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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얀 Jan 19. 2020

드디어 긴 겨울방학이 끝나고 한국어 수업 시작!

방학 동안 무기력하고 우울했다.....

이번 주는 개학을 해서 열심히 출근을 했다. 방학 한 달 동안 집순이 모드로 잘 쉬다가 출근도 하고 수업준비도 하니, 잊고 있던 직장인들의 애환을 다시금 느낀 일주일이었다. (물론 동티모르는 오전 학교, 오후 학교가 나누어져 있고, 나는 오후를 맡았기에 한국의 직장인들에 비하면 힘든 건 세 발의 피겠지만.)


사실 처음에 오후반을 맡게 됐단 걸 알았을 때 조금 뭐랄까. 왜 이런 시련이! 이런 느낌이 들었다.

동티모르는 오후가 너무 덥고 자외선이 강해서 현지인들도 땡볕엔 잘 안 돌아다닌다. 그리고 내가 사는 지역에 우리 집에서 학교까지 가는 봉고차(동티모르에선 버스로 통한다)가 거의 없기에 자전거를 타고 다녀야 하는데, 그 가장 더운 시간에 20분씩 페달을 돌릴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이 강하게 들었기 때문이다. 게다가 인터넷으로 알아보니 동티모르의 자외선 지수는 10이나 됐다. 이 수치가 얼마나 높은 지 감이 안 오신다면, 요즘 한국은 1이고, 영국은 0 임을 보면 좀 감이 오실 것 같다. 어찌어찌 자전거를 타고 학교에 도착했다고 해도 그게 끝이 아니다. 땀을 비 오듯 흘린 뒤 바로 또 에어컨과 선풍기가 없는 30도의 교실에서 수업을 시작해야 한다.


열심히 필기하는 학생들

처음엔 너무 아득했지만 일주일 해보니 또 못 할 일은 아니라는 생각이 조금 든다. (아직 일주일밖에 안돼서 그런 걸 수도 있다. 이건 미래의 나에게도 얘기를 들어봐야 한다.) 하루에 자전거로 왕복 10km를 다니고, 몸에 있는 수분을 다 빼듯 땀을 흘리며 수업을 하지만, 중간중간 불어오는 바람 덕분에 살아가고 있다. 학생들은 어찌나 착한 지 내가 하는 동작 하나하나에 까르르 웃어준다. 가나다라마바사~ 아자차카타파하를 넣어 만든 내 이상한 노래도 따라서 불러주고, 15살 밖에 안된 아이들이 작은 손으로 한글을 한 획 한 획 틀릴까 해서 조심조심 쓰는 모습을 보면 정말 귀여워 웃음이 난다.


학교 앞 바다

동티모르에서는 휴일이라고 해도 딱히 할 일이 없기 때문에, 방학 동안 사실 좀 무기력하기도 했고, 내가 여기 왜 있는 걸까 하는 생각을 하기도 했고, 잠시 무력감과 우울감을 느낀 날도 있었다. 그래서 더 악착같이 일기를 썼고 브런치에 글도 매일 썼었다. 그 시간들을 벼텨내기 위해서. 그리고 그 시련(?)이라고 하기엔 좀 거창하긴 하지만, 그 힘든 시기를 잊지 않고 잘 기록해두기 위해서. 분명 앞으로 남은 인생에서 그런 시기란 다시 올 테니까, 그때마다 내가 과거에도 이런 일을 겪었었지, 그리고 난 그 시기를 버텨냈었지, 그 시기가 지나고 괜찮은 시기가 왔었지, 하고 다시 들춰보기 위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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