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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얀 Jan 04. 2020

독서에 취미를 갖고 싶다면 도서관이 아닌 서점을 가세요

2020년엔 책을 많이 읽어보고자 하는 대한민국의 성인들에게

동티모르에 와서 가장 아쉬운 점은, 딱히 서점이라고 할만한 공간이 없다는 것이다. 한국에 있을 때는 일주일에 최소 세 번 이상 서점에 갔었는데... 공강인 날에는 오래 머물렀고, 수업이 늦게 끝나 저녁때 가면 영업 종료 음악을 들으며 나오기도 했고, 휴일이거나 뜻하지 않게 휴강인 경우에도 너무 지쳐 어디 갈 수 없을 정도가 아니라면 서점에 갔다.


책을 보기 위해 도서관에도 갈 수 있었지만 서점에 갔다. 난 서점을 더 좋아했다. 그 이유의 첫 번째는 서점에선 요즘의 트렌드를 읽을 수 있기 때문이었다. 자본주의와 멀리 떨어진 것처럼, 지식의 공간인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철저한 마케팅 논리에 의해 운영되고 있는 가판대의 책 배열, 제목, 디자인, 키워드와 서점에서 주제를 선정해 책을 모아 내놓은 것들까지. 서점을 차근차근 보다 보면, 사람들이 요즘은 SNS 마케팅을 궁금해하는구나, 열심히 살라고 자극을 주는 자기 계발서보다는 지친 자신을 위로해주는 책을 원하는구나, 디자인이 요즘 감성(?)적으로 잘 뽑힌 시집과 잡지는 꽤 잘 팔리나 보구나, 책에게 인테리어의 역할까지 부여한 것들이 많구나 등등.


두 번째는 책들이 나를 보고 있는 점이었다. 도서관에 가면 주로 등을 보여주고 있지 않나. 그 글자만 보고서는 어떤 책인지 약간의 느낌만 올뿐 알 수 없으니, 그 책의 매력을 충분히 느낄 수 없다. 초면부터 확 꽂히기 어렵다는 뜻이다. 하지만 서점에서의 책들은 나를 읽어달라는 눈빛을 보내며 표지를 드러내고 있다. 심지어 아주 매혹적인 출판사의 카피가 적힌 띠까지 두르고서! 독서욕구가 마구마구 솟아오르지 않을 수 없다.


물론 도서관과 서점의 목적이 달라서 무엇이 더 낫고 좋다고 이야기할 순 없다고 생각한다. 서점은 책을 읽는 곳이 아니라 파는 곳이고, 도서관은 책을 읽는 곳이다. 당연히 서점엔 사람을 유혹하는 많은 요소들이 들어가 있을 수밖에 없다. 하지만 내가 도서관과 서점을 비교해서 이야기하는 이유는, 단순히 문학/과학/예술/언어 등으로만 책을 분류해놓은 불친절한 도서관과는 다르게, 책이 어려웠던 나에게 어떤 책을 읽으면 좋은지 밥상을 차려준 곳이라, 정말 독서를 하고 싶다면 서점을 가라고 이야기하고 싶기 때문이다. 나도 어렸을 때부터 독서에 취미가 있는 사람은 물론 아니었다. 하지만 서점을 가까이할수록 독서에 취미가 생겼다. 나 자신이 특별히 독서에 각별한 애정이 애초부터 있는 게 아니라면, 그 각별한 애정을 마케팅적으로 만들어내주는 서점을 자주 가보는 걸 추천한다.


가끔은 점심시간, 공원에 와서 책 읽기

도서관은 좋긴 하지만 너무 조용한 분위기, 압도적인 도서의 양, 불친절한 도서 분류로 처음 독서에 취미를 붙이고자 하는 사람들에겐 적합한 공간이 아니지 않나 싶다. 물론 무료로 읽을 수 있다는 장점도 있지만, 난 책을 빌려 읽는 것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책의 좋은 부분은 항상 작은 인덱스 포스트잇으로 표시를 해둬야 하는 습관 때문이다. 책을 한 권 다 읽고 나면 그 책의 좋았던 글들을 머릿속에 단숨에 기억할 만큼 똑똑하지 못해서, 좋았던 페이지에 포스트잇을 붙여 표시를 해둔다. 그래야 나중에 책의 내용을 잊어버렸을 때, 한 권을 다시 정독하지 않아도 그와 비슷한 효과를 낼 수 있기 때문이다.


현재는 동티모르에 있기 때문에 한국 서적을 구할 수 없어 E-book을 이용하고 있다. (사실 한국에 있을 때도 가끔 이용하긴 했는데) E-book의 경우 읽다가 형광펜으로 표시해둘 수도 있고 책갈피를 해두는 기능이 있으며 심지어 그것을 한 번에 모아서 볼 수도 있다. 그래서 나는 한 권을 다 읽은 다음에 내가 표시해 둔 부분을 한 번에 모아 캡처를 한 뒤에 독후감에 써둔다. 한 장 한 장 쌓여가는 독후감을 볼 때마다 뿌듯하기도 하고, 당시 내 마음에 쏙 들어왔던 책의 문구들을 한 번에 모아서 볼 수 있으니 하나의 보물상자 같은 느낌도 든다. 예쁘게 정리해서 잘 써두면 독후감을 얼른 또 쓰고 싶은 마음에 책을 빨리 읽어내기도 하고, 좋은 한 문장이라도 놓칠세라 눈에 더 불을 켜고 읽기도 한다.


성인 독서량이 점점 떨어지고 있는 요즘, 2020년에는 서점을 가까이해보자. 여러분을 간파하는 마케팅 아래 책들이 엄청난 유혹을 펼치고 있을 테니! 나의 돈만 앗아가는 다른 마케팅 상술은 밉지만, 책을 파려고 하는 출판사와 서점의 마케팅에는 관대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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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책 감상평 매거진

https://brunch.co.kr/magazine/bookhayan


https://brunch.co.kr/@veganhada/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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