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성팬과 안티는 유명세란 동전의 양면
안티/악플러에 대해
(이 글은 급작스런 그로스를 경험하며 받는 관심에 놀라는 스타트업 ceo들을 위해 썼으나, 유명세를 겪어본 모든 이들에게 적용된다.)
어느 정도 유명세를 겪어본 사람이라면, 자신을 너무 좋아하게 되는 팬을 한두명 만나게 된다. 이런 사람들은 "열성팬"이라고, 내가 썩 좋아하는 표현은 아니지만, 딱히 달리 표현할 방법이 없어 이 에세이에서 지칭하겠다. 자신의 작품을 살짝 과하게 좋아하는 팬을 명하는 말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열성팬은 대체로 좀 집착적이고 맹목적이다. 팬질의 대상을 좋아하는 것이 자신의 정체성의 일부가 되고, 그 팬질의 대상을 머릿속에서 우상화하여 현실보다 과대망상을 하는 경우가 있다. 우상이 하는 모든 일은 그 우상이 하기 때문에 대단해 보인다. 우상이 어떤 나쁜 일을 저지르면, 그걸 어떻게든 좋게 포장하려고 한다. 게다가 우상을 향한 사랑은 주로 조용하거나 사적이지도 않다. 이런 팬들은 세상 모든 사람들이 자신들의 우상을 알아주길 바란다.
"글쎄", 당신은 이렇게 생각할 수도 있다, "이런 열성팬이 없더라도 상관없는데.. 세상엔 별의별 사람들이 다 있는데 이게 유명세의 최악의 시나리오라면 그렇게 나쁜 것 같지는 않는데"라고.
그러나, 유명세의 최악의 시나리오는 열성팬이 아니라 안티들이다.
안티 또한 집착적이고 맹목적이다. 당신을 싫어하는 것이 그들의 정체성의 일부가 되고, 당신의 이미지를 머릿속에서 과대망상하여 현실보다 끔찍하게 왜곡하는 경향이 있다. 당신이 하는 모든 짓은 당신이 하기 때문에 나쁜 짓이 된다. 당신이 어쩌다 좋은 일을 하면, 어떻게든 헐뜯기 위한 방법을 찾는다. 게다가 당신을 향한 안티질은 주로 조용하거나 사적이지도 않다. 이런 안티들은 세상 모든 사람들이 당신이 얼마나 끔찍한 인간이기를 알기를 바란다.
혹시 당신이 스크롤을 올려 확인하려고 한다면 내가 대신 확인시켜 주겠다. 두 번째 문단과 다섯번 째 문단은 "좋다"와 "나쁘다"만 바뀐 똑같은 문맥의 글이다.
나는 오랜 시간을 안티들에 대해 생각하곤 했었다. 이들은 누구이며 도대체 어디서 왜 생기는 존재들인가? 그러다 어느날 깨달음을 얻은게 바로 안티들은 그냥 뒤틀린 열성팬이라는 점이었다.
여기서 내가 말하는 안티는 단순한 트롤들을 말하는게 아니다. 그냥 심심풀이로 당신 뒷담화를 까고 일상으로 돌아가는 사람들이 아니란 말이다. 나는 그보다 더 소수의 그룹인 악질적인 집착을 끊임없이 반복하는 사람들을 가리키고 있는 것이다.
팬들과 마찬가지로, 안티팬들은 유명세의 어쩔 수 없는 부속물과 같다. 누구나 어느 정도 유명해지면 자연스럽게 안티가 생긴다. 그리고 일반팬들과 마찬가지로, 안티팬들은 그들이 혐오하는 자들의 유명세에 환장을 한다. 그들은 어떤 유명한 팝아티스트의 노래를 들으면 그 노래가 별로라고 싫어한다. 만약 이 가수가 별 볼일 없는 자였다면 그들은 이 가수에 대해 금방 잊어버리고 만다. 그러나 이들이 반복적으로 이 가수의 이름을 듣기 시작하면 미쳐버리는 경향이 있다. 왜 다들 이 가수에 대해 떠드는 거야! 얘는 짭이라고! 완전 저질이라고!
여기서 "짭"이라는 말에 주목을 할 필요가 있다. 안티팬들은 자신들의 안티질하는 대상을 항상 가짜라고 욕한다. 이들은 그들의 유명세를 부인할 수는 없다. 정말로 그들의 유명세는 안티팬들의 생각 속에서 과장되는 경향이 있다. 안티팬들은 이 가수의 이름을 들을 때마다 열을 받기 때문에 더더욱 이 가수를 증오하기 시작한다. 이들은 자신들의 생각 속에서 이 가수의 유명세와 실력부족을 둘 다 부풀리기 시작한다. 그리고 이들이 내릴 수 있는 유일한 결론은, 이 가수는 거짓말과 선동으로 유명해졌다고 판단한다.
어떤 종류의 사람들이 안티팬이 되는가? 누구나 안티팬이 되는 것일까? 이 점에 대한 확답은 나도 모르겠지만, 적어도 어떤 패턴은 있는 것 같다. 안티팬들은 어떤 특정한 의미에서 정말 실패한 사람들이다: 이런 안티팬들은 종종 나름의 실력을 가지고 있지만, 딱히 인생에서 무언가를 이뤄내 본 적이 없는 사람들이다. 왜냐면, 어느 정도 성공하여 유명세를 타본 사람이라면 그 유명세를 얻기까지의 과정과 고통을 잘 알기에 다른 사람을 함부로 가짜에 짭이라고 끌어내리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안티팬이라고 반드시 인생의 실패자란 법도 없다. 이들이 꼭 부모님 집 지하실에 얹혀 살며 남이나 헐뜯는 찌질이들은 아니란 뜻이다. 물론, 대부분 안티팬들은 그렇다. 그러나 어떤 안티팬들은 나름의 실력과 능력을 갖춘 사람들이 많다. 오히려 이런 빛보지 못한 재능을 가지고 있는 사람일수록 안티팬이 될 확률이 높다. 이들은 "겨우 저런 놈이 유명한건 불공평해"가 아니라 "겨우 저런 놈도 유명해지는데 내가 유명해지지 못하는 건 불공평해"라고 불평한다.
그렇다면 이런 안티팬들은 무언가 업적을 달성하거나 성공하면 좀 나아질까? 내가 추측하건데 이런 사람들은 절대 성공할 일이 없을 것이기 때문에 고려해볼 가치도 없는 쟁점이다. 나는 꽤 오랜 시간 이런 사람들을 관찰해 왔기 때문에 함부로 이런 말을 내뱉는 것에 대해 당당하다: 위대한 업적을 달성하는 사람들은 절대 안티팬이 될 일이 없으며, 안티팬들은 결코 인생에서 제대로 된 일을 성취할 일이 없다. 비록 나는 "열성팬"이라는 표현을 별로 좋아하지는 않지만, 안티팬과 열성팬은 우리에게 중요한 점을 시사해주고는 한다. 열성팬은 너무 맹목적으로 자신의 우상을 신격화 하느라 스스로를 인간 이하라고 깎아내리고 만다.
열성팬은 스스로를 더욱 비참하게 만든다. 나는 내가 스스로 열성팬이 되는 건 어느 정도 가능성이 있을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내가 너무나도 존경하는 사람이 있어 나 스스로를 나도 모르게 깎아내릴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만약 P. G. Wodehouse가 아직 살아있었다면, 나는 내가 열성팬이 될 수도 있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난 내가 안티팬이 되는 모습은 도저히 상상할 수가 없다.
안티팬은 단순히 뒤틀린 열성팬이라고 납득해버리면 이들의 존재를 조금은 이해할 수 있게 한다. 우린 딱히 안티팬에 대한 이론을 세울 필요도 없다. 단지 열성팬들의 성질을 바꿔 안티팬들에게 적용시키면 된다.
가장 중요한 건, 그냥 이들에게 지나친 관심을 쏟지 않는 것이다. 당신이 보통 사람들처럼 안티팬이 생길 만큼 유명해진다면, 아마 가장 처음 느끼는 감정은 '도대체 왜?'라는 당혹스러움일 것이다. 도대체 나한테 왜 이렇게 높은 관심을 보이는거지? 이런 집착하는 에너지는 어디서부터 오는 거지? 무엇이 이 사람들을 이렇게까지 악질적이도록 만들었을까? 내가 뭔 잘못을 했길래 이들이 이러는 걸까? 내가 고쳐줄 수 있는 일인가?
여기서 흔히 착각하는 건 안티팬들은 당신이 대적해야 할 상대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누군가와 대적한다는 것은, 그들이 왜 속상해하고 그것을 어떻게 풀어줄 수 있을지 고민을 해본다는 걸 의미한다. 이런 식으로 일일이 대적하는 건 상당히 소모적인 일이다. 그러나, 구태여 안티팬들을 일일이 대적할 상대라고 판단하는 건 상당히 잘못된 생각이다. 처음 안티팬을 만났다면 이런 실수를 하는 것을 이해는 할 수 있다. 하지만, 당신이 대적하고 있는게 안티팬이고, 안티란 무엇인지 그 본질을 파악한다면, 이들에 대해 생각하고 있는 것 자체가 시간 낭비임을 깨닫게 될 것이다. 당신이 열성팬을 만나게 된다면, 당신은 굳이 무엇이 이들이 당신을 이렇게까지 좋아하게 만드는지 심사숙고를 하는가? 아니, 대부분 사람들은 "세상엔 다양한 사람들이 있구나"하고 넘어가버린다.
안티란 결국 뒤틀린 열성팬들에 불과하지 않기 때문에, 이들도 이런 식으로 똑같이 대항해주는 수 밖에 없다. 뭔진 모르지만 무언가가 이들을 불편하게 만들었을 것이다. 그러나 이들을 불편하게 만든 것이 보통 사람들이라면 신경도 쓰지 않았을 일이었을 것이기에, 굳이 이들에 대해 고민하며 시간을 낭비할 필요는 없다. 문제는 당신이 아니라, 그 사람들이니까.
폴 그램 Paul Graham
실리콘 밸리에서 "스타트업의 대부"라고 불리는 전직 와이 콤비네이터 (Y Combinator, "YC")의 파운더. 연쇄 창업자, 프로그래머, 벤처 캐피탈리스트, 그리고 에세이 등 여러가지 화려한 타이틀을 가진 그는 10여년이 가까운 세월을 많은 스타트업에 투자하면서 그 견고한 명성을 쌓아왔다. 그의 스타트업 학교인 YC 는 창간 이래 특히 미국에서는 전국민의 생활의 일부가 된 Airbnb, Stripe, Dropbox, Coinbase, Twitch, Scribd, 등의 회사를 초기에 발굴했다. YC는 전세계 가장 명성이 높은 창업자 교육 엑셀러레이터이자 스타트업 투자자 교육소이다.
아래 기사는 실리콘밸리의 전설적인 투자자 폴 그램의 에세이 시리즈를 한글로 번역한 글입니다. 번역본의 저작권은 번역가에게 있으며, 폴 그램의 영어 원문 에세이는 http://www.paulgraham.com/fh.html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위 번역물은 상업적으로 사용될 수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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