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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하양 Mar 15. 2021

가끔은 사람들이 "그렇구나"에서 멈춰줬으면 좋겠다

작은 것들을 떠나보내며

2020년 11월 9일 밤, 언니에게 연락이 왔다.
덕칠이가 떠났다고 했다.



 



불과 다섯 시간 전에 병원에 왔다며,

아무래도 반려동물 수첩이 하나 있어야 할 것 같은데 어떻게 만들면 되는 거냐 물어왔었다.



갑작스러운 소식에 놀라 전화를 걸었지만 언니는 받지 않았다. 그럴 겨를도 없이 무너져 내렸을 거다.





ㅡ안아줫ㄴ데몸이너무굳어가





한참 뒤 언니에게서 온 문자에 눈물을 쏟았다. 그날 새벽 그러니까 8일에서 9일로 넘어가는 자정, 우연히 틀어놓은 TV 채널에서 방영한 길고양이 다큐멘터리가 떠올랐다. 새벽 내 추운 밤 창경궁 한 구석에서 신음하다 떠난 새끼 고양이를 보며 엉엉 울다 잠들었고, 스무 시간 후 덕칠이를 떠올리며 또다시 울었다.




창경궁의 아이와 덕칠이.

얼굴도 모르는, 어루만져본 적도 없는 작은 것들의 죽음은 늘 괴롭고 애달프다.






덕칠이는 언니 남자 친구의 반려묘인데, 몇 달 사이 기침이 잦아 찾아간 병원에서 폐렴 진단을 받고 통원 치료를 하던 중이었다. 퇴근시간이 비교적 유연했던 언니가 병원에 데려가는 일이 많았고, 고양이에 대해 아는 게 많지 않은 터라 궁금한 게 있을 때마다 나에게 연락을 했었다.



그날도 그저 그런 날들 중 하나라 생각했는데,

덕칠이에겐 너무 버거운 하루였나 보다.


11월. 서리가 내리고 얼음이 얼만큼 추웠던 날. 베란다 창문을 넘어 드는 한기, 온종일 거세게 불어대던 바람 탓에, 옆에서 나를 올려다보는 고양이를 부둥켜안고 나는 한참을 울었다.










다음날 점심시간이 지나서 언니에게 전화가 왔다. 도무지 밥이 넘어갈 것 같지 않아 식사를 건너뛰었고, 이유를 물어오길래 지난밤의 사정을 설명하다 눈물을 흘렸다고 했다. 그런데 언니를 지나치며 한 동료가 옆 동료에게 그렇게 말했다더라.




-그냥 고양이잖아요.




달달 떨리는 언니 목소리와 지독하게 이질적인 말 한마디.


아예 멀었다면 들리지도 않았을 텐데. 그런데 정말 안 들릴 거라고 생각했을까? 유난스러워 보였을까? 유난스럽다……? 유난스럽다…. 보통의 상태도 유지하지 못하는, 그런 사람으로 보인 걸까? 그런데 보통의 기준은 저마다 다른 것이니 타인을 유난스럽다고 평가할 자격이 우린 없는 거 아닐까.






시린 말 한마디에 속에서 자꾸 뜨거운 것이 끓어 올라서 나는 한참을 그런 생각에 잠겨있었다. 세상 사람들 다양하니까. 당연히 덕칠이가, 고양이가, 다른 무언가가 그에게 중요하지 않을 수 있으니까. 그러니까 곱씹을 필요 없다고, 울렁이는 마음을 누르며 언니를 위로했다.






전화를 끊고도 울컥 대는 감정을 추스르려 한참 숨을 골랐다.


그래도, 세상 사람들이 다양하다고 해도,

 가끔은 사람들이 "그렇구나"에서 멈추었으면 좋겠다. 그럼 서로 상처 받는 일이 아주 많이 줄어들지 않을까. 햄스터가 팔에 깁스를 하고 누워있는 사진과 함께 '47만 원'이라는 글을 보았다. 수술비, 치료비였겠지. 글 밑에는 "햄스터 만원은 하냐?"며 비아냥대는 댓글이 달렸다.





그냥 그렇구나, 해주면 안 될까?





당신에겐 딱 만 원짜리인 존재가

누군가에겐 다른 의미라는 걸,

그걸 생각할 시간을,

 스스로에게 좀 주면 안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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