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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ayden Feb 10. 2019

모바일 게임, 친구인가 적인가

결코 가볍게 즐기지 못하는 가벼운 콘텐츠

 스마트폰의 대중화 이후, 사람들에게 ‘게임’은 놀랄 만큼 친숙해졌다. 대부분 남성, 그것도 학생과 20대 연령층의 주류 문화로 일컬어졌던 PC방 문화의 시절을 지나, 다수의 모바일 게임이 개발되어 남녀노소의 시간을 가져가게 되었다. 항상 들고 다니는 스마트폰으로 언제 어디서나 간편하게 접속할 수 있다는 장점을 통해 모바일 게임의 이용자 수는 날로 늘어가고 있으며, 이용자는 좋은 PC를 갖춘 환경에서나 느낄 법했던 게임을 손안에 가져와 대리만족을 느끼게 되었다.

 그런데 모바일 게임에서 표방하는 ‘간편성’이라는 장점이 이용자 입장에서 시간과 돈을 훨씬 더 많이 지불할 수 있게 하는 무기로 탈바꿈하고 있다(당연히 게임마다 차이는 있을 것이다). 먼저 시간이다. 대부분의 모바일 게임은 길어야 5분 이내로 끝나는 캐주얼 게임이나, 흔히 ‘자동사냥’이라는 키워드로 대표되는 RPG 게임을 주 장르로 하고 있다. PC게임에 비해 게임을 하는 데 소모되는 절대 시간은 적다. PC가 있는 집 또는 장소를 굳이 찾아가는 시간 비용이 없으며, 바로 앱을 클릭하면 되기 때문에 부팅 등 기타 소요 시간도 현저히 적다. 

 그러나 ‘가볍게 즐긴다’는 장점에 취해 하루 중 모바일 게임을 하면서 보내는 시간의 총량을 망각하는 경우가 있다. 밑 빠진 독에 물 새는 줄 모르는 경우다. 대중교통을 이용하면서 보내는 자투리 시간 등은 다른 활동이 아니라 모바일 게임에 투자하는 경우가 많으며, 심지어 ‘짧으니까 한 판만 더’라고 마음먹는 순간 PC게임보다 더 많은 시간을 보내기 일쑤다. 자동사냥 프로그램도 마찬가지다. 프로그램을 켜 두고 가만히 둔다고 할지라도, 또 하나의 정체성인 캐릭터를 육성하는 본질은 같으므로 업무 중에도 당연히 신경이 쓰일 수밖에 없다. 공부 중이든, 기타 업무 중이든 효율은 떨어진다.

 시간의 소비만큼 심각한 문제가 될 수 있는 점은 바로 돈이다. 많은 수의 PC게임은 영화를 보듯 작품에 대한 비용을 한꺼번에 지출하거나, 캐릭터를 꾸미기 위한 용도로 현금이 소비된다(유료 게임의 경우 PC방에서 이용시간에 대한 추가 요금이 발생하는 경우도 있다). 그러나 모바일 게임의 대부분은 Pay-to-win의 시스템을 가져가고 있다. 즉, 소위 말하는 ‘현질’이 없으면 게임에서 상대방을 이기기 힘들거나, 목표를 달성하는 데 소요되는 시간이 대단히 오래 걸리거나 하는 식이다. 게임이 잘 풀리지 않는 것에 대한 답답함은 자연히 현금 결제에 대한 욕구로 이어진다.


 그리고 여기에 날개를 달아주는 것이 바로 간편 결제 시스템이다. 모바일 게임의 1회 지불 요금은 크지 않으며, 지문 인식 기능이 있는 스마트폰과 결합해 ‘결제’ 버튼을 클릭하고 1회의 지문 인증을 하면 그걸로 결제는 끝이다. 보통 중요하지 않은 소비를 할 경우, 소비자는 불필요한 소비에 대해 정말 잘 결제하는 게 맞는지에 대한 인지부조화를 갖게 된다. PC의 경우 비교적 긴 결제 과정(신용카드 번호 입력, 모바일 인증 등) 중 이러한 인지 부조화를 느끼는 시간이 길어지고, 경우에 따라 결제를 포기할 수 있는 가능성이 있는 반면 모바일 게임은 상대적으로 그러한 시간이 짧아 결제가 쉽다. 적은 돈이라도 계속 과금이 쌓일 경우, 한 달치 통신 요금이 10만 원 대를 넘기는 건 우스운 일이다. 가랑비에 옷 젖는 줄 모르는 경우다.



 물론 게임을 즐기는 문화가 반드시 나쁘다고만은 할 수 없다. 게임도 영화 감상, 기타 취미와 같이 여가 활동 중 하나로 자리 잡았으며, 기타 취미가 주는 만족감을 주는 순기능 역시 가지고 있다. 모바일 게임이라고 해서 모두 위와 같은 위험성을 내포하고 있는 것도 아닐 것이다. 다만 다양한 게임이 범람하는 가운데 거의 대부분 국민이라고 해도 무방할 스마트폰 이용자는 모바일 게임이 자신의 생산성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지 각별히 점검해야 할 것이다. 매일 시간이 없고 돈이 모자란 것 같아 보여도 자신의 게임 생활 습관 등을 면밀히 점검하여 적절히 고쳐나갈 경우, 생각보다 높아진 자신의 일과 생산성을 마주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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