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식증 재발

by 시루

아무래도 폭식증이 도진 모양이다.


몇 년 전, 폭식과 초절식을 반복하며 20kg을 감량한 나는 위가 망가졌다.


그리고 올해 들어 55kg을 유지하며 적당히 먹고 배가 안 고프면 안 먹게 되면서 폭식증을 고쳤다.

아니 그런 줄 알았다.


어쩌다 몸무게가 53kg까지 빠져버린 날, 나의 폭식증은 다시 재발하고 말았다.

53kg의 숫자와 가벼운 몸, 가녀린 옷 핏에 집착하게 된 것이 원인이었다.


평소보다 조금 더 먹어 0.4kg이 늘어난 아침이면 세상이 무너진 것 같은 기분에 휩싸였다.

그러다 에라 모르겠다는 식으로 꾸역꾸역 음식을 밀어 넣다 위가 아파 떼굴떼굴 구르는 식으로 하루가 끝났다.


그렇게 한 달 정도를 사니 결국 55kg을 넘어버렸다.


예전엔 55라는 숫자를 보면 감격했었는데, 지금은 불안해하고 짜증을 내고 있다.

그런 내 모습에 뭔가 잘못됐음을 느낀다.


안 그런 척했지만 누군가가 내게 말랐다고 말해주는 순간을 은근히 즐기고 있던 모양이다.

그리고 남들에게서 채운 자존감은 모래성처럼 약해서 바람만 불어도 쉽게 무너져 내렸다.


나는 이제 배워야만 한다.

마르든 뚱뚱하든 있는 그대로의 나를 인정해줘야 한다는 것을 말이다.


‘남들이 보는 나’에 대한 집착을 내려놓고,

내 안으로 파고드는 시간이 필요했다.


세상에 다양한 사람이 있듯 내게도 다양한 모습이 존재했다.

색깔이 알록달록하기에 세상을 더욱 아름답게 만드는 것처럼, 나도 여러 가지 색깔의 나로 인생을 다채롭게 만드는 것 아닐까?


한 가지 색깔만 예쁘다는 말은 나를 지루하게 만들 뿐이다.

그러니 먹는 즐거움도, 날씬한 몸도 ‘편안한 마음‘으로 즐길 줄 아는 사람이 되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