분립에 의하면, 입법부는 국민의 마음을 글로 밝힐 뿐이고, 그 내용을 행동으로 옮기는 주체는 행정부다. 따라서 백신패스 정책은 사실 안전보장과 공공복리를 위한 국민의 선택을 행정부가 수행했을 뿐이다.


모두가 만족하는 결과는 없다. 백신에 대한 소수의 걱정이 무시되어서도 안 된다. 소수의 걱정 때문에 다수가 전염병의 공포에 휩싸인 채로 남겨져서도 안 된다. 백신 접종 직후 의문사 사례에 대해 정부가 인정하지 않는 것을 보며 백신 맞고 싶은 생각이 달아나는 것은 전적으로 공감된다. 나는 모두를 위해 백신을 맞았는데 소수가 거부한다면 그들에게 부정적 감정이 드는 것도 당연한 반응이다. 


찬성도 맞고 반대도 맞는 양시론을 펼치고자 하는 것이 아니다. 이성을 공적으로 활용하여 헌법을 만들었듯백신패스 논란도 사익이 아닌 인류를 위한 공익적 관점으로 대승적인 대화를 통해 해결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내가 맞았으니 너도 맞아라! 난 맞기 싫으니 누가 뭐라하든 맞지 않겠다!’ 식의 이기적인 대화가 아니다. 내가 사는 빌라에서 시작해서 제주도민, 한국인, 세계인 모두를 고려하는 차원의 대화를 해야한다는 것이다.


  인류가 이성을 공적으로 사용한 대표 사례인 헌법 조항을 이번 글쓰기를 통해 찬찬히 뜯어 보며, 주인과 노예만 존재하던 3천 년의 시간이 지나고 너와 내가 존재하는 오늘이 얼마나 경이로운 순간인지 다시 한 번 느끼게 되었다. 인간이 자신의 이성을 사적으로만 사용했다면 여전히 이곳엔 주인과 노예만 가득했을 것이다. 인간이 동물과 다른 점은 이성의 공적 사용에 있다고 믿는다. 경이로운 오늘을 만든 인류의 의견은 매번 불일치하기 때문에 다투겠지만, 모두 자신의 이성을 공적으로 사용할 것이라 믿는다. 누구나 어떤 조건과 상황에서든 반드시 따라야 하는 도덕 규칙으로서 칸트가 제시한 정언명령을 활용하여 글을 맺는다.


첫째 명령, “네 의지의 준칙(격률)이 언제나 동시에 보편적 입법의 원리가 될 수 있도록 행위 하라”

                  = 내가 어떤 행동을 할 때, 모두가 나처럼 행동해도 괜찮다는 확신이 드는 행동만 해야 한다.


둘째 명령, “너 자신과 다른 모든 사람의 인격을 언제나 동시에 목적으로 대하도록 행위 하라”

                  = 상대방을 수단으로 활용하지 말고, 목적으로 여겨라. 







참고자료


존 스튜어트 밀 - 자유

https://ko.wikipedia.org/wiki/%EC%9E%90%EC%9C%A0%EB%A1%A0

https://ko.wikipedia.org/wiki/%EC%9E%90%EC%9C%A0


미국 헌법

https://ko.wikipedia.org/wiki/%EB%AF%B8%EA%B5%AD%EC%9D%98_%ED%97%8C%EB%B2%95


한국 헌법

https://law.go.kr/%EB%B2%95%EB%A0%B9/%EB%8C%80%ED%95%9C%EB%AF%BC%EA%B5%AD%ED%97%8C%EB%B2%95/%EC%A0%9C37%EC%A1%B0


칸트 - 이성의 공적 사용, 사적 사용

https://ko.wikipedia.org/wiki/%EA%B3%84%EB%AA%BD%EC%9D%B4%EB%9E%80_%EB%AC%B4%EC%97%87%EC%9D%B8%EA%B0%80%EC%97%90_%EB%8C%80%ED%95%9C_%EB%8B%B5%EB%B3%80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