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자의 꿈

[물상 시리즈 #4]

by 카일루아의 고양이


의자란 본디

사람을 앉히기 위해 존재한다.



생업을 잇기 위해

버거운 삶의 무게로 짓누르기도 하고



그리운 곳을 향하여

잠시 내 몸을 의탁해 보기도 한다.



타인의 삶을 엿보기 위해선

조금 동떨어진 외로운 곳에서

바라볼 수 있어야 할 터.



세상살이의 시끌한 잡음에 지쳐

방어벽 꽁꽁 두른 채

내 한 몸 뉘어보기도 하지만



거칠 것 없는 마음이 들 때만이

비로소

내리쬐는 햇볕 아래

온전한 충전을 할 수 있는 법.



환상 문학의 대륙 중남미에서는

바닥에 서식하는 의자들도

일제히 꿈꾸듯 비상한다.



땅을 딛고 살아야 하는 운명을 거스른 채,

더 높이

더 홀가분하게.


의자의 본분이란

본디 없던 것은 아닐까?


모든 건 저하기 나름.

마음먹기 나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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