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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이랑 Jan 10. 2022

과거가 주는 힘

싸이월드의 정식 오픈을 기다립니다

02학번으로 만나 햇수로 20년째인 우린 네 명이 다 같이 만난 게 우리 집 째 돌잔치 이후, 그러니까 15년도에 한 자리에 모이고 6년 만이었다.

지난 12월, 연말에 제주도에 올 수 있냐는 친구들의 연락에 다음을 기약하겠다고 답했다. 첫째는 등교 중, 둘째는 방학 중이라 당연히 갈 수 없는 자리라고 생각했고 아쉬운 마음을 남편에게 내비쳤다.

"갔다 와. 내가 연차 쓰던지 어떻게 되겠지 뭐.

이 한마디에 바로 항공권을 예약하고 30일 제주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루 먼저 제주에 와있었던 친구들이 공항에서 나를 기다리고 있었고 오랜만에 만났지만 간결한 인사, "어, 왔어? 타." 시작으로 우리들만의 시간이 시작되었다. 속정은 많지만 겉으로는 틱틱거리는 녀들의 여전한 모습이, 내 눈엔 2002년도 그대로의 얼굴을 하고 있는 친구들의 모습이 반가웠다.

오후 3시에 시작된 1차는 2차, 3차를 거쳐 제주에서 지내고 있는 친구 집에서 4차까지 이어졌다. 시간 동안 우리는 가벼운 농담부터 쉽게 털어내기 힘든 이야기까지 쉴 새 없이 떠들댔고 그중 8할은 우리의 새내기 시절 추억 소환이었다. OT 때 느꼈던 첫인상부터 신입생 환영회, 각종 MT와 학교 주변 문 닳도록 드나들었던 고깃집, 주막, 호프집, 그리고 빠질 수 없는 남자 친구 이야기까지. 혼자라면 떠올릴 수 없었던 일들도 친구들과 함께 나누다 보니 그 당시의 상황이 줄줄이 줄줄이 떠올랐다. 맞장구치고 깔깔거리는 그 순간의 공기에서 깨달았다.


'아, 인간은 추억으로 사는구나.'


다음 날 고사리 해장국을 먹고 커피를 마시고 각자의 비행기에 올라타야 했던 1박 2일의 짧은 여정이었지만 그 여운은 생각보다 길고 강렬했다. JTBC에서 시즌3까지 방송된 <슈가맨>이나 작년 3월 재출시된 음료 <뿌요소다>에 보낸 대중들의 관심과 사랑도 그렇고 최근 뉴스 기사에 등장한 싸이월드가 이를 증명한다. 싸이월드가 정식 오픈을 준비 중에 있지만 현재 로그인을 하면 사진 3장이 랜덤으로 보이는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그 사실을 알고 싸이월드에 접속했다가 반가움의 환호가 터져 나왔고 나는 계속 로그인을 하며 나오는 사진들을 저장하길 반복했다. 그리고는 여기저기 단톡방에 관련 사진을 올리기 시작했고 연락이 뜸했던 친구에게 20여 년 전의 사진과 함께 안부를 고 여전히 답장이 없는 동생에게는 이라크 파병 사진, 내 졸업식에 함께 했던 사진을 보냈다. 특히 이번 제주여행에 함께했던 친구들과의 사진이 자주 보였는데 대학 시절 하나같이 길은지 스타일의 옷을 입고 있는 우리들의 사진부터 가장 먼저 결혼한 친구의 웨딩촬영 사진까지 나오는 통에 단톡방에 올리기 시작한 사진 업로드는 끝날 줄을 몰랐다. 사진을 공유하며 그날 제주에서 소환했던 추억들을 다시 새기고 촌스러운 모습에 자지러지며 전 남자 친구들이 등장하자 정색하기도 했다. 그러다 친구가 한 마디 던진다.

"야, 쟤 핸드폰 뺏어."

얼른 찾아와 주세요

친구들이 아연실색해도 나는 꾸준히 싸이월드에 로그인하며 새로운 사진이 나올 때마다 사진을 공유 중이고 나의 20대가 고스란히 담긴 미니홈피를 온전히 만날 수 있는 날을 기다리고 있다. 현재에 충실하고 미래를 계획하는 삶 못지않게 과거가 주는 힘이 분명 고 믿고 있는 지금, 내가 잊고 지낸 나의 과거를 빨리 만나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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