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3. 참치김치찌개 (직접 만든)

허기질 땐 집밥이 최고다

by 시루

오늘은 아침부터 유난히 허기가 졌다.


그것은 사과, 양배추, 계란, 요거트 그리고 시루떡까지 아무리 많은 음식을 입속으로 밀어 넣어도,

쉽게 가라앉지 않는 염증처럼 사라지지 않았다.


나도 모르는 새 부어있던 내 인생의 염증은 적절한 약을 필요로 했다.


자극적인 맛의 인스턴트나 사 먹는 밥은 도발적이게 맛있었지만 허기를 채우는덴 영 재능이 없다.

지금의 난 정직한 집밥이 먹고 싶었다.


나는 이제 내 병을 치료하기 위해 스스로 두 팔 걷고 나서는 어른이 되었다.


오늘의 메인 메뉴는 직접 만든 참치김치찌개와 외할머니표 수육이다.

재료 하나하나를 꺼내 썰고, 빻고, 담고, 굽고, 찌고, 간을 보며 천천히 그리고 하나씩 음식들을 완성해 갔다.


찌개가 다 끓을 즈음, 옆에 있던 엄마가 냉장고에 있는 반찬들을 꺼내 김치찌개 주변에 빙 둘러놓는다.

덕분에 식탁이 꽃다발처럼 풍성해졌다.


고춧가루를 아낌없이 집어넣어 칼칼한 국물은 바깥에서 사 먹는 것처럼 대단히 감칠맛이 가득하지는 않았지만

한 입 한 입이 지금 나에게 가장 잘 맞는 치료제가 되어줬다.


두툼한 수육 위에 새우젓을 살짝 올려 먹고 김치찌개와 단짝인 김을 밥에 돌돌 싸서 먹기도 했다.


그렇게 정신없이 밥 한 공기를 뚝딱 비우고 나니 이제야 모든 게 제자리로 돌아온 듯한 든든한 기분이 들었다.


사람이 힘들 때 왜 집밥을 찾게 되는지는 아직도 의문이지만, 한 가지 확실한 건 그 방법이 대단히 효과가 있다는 것이다.

평소 바깥밥보다 집밥을 좋아하는 남자친구가 이제야 이해가 되는 것 같기도 한 저녁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