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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얀 Mar 19. 2024

평균나이 31세, 예비 부부 창업 프로젝트

결혼준비와 박사 졸업을 곁들인..

앞으로 이어질 창업 프로젝트 기록의 주요 등장인물은 2명이다.


1명의 이름은 일공으로, 92년생이다. 서울 태생으로, 약 30년간 서울 촌놈으로 살다가, 세종시 소재의 연구원에서 근무하며 지방 도시에 관심을 갖게 됐다. 고향에 있는 한 대학에서 박사 과정까지 수료하고, 퇴사 후 박사 논문을 쓰고 있다.


또 다른 1명의 이름은 삼공으로, 96년생이다. 충청도 출신으로, 약 30년간 해외 아니면 충청도에서 살았다. 살고 있는 지방 도시는 언제나 관심사였다. 고향에 있는 한 대학에서 벤처비즈니스와 프랑스어를 전공했다. 학부 4학년 때 첫 번째 창업을 했고, 지금은 두 번째 창업으로 먹고산다.


우리가 좋아하는 대전의 한 서점, 다다르다

삼공은 충청도에서 유일한 광역시임에도, 노잼도시 타이틀을 독식하는 대전에 사무실을 두고 있었고, 일공은 대전 못지않은 노잼도시라 불리는 세종에서 근무하고 있었다. 이 둘은 대전 유성구에서 만나, 충남대학교와 카이스트 학생식당에서 밥을 먹고, 1+1 음료를 사러 편의점에 가고, 교정을 데이트 장소 삼아 걷다가, 결혼하기로 했다.


둘이 5천 원짜리 학식을 먹으면서도, 오히려 메뉴가 매일 바뀌는 밥을 먹을 수 있어서 좋다며 낄낄대고, 매번 똑같이 평범한 교정을 걸으면서도 결혼을 약속한 건, 둘 다 노잼도시에 살았기 때문일지 모른다. 삼공은 일공이랑 노는 것만큼이나 재밌는 건 없다고 생각했고, 일공만큼 웃긴 사람도 없다고 웃어댔다. 일공이 어떤 생각을 했는지 모르긴 몰라도, 아마 똑같이 삼공과 노는 게 가장 재밌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함께 있을 때 즐거운 사람, 나를 웃게 해주는 사람, 친구와 같이 놀 수 있는 사람과 결혼하라고 익히 들어왔으므로, 삼공이 생각했을 때 일공과 결혼하는 것은 당연했다. 삼공은 이 도시에서 일공만이 재밌는 존재라고 생각했다.


카이스트 학식

일공이는 자신과 있을 때를 제외한 대부분의 일상을 흥미 없게 보내는 삼공이를 보고, 대전이 노잼도시이기 때문만은 아닐 거라 생각했다. 삼공이는 일을 하면서도, 일을 마치고도 권태롭다는 말을 자주 했기 때문이다. 일과를 마친 10시 30분경, 매일 밤마다 일공이는 삼공이에게 지금 하고 있는 일이 하고 싶은 일이 맞냐고 물었다. 그때마다 삼공이는 '이 일이 하고 싶은 일은 맞는 것 같긴 하다'라며 어벌쩡하게 굴었다.


애매하게 구는 삼공이의 태도에 지치지 않고, 일공이는 계속해서 진짜 하고 싶은 일이 뭐냐고 물었다. 어느덧 나이가 서른 살이 다 되어가는 삼공이는 때아닌 진로 코칭에 머리가 아팠다. 창업한 지 2년 차, 조금 안정기에 접어들었으니, 권태롭더라도 편하고 싶은 마음 반, 힘들더라도 하고 싶은 일을 위해 도전하고 싶은 마음 반이 부딪혔다. 삼공도 사실 알고 있었다. 즐겁고, 가치 있는 일을 위해선 도전하고 나아가야 한다는 걸. 지금 이 순간이 분기점이라는걸. 하지만 두렵고 불안하니 애꿎은 일공이에게 '우리 엄마도 안 하는 잔소리를 왜 네가 하냐, 이래라저래라 하지 마라'라고 화를 냈다.


일공이도 여간 끈질긴 애가 아니다. 그런 말을 듣고도 계속해서 묻고, 설득하고, 달래고, 타이르고, 답을 이끌어내며 결국 삼공이가 무엇을 하고 싶은지 알아냈다. 일공이는 삼공이가 너무 즐거워하는 웃음으로 일하는 모습을, 자신과 있을 때처럼 웃는 얼굴로 꿈을 이루는 모습을 보고 싶다는 마음 하나로 그랬다. 삼공이는 그걸 일공이의 사랑이라고 생각했다.


하고 싶은 일을 찾은 일공이와 삼공이는 새로운 창업에 도전하기로 했다. 박사 논문을 쓰는 백수 일공이와 작은 법인 대표로 일하는 삼공이는, 2024년에 창업도 하고, 결혼 준비도 할 예정이다. 할 것이 너무 많아 하루하루 쪼개어 살아야 한다고 외치면서도, 시시콜콜한 장난과 수다에 많은 시간을 쏟는 둘이지만, 꾸준한 기록이 힘이라 믿어 글을 쓰기로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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