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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ayden Jun 11. 2018

균형을 위한 방송의 역할

더 나은 TV토론회를 위한 위험한 제안

4년 전 지방 선거를 훨씬 뛰어넘은 사전투표율 Ⓒ 네이버(중앙선거관리위원회)

 6·13 지방 선거를 앞두고 사전투표 열기가 뜨겁다. 정치에 대한 국민의 높아진 관심을 두고 각 후보의 공방전도 그만큼 치열한 양상을 띠는데, TV토론회에서 그 정점을 보여주었다. 그런데 어째 토론회에서의 모습은 예전과 크게 달라지지 않은 모습이다. 선거 유세에서 확인할 수 없는 후보들의 정책적 디테일이나, 리더십의 면모를 확인하는 것보다는 여전히 네거티브로 점철된 토론회의 분위기 때문이다.

네거티브 공방의 끝판왕. 더 이상의 자세한 설명은 생략한다 / KBS초청 TV토론회 

 TV토론회를 기획하는 쪽도 고민이 많을 것이다. 어떻게 하면 조금 더 공정하게 후보들의 면모를 보여줄까 고민하고, 다양한 룰을 시도한다. 그러나 이러한 룰도 네거티브 전략에 이용되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TV토론 중 ‘주도권 토론’이라는 코너가 있다. 3분 이내에 후보자가 주도적으로 다른 후보에게 질문을 던지며, 이에 대해 답변자는 최소 30초의 답변시간을 보장받는다는 룰인데, 토론 시간이 주도적으로 질문공세를 퍼붓는 쪽과 30초를 모두 채워 답변을 하려는 쪽의 공방으로 채워졌다. 결국 이 과정에서 국민들이 실질적으로 알게 된 내용은 얼마 없고, 오히려 낮은 수준의 진흙탕 싸움으로 한숨을 내쉬는 경우가 많았을 것이다. 새로운 룰을 적용하는 것만으로는 토론회의 질적 향상을 기대할 수 없음을 방증하는 부분이다. 그래서 조금 더 실효성 있고 공정한 토론회를 위해 두 가지 제안을 하고자 한다.


 먼저, 사회자의 권한 강화다. 현재 TV토론회에서 사회자는 중립을 지키기 위해 최소한의 룰을 설명해주고 시간을 끊는 역할로 한정된다. 그러나 시간 등 물리적 길이에만 의존하는 균형은 이른바 기계적 저널리즘이라고 할 수 있다. 얼핏 반론의 여지가 없는 공정함을 견지하고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그 시간이 네거티브 공방으로만 채워질 때 양 쪽 모두의 의견을 들을 수 있는 균형이나, 정책 등 후보자의 다양한 면모를 확인할 수 있는 균형을 잃는다. 이를 두고만 보는 사회자는 시간의 길이만을 측정하는 기계와 다를 바 없다. 사회자는 주제에 어긋난 발언을 적극적으로 바로잡고, 필요한 경우 경고를 하여 마이크를 끌 수 있는 ‘토론 삼진아웃제 심판’의 권한도 가져야 한다.


 다음으로, 방청객 배심원이 필요하다. 사회자의 권한만을 강화할 경우 정치적 성향에 따라 당연히 편파적 토론 진행 논란에 빠질 수 있다. 이를 바로잡아 줄 수 있는 건 방청객 배심원이다. 정치적 성향 및 지지하는 후보에 따라 균형 있게 배심원을 선발하고 토론을 함께 방청한다. 방청객 배심원은 토론회 종료 후 사회자 및 후보에 대해 평가를 내릴 수 있으며, 이를 반영하여 2차 토론회의 질적 향상을 기대할 수 있다. 토론회는 사회자와 후보자들이 진행하지만, 결국 평가는 국민이 내린다는 것을 반영하는 것이다.

시간으로만 균형을 맞추는 것이 진정한 공정함이라고 할 수 있을까? / KBS초청 경기도지사 TV토론회

 위의 두 가지 제안이 완벽하다고 할 수는 없다. 네거티브 전략도 후보에 따라서 자신의 모습을 돋보이게 하기 위한 최선의 전략일 수 있고, 이를 무조건 막는 것은 역차별을 불러올 수 있어서 위험하다. 그러나 토론회의 본질은 후보자의 승패를 가리는 것이 아니라, 토론을 통해 국민이 후보자의 다양한 자질을 쉽고 명확하게 확인하는 데 있다. 제3의 입장에 서있는 언론은 그저 토론을 방영하는 도구가 아니라 국민의 의사를 대표한다는 책임을 가지고 이제는 진정한 균형을 위해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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