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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트라떼 Apr 25. 2018

1-6. 세기의 사랑, 타지마할

슬프기에 더욱 아름다웠던. 

 사실 콜카타의 빅토리아 메모리얼과 다르질링의 차 농장을 제외하고는 인도에서는 대부분의 시간을 숙소에서 쉬거나 숙소 주변 동네 탐방을 하는 데 썼었지 특별히 관광지를 방문한 적은 없었다. 타지마할 역시 나의 인식 속에서는 그런 관광지 중 하나인데 단지 입장료가 다른 인도 관광지들에 비해 비싸고, 또한 굉장히 유명해서 모르는 사람이 없는 곳일 뿐이었다.  

 나는 이번 여행의 마지막 도시 델리로 이동하는 길에 큰 기대감 없이, ‘인도에 왔으니 타지마할은 보고 가야지.’라는 단순한 생각으로 일행 몇 명과 함께 아그라로 떠났다. 델리로 이동하기 전 더도 말고 덜도 말고 딱 하루 당일치기, 지금 생각하면 하룻밤 정도 자는 것도 꽤 좋았을 텐데 싶지만 그때는 그 정도면 충분한 곳일 거라고 생각했었다.  


 아그라 역에서 타지마할까지는 오토릭샤로 약 20분 정도가 걸리는데 여행자 기준 대체로 100루피 이하의 금액으로 탈 수 있는 거리다. 그러나 그 날 우리가 만난 릭샤꾼은 500루피라는 터무니없는 가격을 불렀다. 인도를 여행하며 흥정에는 익숙해진 터라 릭샤꾼들이 바가지요금을 불러도 당황하지 않고 요금을 깎을 수 있었는데 500루피는 불려도 너무 심하게 불린 터라 흥정을 할 생각도 들지 않고 그저 웃음만 나왔다.  


 그 날의 아그라는 무척이나 더웠고, 더위에 너무 약해서 한국에서도 여름이면 반쯤 정신을 놓고 사는 나는 우리가 다른 릭샤꾼과 흥정에 성공해서 다른 릭샤를 탔었는지 아니면 그냥 걸어서 타지마할까지 갔는지 기억이 잘 나지 않는다. 그날 아그라는 40도 후반대로 마치 아스팔트가 녹아내릴 듯한 불볕더위였다. 바라나시에서도 하루 이틀 정도 그렇게 극심한 더위를 겪었는데 그런 날에는 더워서가 아니라 말 그대로 살기 위해서 물을 마시곤 했었다.  

 우리는 이렇게 무더운 날씨에 한낮에 관광을 하는 것은 무리라는 결론을 내렸고, 근처 카페에서 시간을 때우다 해가 기울기 시작하면 타지마할에 들어가기로 했다. 우리는 시원한 에어컨이 나오는 카페에서 차가운 음료를 마시며 친구들에게 엽서를 쓰다가 해가 조금씩 떨어지는 오후가 되어 타지마할에 입장했다.  



슬프도록 아름다운, 사랑 혹은 광기(狂氣)의 산물



 슬프도록 아름답다. 타지마할을 본 나의 첫 감상은 이것이었다. 무굴제국의 황제 샤 자한이 아이를 낳다 세상을 떠난 사랑하는 아내의 죽음을 슬퍼하며 22년 간 지어 올린 아내의 무덤은 과연 신비로울 만큼 아름다웠다.  

중문을 지나 타지마할로 들어서면 완벽한 좌우대칭으로 지어진 정원과 해가 비칠 때마다 빛나는 대리석으로 지어진 마치 궁전 같은 세기의 사랑의 결과물이 우리를 반겨 주었다. 사랑의 역사가 깃들어 있기 때문이었을까, 나에게 타지마할은 이미 충분히 아름다운 외관보다 더 아름답게 보였다.  



 하지만 이렇게 아름다운 타지마할에도 사실인지 아닌지 모를 잔혹한 비화가 숨어 있는데 바로 샤 자한이 공사에 참여했던 2만 명의 인부들이 더 이상 다른 곳에서 이처럼 아름다운 건축물을 짓지 못하도록 공사가 끝난 후 그들의 손목을 잘라 버렸다는 것이다. 믿거나 말거나 한 이야기지만, 다만 사실인 것은 어찌 됐든 타지마할은 실제로 2만여 명의 인부가 그 공사를 위해 투입되었고, 엄청난 금액을 들인 오랜 공사로 국가 재정이 기울어질 정도였으며, 결국 샤 자한은 아들에 의해 폐위되었다는 것이다. 샤 자한은 아내를 끔찍하게 사랑한 남편이었으나, 융성했던 무굴제국을 쇠락의 길로 들어서게 한 장본인이기도 했다.  





 아그라에는 엄청난 호화로움을 자랑하는 오베로이 아마르 빌라스라는 호텔이 있다. 마치 알라딘에 나오는 궁전처럼 생겼는데(정말로 직원들도 알라딘 모자를 쓰고 있었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리조트 그룹인 오베로이 그룹에서 지은 호텔로 그 화려함과 전 객실에서 타지마할을 볼 수 있게 설계된 것으로 유명하다. 1박 요금이 한화로 최소 80만 원부터 시작한다는 이곳에서 가난한 배낭여행자가 묵을 수는 없는 노릇이었고, 대신 일행과 나는 타지마할 구경을 끝낸 후 델리로 가는 야간 기차를 탈 때까지 남은 시간 동안 이 호텔의 바에서 술을 마셔 보기로 했다. 무려 하루 방값보다 비싼 500루피가 넘는 칵테일을 마시며 인도 여행에서의 최대의 사치를 부렸지만 지금껏 가난한 배낭여행자로 줄곧 여행하다가 마치 동화 속에 들어온 듯한 이곳에서의 이런 사치도 아주 가끔씩은 나쁘지 않은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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