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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ayden Jul 20. 2018

책..좋아하세요?

정혜윤, 삶을 바꾸는 책 읽기

삶을 바꾸는 책 읽기 / 정혜윤, 민음사

 많은 사람들에게 책은 애증의 존재처럼 느껴질 겁니다. 읽자니 저 두꺼운 종이 뭉치에 손이 선뜻 안 가는 게 사실이고, 그렇다고 내팽개치자니 계속해서 눈에 밟힙니다. 요즘처럼 다양한 콘텐츠가 판치는 세상에서는 더 그렇습니다. 출퇴근길에 지하철 안을 유심히 살피면 많은 사람들이 유튜브를 켜고 재미있는 영상을 시청하는데, 책을 보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아 보입니다. 저 역시 그랬습니다. 이제는 책 말고도 다양한 영상 콘텐츠나 팟캐스트로 얼마든지 정보를 얻어낼 수 있는 세상인데, 굳이 책을 읽어야 하나 하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수많은 콘텐츠들이 쏟아져 나와서 그것들 다 챙기기에도 벅찬 시간이니깐요.


 그러던 중 끌리듯 책을 만났습니다. 정혜윤 작가의 삶을 바꾸는 책 읽기. 삶을 바꾼다고? 어쩐지 솔깃해집니다. 한편으로는 ‘뻔한 결말 아닐까’라는 생각이 드는 것도 사실입니다. 그렇게 반신반의하는 마음으로 책을 펼쳤을 때, 편안하게 이끄는 도입부가 좋았습니다. 저자가 독서 강연을 하면서 가장 많이 받은 질문을 추려 소개하는 책이지만, 반드시 무언가를 독자에게 전해주고자 강력하게 호소하는 글은 아니었습니다. 이 책을 통해 많은 것을 배울 것이다! 그러니 나를 읽어줘!라는 호소보다는, 책 좋아해? 내가 책을 통해 요런 것들을 배웠는데, 너는 어때?라고 이야기해주는 질문에 가깝습니다. 편안한 가이드의 안내에 따라 책의 세계로 한 걸음 한 걸음 천천히 여행을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독특한 점을 발견했습니다. 말투는 친절해도, 그럼 왜 읽어야 하는데요?라는 물음에는 결코 친절하지 않습니다. 책의 표현을 빌리자면 ‘길이 있다고 알려주긴 하는데 어디냐고 물어보면 대답 대신 턱으로 저기 언저리를 쓰윽 가리킬 뿐인’ 어르신입니다. 요즘은 카드 뉴스도 그렇고, 바쁜 사람들을 위해 꼭 필요한 정보를 일목요연하게 딱 정리해주는 콘텐츠가 얼마나 많습니까. 아직도 방망이 깎는 노인처럼 ‘그냥 걸어가 봐’라고 말해주는 게 참 이상하기도 하지요. 그런데 분명히 네가 얻어낸 게 있고, 앞으로도 그럴 거랍니다. 저는 결국 또 걸어갈 수밖에 없었습니다.


 이 책과 함께 여행을 마치고 난 후, 그래도 제법 많은 깨달음을 얻어낸 것 같아 뿌듯합니다. 수많은 가르침 중에, ‘아! 그거구나!’ 하고 마음을 울리는 부분이 있었습니다. 바로 삶을 대하는 태도에 관한 것입니다. 책의 이야기 중 서평에 관한 이야기가 나옵니다. 책을 읽고 깊이 감명을 받을 때, 우리는 단숨에 기록을 남기기도 합니다. 감동을 받아서 쓴 서평의 초고가 마음에 들지 않을 확률은 99.999999 퍼센트입니다. 그런데 책에서는 더 잘해보려고 어떻게든 다시 고치는 자세가 삶의 태도를 달라지게 한답니다.


 생각해보면 저 역시 책을 읽을 때 가끔 씨름하는 느낌이 들기도 합니다. 이해가 가지 않는 문구를 붙잡고 아침에 읽다가 접고, 이게 도대체 무슨 소리인가 하는 마음으로 지하철에서 한 번 보고, 저녁에 또 읽어보고.. 그러다 한 문장 겨우 꿀떡 삼키고. 이게 참 비효율적인 방식 아닌가 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는데, 마음이 뿌듯해지는 울림이었습니다. 다른 고민을 하다가 책의 내용이 번뜩 떠오르기도 하고, 가끔 책에서 배운 내용을 실천하려고 노력하는 까닭은 그렇게 내용을 오랫동안 꼭꼭 씹어 먹었기 때문일까요?


 이 책을 통해, 다소 어렵더라도 포기하지 않고 책이 가리키는 방향으로 천천히 걷다 보면 분명하게 삶을 바꿀 수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두껍고 무거워 책 앞에서 매번 망설이던 저였지만, 이제는 자신 있게 말할 수 있습니다.

슬램덩크 / 이노우에 다케히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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