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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이랑 Jan 22. 2021

'혼자'를 사랑하다

혼자만의 시간, 어렵지 않아요

텔레비전 채널을 돌리다 <온앤오프>라는 프로그램에서 손이 멈추었다. 개그맨 조세호가 '혼자 있기 연습'을 하는 중이라고 했다.

'혼자' 있는 게 연습이 필요한가 싶었지만 생각해보니 나도 처음부터 혼자 잘 있었던 것은 아니었다. 그는 개그맨이 된 후 혼자 있고 싶지 않아도 혼자 있을 수 밖에 없었던 무명시절의 경험이 떠올라 자꾸 사람을 만나려 한다고 고백했다. 그랬던 그가 혼자 있기 연습을 하고 있다니, 온 마음으로 응원한다.




20대 초반부터 매주마다 이틀을 쉬는데 이틀 내내 집에 있는게 힘겹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틀을 쉬었으면 힘이 나야 하는데 나는 가라앉는 사람이었던 것이었다. 그래서 혼자 버스를 타고 전철을 타기 시작했다. 거창한 계획은 없었고 그 영화를 보고 오자, 그 서점에 가보자 정도였다.

한 시간쯤 걸려 서울에 갔고 영화까지 보고 나니 배가 고팠다. 그래서 식당에 들어가 혼자 밥을 먹기 시작했다. 그 첫 경험들의 기분이 꽤나 괜찮았다. 그 후 퇴근하면 혼자 영화관에 가고 쇼핑을 하고 또 여전히 혼자 밥을 먹었다. 그 땐 '혼밥'이라는 단어도 없을 때라 '혼자 밥을 어떻게 먹어?' 라며 의아해 하는 친구들도 많았다. 하지만 나는 남자친구가 있을 때에도 혼자 무언가를 해야 했고 그런 시간들이 반드시 필요한 사람이 되었다.


육아 스트레스가 좀 심하다 느껴질 땐 주말에 아이들을 남편에게 맡긴 채 반나절 정도 혼자 시간을 보낸다. 역시나 거창 한 건 없다. 카페에서 커피 마시며 책을 읽는 게 대부분이지만 가족과 함께 있을 때와는 다른 행복을 느끼는게 분명하다.


결혼 전부터 취미로 축구를 하고 있는, 일주일에 두 번은 축구하러 나가는 남편에 대한 항의의 몸짓이기도 하지만 내 가족에게 집중할 수 있는 힘을 재충전하는 그 시간을 나는 포기할 수 없다.




결혼 선배로서 후배들에게 하는 조언이 하나 있다.

임신과 출산, 육아를 하다 보면 누구나 우울증이 오기 마련이고 심하냐, 덜 심하냐 정도의 차이가 있을 뿐이라고. 내가 받은 스트레스를 내 아이나 배우자에게 풀지 않기 위해서라도 꼭 혼자만의 시간을 가질 수 있도록 서로의 배려가 필요하다고.

'혼자 나가서 뭐해?'라는 생각으로 겁먹지 말자. 지금은 '혼밥'이 대세인 시대이고 첫 단추만 꿰어보면 나머지 단추를 금세 꿰고 싶어질테니. 지금 당장 문 밖으로 나서보자. 비록 커피 한 잔 시켜놓고 멍만 때리다 올지라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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