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무엇이었을까.

by 박하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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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심에서 외곽으로 이사온지 6개월.

아직도 수면제는 끊지 못했지만,

우울증과 공황장애는 많이 나아졌다.


평화로운 주말, 늦잠을 자고 사랑스러운 반려견과 산책을 나섰다.

현관문이 열리고 새소리가 쏟아져 들어온다.

내 두 귀와 심장이 행복이라는 물감으로 채워진다.


하천길따라 피어난 잡초 위를 스치는 나비,

나무와 하늘 사이를 자유롭게 나는 제비떼,

한 나무를 향해 저돌적으로 날아드는 수십 마리의 참새들.


이 아름답고 경이로운 풍경을

나의 눈에, 그리고 나의 마음이라는 서랍속에 담았다.


문득 생각에 잠겼다.

내가 살아온 인생은 무엇이었을까?


물한모금 주지 않아도 꿋꿋이 자라나는 잡초였을까.

누군가의 발걸음을 멈추게 하는 향기로운 꽃이었을까.

묵묵히 그 자리를 지키는 나무였을까.

꽃을 따라 흩날리는 나비였을까.

높이날며 자유를 꿈꾸는 제비였을까.

작은 소리에도 놀라 떼지어 날아오르는 참새였을까.


나는 과연 무엇이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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