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어붙은 분위기를 풀어준 음식
오늘은 데이트날이다.
그런데 어젯밤에 남자친구와 의견 차이가 발생했고 얼어붙은 분위기는 쉽사리 풀리지 않았다.
결국 우린 서로 약간의 앙금을 품은 채 만났다.
음식점으로 가는 길 내내 각자의 생각과 감정을 내세우며 팽팽한 신경전이 벌어졌다.
그래도 메뉴를 고르는 시간만큼은 휴전을 선언한 것처럼 평화롭고 순조로웠다.
잠시 후, 친절한 말투의 직원분께서 둥그런 나무 쟁반 위에 정갈하게 놓인 식기구를 가져다주셨다.
사실, 깔끔하고 단정한 플레이팅 앞에서 울퉁불퉁했던 마음이 살포시 가라앉음을 감지했다.
간장 베이스의 다진 고기,
토치로 불맛을 입힌 제육볶음,
머스터드를 얹은 불고기,
김치볶음과 뒤엉킨 고기가 올라간 대왕 유부초밥이 뒤를 이어 등장했다.
푸짐한 자태 앞에서 우리의 기분이 조금 전과 정확히 반대로 뒤집힌다.
밥알은 입안에서 단단하게 뭉쳐있기보다 흩날리는 눈처럼 흐트러졌고 식초 간이 적절히 베어 달달한 유부 그리고 고소한 고기와 조화롭게 어우러졌다.
같이 시킨 차돌매콤우동은 쫄깃한 치즈떡, 우동면, 어묵 그리고 차돌이 들어있었고, 신전떡볶이와 매우 흡사한 맛이었다.
그리고 남자친구는 내 앞에 놓인 앞접시가 비지 않게 계속해서 음식을 채워줬다.
유부초밥에 매콤한 국물을 끼얹어 먹는 남자친구를 보고 따라먹으니 즉석떡볶이를 먹고 나서 시킨 볶음밥을 먹는 듯한 느낌이 들어 만족감이 배가 됐다.
우리는 어느새 어색함을 잊고 맛있게 먹는 서로를 보며 웃음을 터뜨렸다.
예민하고 진솔한 이야기는 맛있는 음식 앞에서 힘을 못 쓴다.
우리는 그 특유의 능청스러움에, 못 이기는 척 각자 한 발자국씩 물러서 서로를 이해해야만 했다.
대왕 유부초밥은 음식 맛도 훌륭했지만 얼어붙은 분위기를 녹여준 고마운 음식으로 기억돼서 다음에 또 먹으러 올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