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와이 사립학교 학급 행사

학교 설날파티 간식 보내기: 없던 애국심이 타올랐던 날

배려왕은 아직 5학년이라 그런지 아기자기한 학급행사들이 있어요. 이틀 전 담임선생님으로부터 아래와 같은 내용의 이메일이 왔어요(이메일 내용을 공개할 수 없어 내용만 요약했어요). 메일을 받고 음력설을 함께 즐기고자 한 담임선생님이 학급에 아시안들이 많은 것을 배려해 주셔서 너무나 감사했어요. 학급구성원이 다양하다 보니 선생님의 다문화 존중도가 매우 높다는 생각이 들었지요. 나도 무엇인가 준비해야겠다는 생각이 든 순간, 우리도 음력설을 축하하는 나라인데 중국 캔디와 음식만 언급한 것이 약간 마음에 걸렸어요.

1월 20일 학급에서 potluck을 하고자 합니다.
쿵푸팬더영화를 보면서 간단한 중국 캔디와 과일을 먹고자 하는데요
맛있는 Jian dui 또는 중국 누들을 보내주시면 아이들이 즐겁게 먹을 수 있을 것 같아요
Xie xie, nimen.

그때부터 한국도 음력설을 중요시한다는 사실과 함께 한국의 문화를 알릴 수 있는 음식을 보내기로 마음을 먹었지요. 무엇이 좋을까 생각하다 아이들이 좋아할 만한 캔디와 꿀떡을 보내야겠다는 생각을 하고 하와이에 있는 마트를 다 뒤져 꿀떡을 찾으러 다녔어요. 결국 H마트에서 꿀떡을 찾았으나 고급스러움은 찾아볼 수 없어 과연 이 꿀떡이 우리나라의 문화를 알리는데 도움이 될까라는 의구심이 들더라고요. 잘못하면 아무도 안 먹고 그냥 버릴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ㅠㅠ

그래서 어쩔 수 없이 몇 가지 보낼 간단한 한국과자를 선택한 후 집에 와서 학급인원수 대로 스낵봉지를 만들었어요. 제가 여기까지 와서 이런 것을 만들 줄이야. 이것만 보내면 안 되겠다 싶어 한국에서 가져온 카드와 부채를 선생님께 함께 보내기로 했지요. 결국 한국의 문화를 알리고자 한 큰 꿈이 있었으나 이런 것도 해본 사람이 잘하는데 한국에서 한 번 해 보지 않았던 제가 하려니 허접하기 짝이 없더라고요 ㅠㅠ

결국 배려왕의 카드로 만회하려고 열심히 쓰라고 했지요. 오빠한테 also 보다 고급진 단어가 뭐냐고 물어보더니 moreover, furthermore 등 아는 단어 다 썼네요. 짜증 부릴 때는 언제 크나 싶다가도 이럴 때 보면 대견해요. 

오늘도 하루하루 하와이의 새로운 문화를 배우고 느끼고 경험하고 있어요.

[설날 학급행사 후기]

배려왕은 준비한 간식과 친구들이 가져온 간식을 먹으면서 쿵푸팬더 영화를 재미있게 봤다고 해요. 처음 쿵푸팬더 영화가 나왔을때 모두 극장에 간 적이 있는데 처음 팬더가 등장하는 장면이 좀 음산했었는데 무섭다고 울어서 3분도 못보고 나온 영화였는데 이제는 커서 재미있게 봤나봐요. 한 가지 신기한 사건은 배려왕이 다니는 학교가 가톨릭학교라서 종교수업이 있는데 종교교과목을 담당하는 선생님이 모든 학생들에게 세뱃돈을 줬더라고요. 저도 제대로 된 다문화교육을 받아본 적은 없고 경험적으로 여러 나라를 다니면서 터득했지만 다인종으로 구성된 미국학교에서 타문화를 존중하고 함께 즐기려는 노력을 어떻게 하는지 조금은 엿볼 수 있는 하루였어요.

세뱃돈으로 받아 온 홍빠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