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수업이 재미있어
하와이 초등/중등학교 수업: 유머와 규율이 공존하는 수업분위기
독립이와 배려왕이 하와이에 와서 학교에 다닌 지 거의 2주일이 되어가고 있어요.
학교 다녀온 첫날은 긴장해서 그랬는지 별이야기 없다가 2-3일째 되던 날
엄청 놀라운 사실을 발견한 듯이 집에 와서 다음과 같이 신나서 이야기하더라고요.
독립이: 엄마! 학교수업이 재미있어!
배려왕: 맞아. 엄마 이상해. 노는 것 같아
아마 그동안 한국에서 재미있는 선생님을 만난 적이 없었나 봐요
7학년인 독립이는 수업시간이 한국과는 다르다고 생각은 했었는데 오늘 완전 충격이었다고...
(독립이의 반은 16명 정도 되고 독립이는 현재 오른쪽 뒤쪽에 앉아 있다고 해요)
과학시간에 선생님이 아주 중요한 개념을 설명하고 있었는데
왼쪽 뒤쪽에 앉은 알렉스(가명)가 주섬주섬 종이를 꾸기기 시작하더래요
무엇을 하려나 자꾸 신경 쓰여서 보고 있는데
교실 왼쪽 앞에 있는 쓰레기통에 넣으려고 조준을 하고 있길래
독립이는 곧 있으면 '재 혼나겠네 쯧쯧'하고 있는데
알렉스가 꾸긴 종이를 던져 쓰레기통에 골인한 순간
선생님을 포함한 모든 학생들이 환호를 하면서 박수를 쳤다는 것이에요
독립이만 이것이 무슨 상황인가 이해가 되지 않아 어리둥절했다고.
좀 시간이 지나 그때 상황이 파악된 독립이는 그다음 시간에 자기도 쓰레기를 던져
골인해 볼까라는 생각을 했으나 도저히 용기가 나지 못해 못했다고 아쉬워했어요
한국 가기 전에 꼭 한번 해 보고 싶다고 다짐을 하더라고요 ㅋㅋ
이 이야기를 시작으로 독립이와 배려왕은 각자 자기네 수업이 더 재미있다고 한참을 떠들었어요.
배려왕의 과학선생님은 개념을 설명할 때 만화를 칠판에 그리면서 설명하는데
아이들이 배꼽 빠지게 웃는다고 (어떤 그림인지는 저도 파악이 ~~~)
독립이네 반은 English시간에 책에 나온 텍스트의 이야기를 자신의 이야기와 비교해 보는 활동을 했는데
어떤 아이가 갑자기 내 이름이 뭐더라 하고 장난을 치면 일제히 '알렉스'라고 소리치면서
다 같이 웃는다는 것이에요
재미있게 듣다가도 아이들이 모두 잔 시간에 혼자 뜬금없이
한국엄마의 본성이 살아나서
그렇게 수업하면 공부는 되나?
라는 걱정도 되더라고요 ㅠㅠ
그런데 2-3일 후 아이들이 집에 와서 수업이 재미있기만 한 것은 아니라고,
배려왕은 사회시간에 크롬북으로 자료를 찾아야 하는데
장난꾸러기 남자아이가 자꾸 자기가 좋아하는 만화 캐릭터를 찾아 낙서하고 있어서
선생님이 몇 번을 하지 말라고 해도 하니까
엄한 목소리로
의자 가지고 가서 창밖을 봐
라고 했다고 해요
독립이도 수업시간에 떠들고 딴짓을 하면
경고를 한 5번 이상은 준다고 해요
그래도 말을 안 들으면 또한 엄한 목소리로
알렉스, 나가
라고하고 교실밖에서 5분 정도는 서 있어야 한다고 하네요
학교분위기가 자유로워 독립이는 밖에 나간 아이들이
장난칠 것으로 예상했는데 전혀 그렇지 않고 똑바로 서 있어서
이 또한 놀랐다고 하더라고요
그리고 독립이는 또 궁금한 것이 생겼다고 하네요
한국이나 미국이나 모두 학교에서 핸드폰을 사용하지 못하게 하는데
한국애들 중 몇몇은 수업시간에 몰래몰래 하는데
여기 애들은 몰래할 수 있는 시간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몰래하는 애들을 한 명도 못 봤다고..
그 이유는 자기가 좀 더 관찰해 보고 알려주겠다고^^
학교 다닌 지 얼마 안 되었지만 수업에 유머와 규율이 공존할 수 있다는 것에 놀랐어요
어떤 것은 허용되고 어떤 것은 안되는지 알게 되면
그때 드디어 학교에 적응한 것이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어요
아이들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서로 소소한 이야기를 하면서 웃고 즐기는
미국사람들을 이해해야겠다는 생각과 함께
이제부터라도 나도 여유를 갖고 유머를 배워야 하나 그런 생각이 드네요
지금 글을 쓰는 저도 유머라고는 어디서 찾아볼 수 없는 건조한 글을 쓰고 있듯이
우리는 너무 신중하고 실수를 두려워하는 것 같아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