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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이랑 Jan 28. 2022

네 일, 내 일.

나비효과를 꿈꾸며

성인이 되고 난 후 두려운 점이 하나 있다. 누군가의 투병 소식, 누군가의 부고(訃告)를 접할 일이 잦아지고 그 일들이 누군가가 아닌 당장 내 일이 될 수 있다는 사실 때문에 두려운 날들이 쌓인다.


며칠 전 나보다 대여섯 살이나 어린 누군가가 유방암이 의심되어 정밀 검사를 받고 있다는 소식을 들었다. 그 소식을 들으며 내 일처럼 까마득해졌다. 불과 2주 전, 나도 불안한 마음을 안고 생애 처음으로 유방초음파를 경험했다. 뭐가 만져지거나 찌릿찌릿의 느낌은 아니었다. 말로 설명하기 힘든, 양쪽 가슴의 다른 느낌이 분명히 있었다. 이러다 말겠지, 괜찮겠지 하며 지낸 수개월. 안 되겠다 싶어 가장 빠른 날짜로 예약을 하고 아이들은 옆 동 육아 동지에게 부탁했다. 나이가 지긋하신 의사 선생님은 지금이 어느 시대인데 유방초음파를 처음 해보냐는 잔소리와 함께 남편이랑은 사이가 좋냐, 남편이랑 밤에도 잘 지내냐 등의 꼭 필요한 건가 싶은 질문던지며 나의 몸을 살폈다. 다행히 이상 소견은 없었고 1년마다 검진을 받으라고 하셨다. 이상했다. 괜찮다는 말을 듣고 나니 분명 달랐던 그 느낌이 사라졌다. 혹시 생리 전 증후군의 증상을 내가 눈치채지 못한 건가, 앞으로는 꼼꼼하게 확인해봐야겠다고 생각했다.


그 후 평소라면 미루고 미뤄 연말에 급히 해치웠을 국가건강검진을 올해는 필요하다고 생각되는 항목들을 추가해 미리 끝냈다. 이번에도 생애 처음인 게 있었는데 대장내시경었다. 전처리제 먹는 게 힘들다는 것은 익히 들어 알고 있었고 작년에 이미 경험한 남편은 생각보다 할만하다고 했다. 그리고 평소 병원, 주사, 약 등에 대해 크게 거부감이 없었기에 '이쯤이야 '라고 가벼운 마음으로 전처리제를 먹기 시작했다. 하, 괴롭고 괴로웠다. 물도 아니고 묵직한 토너도 아닌 것이 목구멍에서 넘어가지를 않는다. 꾸역꾸역 마시는데 얼굴이 뜨거워진다. 설명서를 찾아 부작용 부분을 읽어보니 '거의 드물게 안면홍조'라고 쓰여 있다. 하, 이거 먹어도 되는 거 맞아? 화장실을 들락날락, 새벽 5시에 2차 복용을 해야 했기에 잠도 자는 둥 마는 둥 하다가 결국 2차 전처리제는 전량을 다 넘기지 못하고 화장실 변기보다 가까운 싱크대로 달려가 목구멍으로 쏟아내고 말았다. 고생은 고생대로 해놓고 대장내시경 못하는 거 아닌가 하는 걱정은 잠시, 언제 잠이 들었는지도 모르게 위와 대장내시경 검진은 종료됐고 또 다행스럽게 모두 깨끗하다고 했다.


마음이 놓였다. 아직은 양호한 건강 상태에 감사했다. 하지만 누군가는 그렇지 못하다. 이곳 브런치에 가족의 투병으로 A형의 혈소판 성분헌혈을 간절히 원하는 작가님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도움이 필요한 누군가를 보면 마음이 동(動)하는 게 인지상정 아닌가. 무시하고 불편한 마음을 안고 가는 것보다는 오지라퍼가 백번 낫다. 나 역시 A형이기에 20대 이후 처음으로 헌혈의 집을 가야겠노라고 마음먹었으나 임신 경험이 있는 여성은 혈소판 성분헌혈을 할 수 없었고 아쉬운 마음에 SNS에 올렸다. 팔로워 수가 많지는 않지만 뭐라도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마음이었다. 모두가 그런 마음이면 좋으련만 그렇지 않은 누군가도 있다는 걸 알고는 불편함이 일렁거렸다. 탓할 이유는 없지만 내 일이라고 생각하면 들여다보고 기꺼이 도왔을 텐데, 살다 보면 다른 사람의 도움을 필요로 할 때가 분명 있을 텐데 나를 불편하게 만든 그 누군가의 대처가 안타까웠다. 안타까운 마음을 아래 블루애틱 작가님의 글로 대신한다.


https://brunch.co.kr/@blueattic/56



마지막으로 혹시라도 병원 갈 일을 미루고 있는 분이 계시다면 더 이상 미루지 마시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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