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머니 손을 잡고 따라 걷던 정겨운 풍경은 10년이 지나도 크게 달라진 게 없었다. 끝없는 파라솔 행렬, 그들이 만든 그늘 아래 줄지어 앉은 어르신들. 상자 한쪽을 찢어다 적은 이름과 가격. 그 뒤로 소복이 쌓인 나물과 과일과 갖가지 물건들.
사람 반, 물건 반. 복작복작 대는 장터 한가운데서 눈치껏 빈 곳을 밟으며 앞으로 나아간다. 달큼한 옥수수 냄새나 갓 짜낸 고소한 참기름 냄새가 시끌벅적한 소리와 어우러져 장터에 활기를 더했다. 그리고 그 사이로 비릿한 냄새 하나가 섞여 들었다.
생선 좀 보고 가자.
가까이 다가가자 매대 위에 줄줄이 널린 고등어가 보인다. 하나같이 흐리멍덩한 눈을 한 고등어의 몸뚱이에서 지독한 비린내가 뿜어져 나왔다. 초여름 열기에 주변을 얼음으로 가득 채워도 감춰지지 않는 듯했다. 나는 멍하니 고등어를 바라보았다. 생선에서 나는 비린내는 아주 익숙하고 당연한 것인데 어쩐지 기이했다.
당연한 것….
당연한 것…….
언제부터였을까. 절명한 것들의 냄새가 당연했던 건.
어째서 썩어 가는 살 냄새가 익숙하다고 느꼈던 걸까.
순간, 기묘하게 벌어진 입과 바다를 잃은 눈들이 전부 나를 향했다.
넌 인간이잖아.
도망치듯 자리를 떴다. 비린내가 닿지 않는 곳으로 향했을 때 나는 시장 끄트머리에 다다랐다. 철장 속 토끼를 둘러싸고 재잘거리는 아이들이 보였다. 한 손만 한 토끼들은 땅바닥 열기에 지친 듯 쭉 뻗은 채 미동조차 하지 않았다. 그 앞에 놓인 상자 쪼가리엔 ‘한 마리, 오천 원’ 이름 대신 적나라한 몸값뿐이었다.
맞은편 아재는 신중하게 닭장 안을 살피더니, 그중 몇몇을 척척 가리켰다. 그리곤 여섯이나 되는 닭의 발목을 움켜쥔 채 빠르게 걸음을 옮겼다. 거꾸로 매달린 닭들이 내 손목에 걸린 검은 비닐봉지 마냥 좌우로 달랑거렸다.
자연스럽고 당연했던 모든 풍광이 기괴해 보였다. 시장은 사람 냄새나고, 즐겁고, 활기가 넘치는 곳인 줄 알았는데, 당연히 그렇게 생각해왔는데, 그건 그저 내가 운 좋은 인간이기 때문이었다. 고등어에게 당연한 건 깊은 바다와 푸른 등허리, 그뿐 일 테니까. ‘당연하다’는 건 이렇듯 참 이기적이고, 상대적이며, 잔인한 말이었다.
철장 속 늘어진 붉은 눈동자와 거꾸로 흔들리던 검은 눈동자의 당연함은 무엇이었을까. 시장은 활기가 넘치는 곳이라는 것, 그것만은 아니었을 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