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어도 하나의 과목으로 자리 잡고 있다
크리스마스와 새해를 맞은 긴 방학이 끝나고 드디어 다음 주 월요일 개학이다. 한국어 수업을 기다리는 약 260명의 학생들(60명씩 4개 반)을 만날 생각에 설레기도 하지만, 방학 동안 잊고 살았던 책임감이 다시 몰려오기도 한다. 내가 일하는 학교는 지방에 위치한 기술고등학교로, 회계와 관광학과로 나누어져 있다. 나는 과목 특성상, 관광학과 학생들을 가르치게 된다. 어제 교장선생님과 간단한 면담을 끝내고 관광학과 시간표를 받았다. 나는 두 가지 점에서 놀랐다.
첫 번째는 학생들이 무려 4개의 외국어 수업을 듣는 것이었다. 포르투갈어, 인도네시아어, 영어, 한국어... 한국에 있을 때 영어와 제2외국어 한 가지 배우는 것도 매우 벅차다고 생각했는데 무려 4개의 외국어 수업을 듣는 건 어떤 기분일까 잠시 상상해보고, 학생들에게 한국어를 못한다고 다그치거나 조급해하지 말아야겠다는 다짐이 들었다. 무려 4개의 외국어라니. 그럼 동티모르의 현지어인 테툼어까지 5개 국어를 공부한다는 것인가.
인도네시아어는, 불과 20년 전까지만 해도 동티모르는 인도네시아에 점령당해 있었기에 인도네시아어를 할 줄 아는 사람이 많으니(실제로, 숫자나 간단한 대화에서 인도네시아어를 쓰는 경우가 많다) 공부를 하는 게 어느 정도 이해는 된다. 포르투갈어는 동티모르의 현지어와 함께 공용어로 지정이 되어있어 (과거 포르투갈의 식민지였다) 고위계층들은 포르투갈어를 사용하고, 교과서도 포르투갈어로 되어있으니, 뭐, 유창하게는 아니어도, 이것도 어느 정도는 꼭 공부를 해야 하는 것 같아 보이긴 한다지만. 거기에 취업을 위한 영어와 한국어까지 공부까지... 동티모르 학생들의 삶도 쉽지만은 않다는 생각을 했다. 물론 하루에 5시간만 학교에 가고 학원도 없고 치열한 입시도 없기에, 한국 학생들에 비할 바는 안되지만, 5개 국어가 매일 머리에 들어오는 것은 보통 일이 아닐 것 같다.
하나의 과목으로 역할을 하고 있는 Lian Korea(한국어)를 열심히 가르치며,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 해야겠다. 단순히 한국어만 가르치는 게 아니라, 한국 문화도 알려주고, 여러 가지 세상의 것들을 많이 보여주면서, 지금 보이는 곳 보다 더 큰 세상이 있다고, 학생들의 시야를 넓혀주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